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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팔 것인가 경험을 팔 것인가 外

한진영,이승윤,김진욱 | 226호 (2017년 6월 Issue 1)
Marketing

물건을 팔 것인가 경험을 팔 것인가



Based on “Waiting for Merlot: Anticipatory Consumption of Experiential and Material Purchases”, by Amit Kumar, Matthew A. Killingsworth and Thomas Gilovich in Psychological Science, published online 21 August 2014.



무엇을, 왜 연구했나?

초기 SNS 마케팅은 주로 기업이 메시지를 기획해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중심을 둔 일방향적인 것이었다. 예컨대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기업의 페이스북을 홍보하고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클릭, 팔로어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 초기 SNS 마케팅의 전형적인 방법이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단순한 SNS 이벤트 활동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직접 만들어나가는 쌍방향적 ‘참여형 SNS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쌍방향 참여형 콘텐츠는 소비자들을 콘텐츠와 관련된 아이디어 도출 과정이나 제작 과정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는 데서 출발한다. 소비자들이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기업의 콘텐츠를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왜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SNS 콘텐츠 활동이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을까?

최근 들어 가장 두드러진 소비 패턴의 변화는 사람들이 물질재(Material things)를 구매하는 것보다 경험재(Experiential things)를 구매하는 데 더 열중한다는 것이다. 2015년 미국 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는 물건 구매액보다 경험하기 위해 쓰는 돈의 비중이 더 커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스마트폰, TV와 같은 제품을 구매하는 데 돈을 쓰기보다는 유명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가서 좋은 음식을 먹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나 인기 있는 뮤지컬의 티켓을 구매해 특별한 경험을 하는 데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쓴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이 경험재를 구매하는 데 열을 올리기 시작한 걸까? 그 해답은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 중에 하나인 ‘행복’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사람은 행복을 추구한다. 인생의 목표도 결국 행복에 놓여 있다. 현대인들이 새로운 TV나 핸드폰을 사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사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원하는 음식을 먹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 가수의 콘서트를 보거나, 가고 싶은 곳을 여행하는 데 돈을 쓰는 것은 여기에서 더 큰 행복을 느끼게 됐기 때문이다.



무엇을 발견했나?

코넬대 심리학과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 교수와 동료들은 실험을 통해 실제로 실험 참가자들이 물질재보다 경험재에 돈을 쓸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끼는지를 살펴봤다. 첫 번째 실험에서는 참여자들에게 각기 다른 두 가지 상황을 상상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게 했다. 하나는 경험재를 구매한 후 기다리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자신이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거나,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입장하기 위해서 기다리는 상황들을 상상한 후 그러한 기다림과 관련된 자신의 감정상태를 표현하게 했다. 다른 하나는 물질재를 구매한 후 기다리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본인이 좋아하는 휴대폰을 온라인상에서 구매한 후 기다리는 상황에서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서 표현해보게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참여자들은 경험재를 기다리는 상황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감정들을 표현했다. 경험재를 기다리는 상황을 상상했을 때는 ‘기대가 된다’ ‘흥분된다’와 같은 긍정적인 감정을 주로 나타낸 반면 물질재의 경우에는 대부분 ‘(기다리느라) 짜증이 난다’ ‘조바심이 난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주로 표현했다. 이를 통해 물질재에 비해 경험재가 상대적으로 소비의 시작점부터 더 큰 행복감을 제공해준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직접적으로 물질재와 경험재가 얼마만큼 본인들에게 행복감을 가져다주는지(Feeling of Happiness), 신이 나게 해주는지(Feeling of Excitement), 즐거운 감정을 가져다주는지(Feeling of Pleasantness)를 표현해달라고 요청했다. 첫 번째 실험 결과와 유사하게 참여자들은 본인들이 물질재를 구매할 때보다 경험재를 구매할 때 더 행복을 느끼고, 더 신이 나며, 더 즐거운 기분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왜 경험을 사는(Buying Experience) 행위가 물건을 사는(Buying Things) 행위보다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걸까? 첫째, 사람들은 흔히 본인들이 가진 물건의 가치를 타인들이 가진 물건과 비교해 판단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끊임없이 우리가 가진 물건의 가치를 타인이 가진 것과 비교한다. 내가 모임에 BMW 3시리즈를 타고 갔는데 친한 친구가 훨씬 더 비싼 벤틀리를 타고 오는 모습을 보면 왠지 내가 타고 온 차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식이다.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데 치명적인 한계가 있는 셈이다. 재벌가의 아들로 태어나지 않고서야 나보다 더 비싼 차나 좋은 가방을 가진 사람은 너무나도 많을 테니 말이다. 반면 경험재의 경우에는 타인이 가진 경험재와의 비교를 통해 그 가치를 평가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경험재를 소비할 때 행복을 느낄 만한 기회를 더 많이 찾을 수 있는 이유다.

