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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ung Way

강한 삼성의 토대는 ‘진화적 혁신 역량’

송재용 | 141호 (2013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송재용 교수가 최근 출간한 <Samsung Way(삼성 웨이), (21세기북스)>의 내용을 기반으로 작성됐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oston Consulting Group)이 최근 발표한 2013년 가장 혁신적인 기업 순위에서 삼성이 애플에 이어 세계 2위로 선정됐다. 2008년 조사에서 26등으로 50대 기업 리스트에 처음 선정된 이후 삼성은 급속히 순위를 끌어올려 급기야 구글도 제치고 2등이 됐다. 과거빠른 추종자시절 모방을 잘하고 원가를 낮춰서 성공한 기업으로 인식되던 삼성이 어떻게 세계적으로도 혁신을 잘하는 기업 중 하나가 됐을까?

 

삼성, 혁신으로 성공하다

 

삼성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서 선도기업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신제품과 신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학습 및 혁신역량이 뒷받침돼야 하는 전자, 반도체 산업에서 후발주자였지만 결국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 도약했다. 삼성이 반도체, OLED, 스마트폰, 디지털TV에서 세계 1등이 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강력한학습조직구축에 있었다. 지속적으로 조직 내에서 학습과 혁신이 일어나 지식 창출과 공유, 확산이 활성화되도록 한 것이다. 다시 말해, 삼성에서 학습과 혁신은 경영에 있어서 중요한 키워드 중의 하나가 됐고 삼성은 기술 및 경영관리 측면 공히 전방위적으로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해 왔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삼성은기술 우선 전략을 추진하면서 자체 R&D 역량 구축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를 장기간 지속해 왔다. 필요하면 거액을 들여서라도 과감히 천재급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거나 필요한 첨단기술을 도입해 이를 개량, 발전시켜 왔다. 이를 통해 다양한 경로로 외부에서 확보한 지식을 내부에서 자체 투자를 통해 확보한 지식과 잘 조합함으로써 혁신적인 제품이나 기술을 개발해내는 동태적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21세기 들어 지식기반경제가 가속화되면서 정보, 지식, 콘텐츠의 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제조업에서도 대규모 생산 시설 확보를 통한 규모의 경제 창출이나 제조경쟁력, 하드웨어 기반의 경쟁력보다도 창조적인 아이디어, 혁신적인 기술, 소프트웨어, 콘텐츠, 디자인, 브랜드, 고객 맞춤형 솔루션 제공 등 소프트웨어적 가치와 이를 기반으로 한 혁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기술혁신을 중심으로 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지속적인 기술/제품 혁신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경영의 최우선순위를 둬 왔다.

 

혁신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이건희 회장을 필두로 한 삼성의 최고경영진은 학습과 변화, 혁신 지향적인 리더십을 보여줬다. 특히 혁신을 해야만 달성이 가능한 도전적 목표를 설정했고, 이를 통해 조직에 끊임없이 위기의식과 도전정신을 불어 넣었다. 또한 R&D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내부 혁신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다. 특히 인력개발원, 종합기술원, 경제연구소 등 전문 학습조직을 적극 육성해 체계적이고 장기적이며 삼성화된 지식의 창출을 위한 주체로 삼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학습과 혁신에 친화적인 문화와 조직구조, 시스템 및 프로세스를 다각도로 발전시켜 왔다.

 

또한 선진 지식 확보를 위해 필요하면 선진기업과의 전략적인 제휴 및 선진기업 벤치마킹을 적극 활용해 왔다. 최근에는 외부 지식 확보를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과 해외 연구소 확충을 통한 글로벌 R&D 체제 구축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삼성은 가치 있는 지식은 결국 사람이 창출하는 것이며 사람에 체화돼 있다는 점을 일찍부터 잘 인식했다. 이에 따라 인재제일의 기치하에 지식 창출자로서의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적극적인 교육 투자를 통해서 구성원들의 역량을 개발하는 한편 지식의 조직 내 공유 및 확산을 도모했다.

 

 

삼성, ‘진화적 혁신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시키다

 

이러한 내부 혁신 역량 및 외부 지식 흡수역량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삼성은진화적 혁신 역량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다. 진화적 혁신 역량이란 기존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기술경로나 제품 영역 내에서 기존 기술이나 제품을 더욱 발전시키는 형태의 혁신을 의미한다. 경영학자들은 기존 경로/제품의 연장선상에서 일어나는 혁신을 흔히 점진적 혁신(incremental innovation), 활용적 혁신(exploitative innovation), 연속적 혁신(continuous innovation), 또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라고 규정해 왔다.

