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마치 소비자와 산업과 정부기관들로 구성된 공동체에 회사를 우겨넣는 것에 도전하는 것과 같다.”
한 국제경영학 교과서(국제경영학, PEARSON, 2014)는 글로벌 비즈니스의 특징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사실 태어나서 자랐기 때문에 너무나 익숙한 자국 환경에서도 기업을 일으켜 성공을 거머쥐기란 무척 힘듭니다. 그런데 낯선 문화와 정치·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다 외국인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까지 가진 다른 나라에서 성공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입니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코리아 6월 호에 실린 워릭대 경영대학원의 크리스천 스태들러 교수 연구팀의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연구팀은 무려 2만 개 기업의 20년 치 재무데이터를 분석했습니다. 그랬더니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선 기업들의 진출 첫해 총자산수익률(ROA)이 -3.4%였고, 계속 고전하다가 10년 만에 겨우 1% 수준의 ROA를 기록했습니다. 기업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이익을 내려면 평균적으로 10년 정도는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진출은 성장을 원하는 많은 한국 기업들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업을 자전거에 비유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자전거를 탈 때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는 것처럼 꾸준히 성장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사업이 쇠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입니다. 그냥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상황(plateau)이란 사업에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 한국 경제는 구조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따라서 내수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더군다나 개방 및 경쟁 격화로 인해 해외 시장에서 도전해서 성공한 경험을 가진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무공’은 큰 차이로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승자독식의 비정한 디지털 경제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혁신적 제품 서비스 개발’과 ‘글로벌화’가 ‘유이(唯二)’한 대안입니다.
글로벌화를 통해 성장하기 위한 솔루션 가운데 하나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게 현지화(localization)입니다. 표준화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현지 시장의 기호와 취향에 맞게 적응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글로벌 시장의 성공을 전한 뉴스 기사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바로 현지화란 단어입니다. DBR이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현지화에 대해 집중 탐구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입니다.
현지화는 글로벌 비즈니스 성공의 필수 요소로 알려져 있지만 현장에서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현지인의 취향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이 정답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파리바게뜨가 중국 시장에 진출했을 때 중국인들은 케이크를 예약한 뒤 2∼3일 후에 찾아가는 문화를 갖고 있었습니다. 빵도 이미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매장에 진열해서 판매하는 문화가 지배적이었습니다. 하지만 파리바게뜨는 아무 때나 매장에 방문하면 여러 케이크 가운데 마음에 드는 제품을 쉽게 고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 매장에서 직접 빵을 구워서 팔았고 투명 유리를 설치해 고객들이 이 과정을 지켜볼 수 있게 했습니다. 결국, 현지 문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고 추종했다기보다는 현지의 문화를 선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육송빵처럼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식재료를 활용한 신제품도 함께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현지화는 현지 문화의 단순한 추종을 넘어서야 합니다. 모든 비즈니스의 공통적인성공 요소인 고객들의 잠재된 욕구를 탐구하고 찾아내는 정교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김주헌 차의과학대 교수가 제시한 ‘조정된 현지화(coordinated localization)’란 개념이 무척 흥미롭습니다. 자신감(표준화)과 겸손(현지화) 사이에서 중용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인생 경영의 지혜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합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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