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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이 말하는 미래

한국의 2030년이 일본의 2015년이라고? 인구학적 눈으로 보면, ‘난망(難望)’이다

조영태 | 209호 (2016년 9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일본에 저출산 문제가 부각된 것이 1989, 우리나라는 2002년이다. 수치로만 보면 우리나라 인구구조는 15∼20년의 시차를 두고 일본을 뒤따라가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상황을 현재 일본을 통해 투영해본다. 하지만 이는 인구의 다양한 사회적 맥락을 빠트린 단편적 시선. 조영태 교수는 미래를 더 정확하게 그려보기 위해서는 인구현상의 원인과 흐름을 두루 살피는인구학적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업들도 무조건 물건을 열심히 만들어 팔 것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할 때 인구학적 관점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지난 15년간 지속돼온 초저출산 현상이 우리 사회의 가장 위협적인 요소라는 언론의 보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놀라울 만큼 초저출산 문제에 무신경하던 정치권에서도 최근 저출산대책특별위원회를 설치할 만큼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출산 현상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은 여전히 막연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우리나라가 일본의 뒤를 따라가지 않을까라는 예측 때문으로 판단된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5∼20년 빠른 1990년대 초반부터 이미 초저출산 현상을 경험해오고 있으며 2014년 고령자 인구가 26%를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2002년 초저출산 현상이 시작돼 2030년이면 고령자 인구가 25%를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가 일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 틀린 말은 아닌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예측이 서로 다른 두 가지 감정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15년 후 일본처럼 된다는 주장은 일견 겉보기에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그러나 또 속내를 보면 일종의기대감도 엿보인다.

 

우리가 따라가고 있는 일본의 경제상황은 현재 어떠한가. 저출산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2016년 현재 전 세계에서 세 번째 가는 경제대국의 위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의 사례를 보면 우리가 지금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 두 가지 인구현상인 저출산과 고령화가 반드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암울하게만 만들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2030년 대한민국도 일본의 2015년처럼 호황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성장을 지속하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경제상황을 누릴 것인가. 거시적인 인구변동만을 고려한다면 그러한 전망은 충분히 가능하다. 일본의 저출산이 국가의 주요 사안으로 등장한 것이 1989년인데, 우리나라는 2002년이었다. 일반적으로 고령사회라고 말하는 고령자 인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가 된 것이 일본은 1994년이고 우리나라는 내년을 전망하고 있다. 일본도, 우리나라도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데 매우 인색했고 현재도 그러하다. 이처럼 거시적인 인구 특성만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일본을 뒤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일본을 통해 15∼20년 뒤의 우리나라 경제상황을 투영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2015, 한국의 2030년 시나리오

하지만 인구는 단순한 숫자가 아닌 다양한 사회 요소들을 반영하고 있다. 그것들을 고려해보면 필자의 견해로 최소한 경제적인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2030년이 2015년의 일본과 유사할 것이라는 전망은 현실감 떨어지는 기대에 불과하다.

 

첫째, 우리나라는 일본에 비해 기초체력이 약하다. 일본은 식민지를 통해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해외 시장을 개척해왔고 그 역사가 이미 150년이 훌쩍 넘었다. 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정치적 영향력과 지위를 획득했다. 해외에 나가보면 일본의 저력을 쉽게 실감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많은 동남아 국가들의 주요 운송수단이 된 오토바이가 그것이다. 오토바이를 부르는 각국의 말이 있지만 동남아 국가에서 오토바이를 지칭하는 대명사는혼다이다. 브랜드 이름과 상관없이 오토바이를혼다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오토바이 시장에서 혼다의 역사와 점유율을 그 어떤 브랜드도 따라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이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가장 많이 운행되고 있는 승용차는 도요타, 혼다, 그리고 미쓰비시 등 일본 차다. 자동차는 내구재이기 때문에 시시때때로 정비와 부품교환이 필요한데 이 역시 일본의 부품이다. 한마디로 전 세계에 일본 자동차 관련 제품들에 대한 수요가 끊임없이 창출되는 구조가 이미 만들어져 있다. 이것이 비단 자동차에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현재 우리나라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약진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우리의 기초 체력은 일본에 비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만일 글로벌 경제위기나 시장경쟁이 심화되는 등의 위험요소가 발생할 때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둘째, 일본이 저출산과 고령화를 겪기 시작할 때 일본과의 교역이 활발했던 우리나라, 대만, 중국 등 주변 국가들은 모두 젊은 인구를 지니고 있었다. 특히 이들 국가 모두 생산과 소비를 가장 많이 하는 35∼55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시기였다. 이는 주변국이 이미 고령화된 일본이 생산하는 제품을 소비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반면 2030년 우리나라가 일본의 오늘날과 같은 인구구조를 갖게 될 때에는 주변의 주요 교역국가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고령화된 인구구조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생산시장이자 소비시장인 중국 역시 전체 인구에서 고령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5%를 넘어서게 될 것이다.

 

 

중국은 1983년부터 최근까지 시행된 한 자녀 정책 때문에 출산율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고 지속적인 고령자 사망률 감소로 우리나라보다도 더 빠른 인구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고령자 비중이 커진다는 것은 시장규모의 축소를 의미한다. 2015년의 일본은 비록 고령화를 겪으며 자국의 시장은 축소됐어도 우리나라와 중국의 시장이 커져 있으므로 경제성장에 큰 지장을 겪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2030년은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의 시장규모도 지금에 비해 크게 축소된 후다. 오늘과 같은 경제교류가 이어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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