 

필자는 이러한 기존 용어를 채택하기보다는진화적 혁신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사용해 삼성의 혁신역량을 설명하고자 한다. 삼성은 기존 기술/제품 경로 내에서 출중한 혁신 역량을 보여줬지만 시기별로 형태가 다르게 진화·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즉 세계 1등이 되기 전에 보여준 삼성의 혁신 역량은 주로 빠른 추종자로 글로벌 선도 기업을 추격하기 위해 기존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 차별화하는 형태의 문자 그대로 점진적 혁신 역량이었다.

 

 

삼성이 각 분야에서 세계 1등이 된 이후 보여주고 있는 혁신의 주된 형태는 여전히 기존 기술경로 내에서 벌이는 일이기는 하지만 혁신적인 선도 기술로 기술의 프런티어를 넓히거나 기존 제품 도메인 내에서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만들어 내는 형태로 발전했다. 전자의 대표적인 예로 반도체에서 3차원 구조를 메모리 반도체 설계에 세계 최초로 도입한 일이나 LED TV를 위한 에지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을 들 수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는 3D TV, 스마트 TV, 갤럭시 노트를 통한 스마트폰의 태블릿 카테고리 창출, 퓨전 메모리, AMOLED 세계 최초 개발 등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삼성의 최근 혁신이 기술의 프런티어를 넓히거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할 정도의 수준까지 발전했기 때문에 점진적 혁신, 연속적 혁신 내지 존속적 혁신이라는 기존 개념으로는 이러한 삼성의 혁신 역량을 설명하기에는 불충분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아직은 삼성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경로나 제품 도메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 세상을 바꾸는 단절적 혁신(discontinuous innovation) 내지 창조적 혁신(creative innovation)을 주도하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라고 볼 수는 없다.

 

삼성 역시 향후 과제는 창조적 혁신 역량 강화를 통한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임을 인정하고 2006년 이후 창조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지식기반경제 시대를 이끌어가는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으로 무엇보다도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제품·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기술 혁신을 해나가는 것을 첫 번째로 꼽았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사업군을 만들어내거나 산업의 흐름을 바꾸어나가는첨단적인 사업과 일류 제품을 산업을 주도할 수 있는 사업과 제품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창조적 혁신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삼성이 아직은창조적 혁신 역량에 이르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그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진화적 혁신 역량이라는 개념을 쓰는 이유다. 삼성은 기존 기술 경로/제품 도메인 내에서는 혁신의 스피드, 신기술/제품 개발 역량, 특허숫자로 본 R&D의 효율성 측면에서 공히 세계 최고 수준이기에 삼성의진화적 혁신 역량은 삼성의 주요 성공 요인 내지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다.

 

진화적 혁신 역량의 구성 요소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삼성의 진화적 혁신 역량은 크게내부 혁신 역량외부 지식 흡수역량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삼성은 빠른 추종자 시절 선도 기업을 빠르게 추격하기 위해 외부 지식 흡수역량을 먼저 발전시켰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술 라이선싱,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전략적 제휴, 경험 많은 엔지니어 영입 등 다양한 형태로 외부 지식을 빠르게 흡수해 왔다. 외부 지식 흡수를 더욱 잘하고, 나아가 이를 개량하면서 진화적 혁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삼성은 대규모 R&D 투자와 관계사와의 협업 개발 체제 구축을 통해 내부 혁신 역량도 급속히 발전시켜 왔다. 이를 통해 외부에서 도입한 기술과 자체 개발한 기술을 결합함으로써 진화적 혁신의 스피드와 효율성을 높여 나갔다.

 

최근에는 삼성이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내부 혁신 역량 부문이 진화적 혁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삼성은 과거와 다름없이 해외 연구소 설립과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 지식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내부 R&D 역량을 기반으로 기술의 프런티어를 넓히거나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를 창출하는 수준으로 진화적 혁신 역량을 발전시켰다. <그림 1>은 삼성의진화적 혁신 역량의 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삼성의 진화적 혁신 역량 중 특징적인 것을 몇 가지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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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재용[email protected]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컬럼비아대와 연세대 교수로 재직했으며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Academy of International Business의 석학종신회원(Fellow), 미 경영학회(Academy of Management) 국제경영분과(International Mana-gement Division)와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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