둘째, 경험재의 소비는 타인과 공유될 수 있지만 물질재의 소비는 타인과 공유되기 힘들다는 점도 경험재의 가치를 높인다. 물질재는 함께 소비하고 있다고 해서 공유한다는 감정을 주기 힘들다. 내가 새로운 삼성 휴대폰 S8을 가지고 있고, 내 친한 친구 역시 같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친구와 내가 무엇인가를 공통적으로 나누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기는 힘들다. 반면 친구나 연인과 함께 떠난 4주간의 유럽 여행의 기억은 영원히 함께 공유될 수 있다. 이처럼 경험재의 소비는 내가 좋아하는 누군가와 함께 ‘무엇인가를 나눈다’는 느낌을 직접적으로 안겨주고 타인과 연결돼 있다는 느낌은 인간을 행복하게 해준다. 인간에게는 타인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고 싶어 하는 이른바 ‘소속의 욕구(Belongness need)’가 있는데, 경험재는 이 소속의 욕구를 잘 채워줌으로써 인간을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마지막으로 물질재가 가져다주는 행복의 절대적인 크기가 많이 줄어들었다. 과거 재화가 희소했던 시절엔 물건을 하나하나 구매하는 행위가 가져다주는 행복의 크기가 컸다. 하지만 필요한 물건을 이미 많이 소유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경우는 다르다. 새로운 물건을 구매하는 행위가 즉각적인 행복감을 안겨주긴 하지만 그 행복감은 빠르게 소멸되고 만다. 처음 자동차를 샀을 때의 행복감은 크지만 이미 자동차가 있는 상황에서 자동차를 바꿈으로써 느끼는 행복감은 처음 자동차를 구매했을 때만 못한 것처럼 말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최근 들어 마케팅에서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경험 마케팅(Experience Marketing)’이다. 앞서 말한 SNS 마케팅도 일방향적인 것에서 고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참여형 콘텐츠 마케팅으로 변해가고 있다. 온라인 공간보다 훨씬 더 오래전부터 변화의 흐름을 받아들인 곳이 바로 오프라인 공간이다. 국내의 오프라인 리테일 매장은 이미 경험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변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이다. 과거에는 백화점을 ‘물건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규정하고 운영했다면 현대백화점 판교점은 백화점을 ‘즐겁게 놀고 체험하는 공간’이라 재정의했다. 주로 쇼핑몰 내 입점해오던 롯데마트가 12년 만에 대형 단독 매장 서울 양평점을 선보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 역시 ‘방문 고객에게 어떠한 경험을 줄 것인가’였다. 이를 위해 파격적으로 1층을 판매공간이 아닌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인공 숲을 만들어서 방문객들에게 자연스러운 쉼터를 마련했고, 여러 가지 문화 이벤트를 체험할 수 있는 무대공간을 만들었다. 과거 마트 1층은 고객들에게 물건을 가장 잘 팔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이제 많은 기업들은 마트 1층이 고객들에게 최적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해줄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한다.

현대인들은 물건을 사는 것보다는 경험하는 데서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 따라서 기업들이 본인들이 만든 콘텐츠에 소비자들을 자연스럽게 참여시키거나 좋은 경험을 주는 데 방점을 찍고 서비스를 제공할 때 소비자들은 자연스럽게 해당 기업이나 기업이 판매하는 물건에 호감을 보이게 될 것이다. 이제 물건을 팔려고 하기보다는 물건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에 집중하고,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소비자를 참여시킴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해 줄 때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성균관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University of Wales에서 소비자심리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글로벌 마케팅 리서치 컴퍼니인 닐슨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며 다양한 국내외 마케팅 리서치에 참여했다. 캐나다 맥길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현재는 건국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 연구 분야는 ‘디지털·소셜 미디어 마케팅’ ‘소비자 심리’ 등이다. 저서로 <바이럴: 입소문을 만드는 SNS 콘텐츠의 법칙> <구글처럼 생각하라> <디지털 소셜 미디어 마케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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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진영[email protected]

    -중앙대 창의ICT공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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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윤

    이승윤[email protected]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승윤 교수는 디지털 문화 심리학자다. 영국 웨일스대에서 소비자심리학으로 석사학위를, 캐나다 몬트리올의 맥길대에서 경영학 마케팅 분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비영리 연구기관 디지털마케팅연구소(www.digitalmarketinglab.co.kr)의 디렉터로 디지털 및 빅데이터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공간은 경험이다』 『디지털로 생각하라』 『바이럴』 『구글처럼 생각하라-디지털 시대 소비자 코드를 읽는 기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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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진욱

    김진욱[email protected]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건국대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경영학과 회계학을 전공하고 코넬대에서 통계학 석사, 오리건대에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럿거스(Rutgers)대 경영대 교수, 금융감독원 회계제도실 자문교수 및 기획재정부 공기업 평가위원을 역임했으며 2013년부터 건국대 경영대학에서 회계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건국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국회계학회 부회장, 한국거래소 기술평가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된 연구 분야는 자본시장, 회계 감사 및 인수합병(M&A)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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