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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Biz

외식업은 트렌드다 큰 파도에 올라타면 산다

문정훈 | 196호 (2016년 3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최근 외식업 트렌드의 변화가 빠르다. 특히 한식을 중심으로 한 트렌드 변화의 물결이 거세다. 한식 뷔페 열풍을 시작으로 외식업과 일반 식품 소매업과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등장한스몰 럭셔리간편식을 비롯해 세련된 서양 요리의 모양새에 한식의 맛을 갖춘모던 한식의 인기까지 외식업 트렌드에서 한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거대한 파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파도에 올라타는 것은 쉽다. 어떤 물결이 정말 큰 파도가 돼 나를 해안까지 데려다줄 수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력과 빠르게 그 파도에 올라탈 수 있는 기민성을 갖춘 기업만이 파도를 타고 목적지까지 갈 수 있다.

 

트렌드는 변한다. 1990년대 중반 대학교에서좋은 선배 혹은 오빠가 되기 위해선 여자 후배들을 데리고 TGI 프라이데이나 베니건스 정도는 갈 수 있는 센스와 재력은 있어야 했다. 90년대 중반부터 20여 년 동안은 이런 패밀리 레스토랑의 전성기였고, 또 엄청난 경쟁의 시기였다. 한두 시간 줄을 서는 것은 보통이었고 그렇게 해서라도 자리가 나면 행운이었다. 2010년대에 들면서 이 패밀리 레스토랑이라고 하는 카테고리에서는 아웃백스테이크를 지나 V.I.P.S.가 천하를 평정하게 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제 패밀리 레스토랑에 질려버렸다. 20년 만에 가장 팬시했던 트렌드의 생명 주기가 끝이 나버린 것이다. 얼마 전 신문에 났던 베니건스의 시장 철수 소식에 X세대 오빠들은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첫 번째 파도: 한식 뷔페

 

2013년 패밀리 레스토랑이라는 카테고리의 생명이 소멸해갈 때쯤 외식업계에는 새로운 물결이 일기 시작했다. ‘센트럴키친이라는 테크놀로지와 V.I.P.S.라는 브랜드로 패밀리 레스토랑 카테고리를 점령한 CJ 푸드빌은 카테고리의 쇠퇴를 예측하고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바로한식 뷔페. 웰빙과 로컬푸드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CJ 푸드빌의계절밥상은 서양 음식만이 팬시하고 트렌디한 것이라는 믿음을 확실하게 깨뜨린 히트 상품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의 서비스 부분에서의 장점, 그리고 고객들은 알아 차릴 수 없는 패밀리 레스토랑 주방 뒤편의 센트럴키친을 바탕으로 한 푸드 테크놀로지만 그대로 가져오고, 그 이외의 콘텐츠는 한식으로 모두 바꾼 것이 패밀리 레스토랑형 한식 뷔페다.

 

CJ 푸드빌이 만들어낸 한식 뷔페라는 큰 파도 위에 빠르게 올라탄 서퍼(Surfer)는 이랜드와 신세계다. 이 파도가 정말 해변까지 제대로 크게 밀고 나가 줄 것인가? 아니면 그냥 사라져 버리는 작은 물결일 뿐일까? 이런 시장의 시그널을 수집하고 해석하는 기업의 정보력과 판단력, 그리고 파도에 재빠르게 올라타는 능력인 비즈니스 기민성(Agility)은 외식업처럼 트렌드를 장사하는 산업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이랜드의자연별곡과 신세계의올반은 빠르게 판단하고한식 뷔페라는 파도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곧 그 판단은 옳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현재 대한민국 외식업계에서 패밀리 레스토랑형 한식 뷔페는대세가 됐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랜드와 신세계는 큰 파도를 타고 신나게 서핑을 즐기고 있다. 반면에 롯데의 경우는 이런 시장의 시그널은 제대로 읽었으나 아쉽게도 빠르게 올라타지 못했고 파도를 저 멀리 떠나 보냈다.

 

두 번째 파도: ‘스몰 럭셔리간편식

 

최근에 일기 시작하는 또 다른 큰 파도는 외식업과 일반 식품 소매업과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다. 삼원가든 소불고기, 홍대 초마 짬뽕, 조선호텔 포기김치, 광장시장 순희네 빈대떡, 서대문 한옥집 김치찌개, 이 브랜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외식업체의 유명 메뉴이면서 동시에 신세계 이마트의 고급 PB 브랜드인 피코크로 출시된 간편식이라는 점이다. 사다가 집에서 끓여서 먹으면 된다. 홍대의 유명 맛집 초마에서 점심 때 짬뽕을 먹으려면 꽤 오랜 시간 줄 서서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짬뽕 한 그릇에 8000원이다. 반면, 피코크의 초마 짬뽕은 줄 설 필요 없고, 영업 시간도 없다. 그냥 미리 사뒀다가 냉장고에서 꺼내 한 번 덥히기만 하면 된다. 가격은 2인분에 8500원이다. 거의 반값이다. 맛은? 주부들의 온라인 평가를 보시라. 매장의 맛과 별로 다르지 않다. 어떤 것을 택하겠는가?

 

외식업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무너지고 있다. 이것이 요즘 대한민국을 막 강타하기 시작한 새로운 파도다. 신세계가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외식업체와 식품 제조 유통 업체가 협업해 윈윈 하는 전략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맛집에 시간이 없어서 못 가는 사람들, 멀어서 못 가는 사람들, 줄서기 싫어 못 가는 사람들은 피코크의 이런 협업, 융합 제품을 구입해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덥혀 먹으면 된다. 물론 오리지널의 그 느낌과는 다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오리지널을 더더욱 갈구하게 된다. 매장에 더욱 가고 싶어지는 것이다. 신세계와 외식업체들은 협업을 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판타지를 팔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피코크는 간편식이다. 하지만 이전 간편식의 이미지와는 다르다. 예전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간편식은 즉석 라면, 삼각김밥과 같은한 끼 대강 때우기음식들을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하지만 피코크를 필두로 한 요즘의 간편식 제품들은스몰 럭셔리(Small Luxury)’라는 판타지를 판다. 더 이상 한 끼 때우기가 아니다. 비록 우리는 삼원가든에는 못 가지만, 또 비록 조선호텔에는 못 가지만 이 한 끼를 작은 사치로 나 자신에게 선물한다.

 

계절밥상과 피코크의 조선호텔포기김치 

 

이제 막 일기 시작한 이 거대한 파도에 누가 과연 올라탈 것인가? 오리지널의 자리에는 이미 신세계의 피코크가 우뚝 서있다. 이러한 새로운 카테고리 내 줄서기 경쟁에서는 2, 3등까지는 살아남는다. 4등에게까지 내어줄 파이의 몫은 없다. CJ 제일제당도 V.I.P.S.의 주요 메뉴들을 간편식으로 내놓았다. 롯데마트도요리하다라는 새로운 PB 브랜드를 출시하며 피코크를 추격하고 있다. 주요 편의점 업체들도 자체 PB 간편식 브랜드로 열심히 경쟁하고 있다. GS25는 죠스떡볶이와의 협업을 통해 GS25 체인에서만 간편식 버전의 죠스떡볶이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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