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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디자인 툴킷

조용한 청소기? 아무도 안 사더라 고객도 모르는 Unmet Needs를 통찰하라

김철수 | 202호 (2016년 6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제품과 서비스를 기획할 때는 소비자의 숨겨진 요구사항, 즉 잠재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소비자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람은 자기가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고, 안다고 해도 언어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말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맥락, 눈빛, 제스처 등과 같은 비언어적 증거나 평소의 습관적인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더 정확할 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한 데이터 분석뿐만 아니라 기획자, 혁신자, 의사결정자 본인이 고객의 환경 속에 직접 들어가 발견하는 수밖에 없다.

 

 

 

편집자주

필자는 시카고 IIT 디자인대학원(IIT Institute of Design)에서 혁신디자인 방법론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SK텔레콤과 SK플래닛에서 인간 중심의 혁신 방법론(HCI)으로 서비스와 상품을 제안하는 컨설팅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저서로 <당신의 한 줄은 무엇입니까> <인사이트, 통찰의 힘>이 있다.

 

인도 중부 푸네(Pune)라는 지역의 한 가정을 방문해 소비자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필자는 가정 내 이곳저곳을 구경시켜주는 일명 홈투어를 60대 여주인에게 부탁했다. 부엌의 냉장고와 침실을 살펴본 후 다용도실에 들어섰을 때 필자의 눈을 끄는 물건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스테인리스 그릇으로 덮어놓은 큰 양재기였다. 얼핏 보기엔 평범한 물건이지만 사소한 것에서 특별함을 찾는 우리가 이것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뚜껑을 여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내용물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큰 양재기 안에는 음식이나 곡식이 아닌 100여 장은 될법한 사진들이 물에 가득 담가져 있었다.

 

필자는 당장 옆에서 지켜보던 여주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 이 사진들은 우리 딸 결혼식 때 찍은 것들인데, 딸이 쉽게 찢어 버리려고 물에 담가둔 거예요. 최근에 이혼을 했거든요.”

 

사연을 들어보니 상식적으로 충분히 이해가 됐지만 나는 직업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그녀가 사진을 물에 담가서 보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자리에 없어 직접 물을 수는 없었지만 딸에게 질문을 했어도 틀림없이 같은 답을 들었을 테리라. “쉽게 찢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어머니 말처럼 쉽게 찢기 위해 사진을 물에 담가둔 것이라면 딸에게 필요한 솔루션은 무엇이겠는가? 아마도 성능 좋은 가위나 파쇄기가 답이 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녀가 가위가 없어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을까? 인터뷰가 끝난 후 동료들과 나는 이것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그녀에게 보다 심층적인 욕구가 존재할 수 있다고 봤다. 나빴던 기억이든, 좋은 추억이든 이혼을 한 그녀에게는결혼 생활을 정리할 수 있는 자신만의 시간과 방법이 필요했을 것이다. 물론, 그녀 스스로는 인식조차 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녀에게 가위는 오히려 마음정리의 시간과 심리적 여운을 너무 쉽게 빼앗아가는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이렇듯 같은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문제해결의 솔루션이 달라진다. 비즈니스 현실에서 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표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솔루션은 이미 수없이 많은 경쟁자들이 집중하는 영역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로는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냈다고 믿지만 정작 시장에서 외면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결국 기업은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심층적인 욕구를 제대로 간파하고 그 해결책을 찾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비즈니스 성공의 전부는 아닐지라도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스타팅 포인트임에는 틀림없다. 이번 호에서는 공감디자인에서 강조하는 인간의 언메트 니즈(Unmet Needs)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것이다. 이것은 고객 통찰과 비즈니스 기회 발견을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이다.

 

 

 

 

인간의 욕구와 비즈니스 시사점

 

이 글에서 필자는니즈를 인간의 기능적 필요와 심리적 욕구나 욕망을 포괄하는 용어로 사용했다. 인간의 니즈는 목적과 레벨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겉으로 드러나 있어 명쾌하게 정의할 수 있는 표면니즈(explicit needs)가 있다. 사람들 스스로 불편함이나 원하는 것을 쉽게 표현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표현니즈라고도 한다. 반면 사람들 스스로 잘 인식하지 못하고 표현하지도 못하는 내면니즈(implicit needs)가 있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내면에 숨겨져 있다는 측면에서 잠재니즈(latent needs)라고도 한다. 이러한 잠재니즈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충족의 욕구 상태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이것을 미충족 잠재니즈, 즉 언메트 니즈라고 부른다. 마치 북극해에 떠 있는 빙하처럼 사람의 욕구는 겉으로 드러난 모습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사람들 스스로도 표현하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심해의 욕구는 결국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기획자나 혁신가가 발견해야 하는 영역의 것이다.

 

표현니즈와 잠재니즈의 예를 한번 살펴보자. 몇 년 전 카드사, 통신사 등 기업의 제휴 멤버십과 관련한 사용자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프로젝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우리가 만났던 여성 고객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깔린 멤버십 앱을 보여줬다. 우리는 그녀의 앱 화면을 보고 깜짝 놀랐다. 포인트가 95만 점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만났던 사용자들 대부분은 2∼3만 점에 불과했다. , 이 상황에서 포인트를 이렇게 많이 모은 이유에 대해 고객은 어떻게 답변했을까? “5년 정도 모은 것 같은데 계속 쌓기만 하고 거의 못 썼어요. 써야겠다는 생각은 하면서도 정작 어디에서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몰라서요라고 답했다.

 

3시간에 걸친 인터뷰에서 나온 그녀의 표현니즈 중 하나는포인트 사용처를 정확히 알고 싶다이다. 그런데 과연 그녀에게 포인트 사용처 정보를 잘 정리해준다고 해서 포인트를 잘 쓰게 될까? 흔히 겉으로 표현된 고객의 1차적인 말이나 행동을 보고 쉽게 결론을 내리기 쉽다.

 

공감디자인은 확산과 수렴의 과정이기 때문에 당장 답을 내지 않아도 좋다. 우리는 더 많은 확산적 증거를 찾기 위해 그녀의 일상 속 커머스 활동을 세밀하게 탐침(探針)했다. 그 와중에 그녀가 자주 찾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를 살펴봤다. 온라인 공간에서 회원들은 멤버십 혜택을 모으고 절약하는 방법들에 대해 자신들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었다. 그녀 역시 자신의 노하우와 사례를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이 관찰결과에서 우리는 그녀가 포인트에 대해 가지는 욕구는 ‘애착과 자부심이라는 결론을 수렴할 수 있었다. 이것은 그녀가 기업이 제공하는 포인트에 가지는미충족 잠재니즈. 아직 기업들의 솔루션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욕구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한 푼도 쓰지 않고 혜택을 모으고 있었으며, 그들만의 공간에서 자부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유형의 고객에게는 포인트 사용처를 제대로 전달하는 기능적 필요의 해결책이 아니라 고객과 포인트의 애착관계를 강화하거나 포인트를 적립하는 과정에서의 소소한 노력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감성적 욕구의 해결 장치를 고민하는 것이 훨씬 성공 가능성이 높다. 니즈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솔루션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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