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웹툰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타파스미디어는 미국의 모바일 ‘스낵컬처’ 확산을 주도하고 때로는 편승하며, 회사 설립 5년 만에 큰 성공을 거뒀다. 특히 2016년 봄부터는 한국의 게임회사 등에서 처음 개발된 수익모델인 ‘부분 유료화’를 도입해 안정적인 매출 신장을 만들어내고 있다. 핵심 성공요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 전제조건인 ‘네트워크 효과’ 창출에 성공했다. 2) ‘양면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북미시장의 특성과 문화를 고려해 가능성 있는 작가를 발굴했다. 3) 한국 게임회사에서 처음 시작된 ‘부분 유료화’ 모델을 적정한 시기에 도입했다. 미리 ‘후원’ 형식으로 ‘지불에 대한 기억’을 만들어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우경(서강대 경영학과 졸업·미국 조지아대 석사과정 입학 예정) 씨가 참여했습니다.
“그게 되겠어? 성공 가능성 0%야!”
최근 5년간 한국에서 성공한 스타트업 중 하나로 꼽히는 웹툰 비즈니스 기업인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처음 투자자를 찾아 나섰을 때 들었던 얘기다. 투자자들은 “웹툰은 어차피 ‘무료로 본다’라는 생각이 당연시되고 있고, 네이버와 다음 등 대형 포털도 처음부터 유료인 경우는 없다”며 네이버와 다음이라는 거인들의 게임에 스타트업이 뛰어들어 ‘유료화’라는 무리수로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만큼 레진엔터테인먼트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물론 그 결과는 우리 모두가 아는 그대로다.11최기영, 정새롬, 박재홍, “웹툰은 무료? 유료만화 성공 가능성 ‘0’? 만화光들, 작가·독자 共生의 시장 만들다”, DBR Startup Case Study:레진엔터테인먼트, 190호(2015년 12월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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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성공 가능성이 제로라는 얘기를 들었던 스타트업 기업이 하나 있다. 2012년 봄, 구글에서 일하던 한국인 프로젝트매니저 한 사람이 ‘세계 최고의 기업이자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회사’를 나와 자신만의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아이디어도 황당했다.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가 양분하고 있는 미국의 만화시장에 당시 한국에서 이미 대세가 돼 있던 ‘웹툰’을 비즈니스화해 뛰어든다는 생각이었다. 한국의 웹툰을 미국에 소개하는 게 아니라 한국의 ‘선진’ 웹툰 비즈니스 모델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다는 생각이었다.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초기에 투자자들을 찾아다닐 때 들어야 했던 그 말, ‘그게 되겠냐, 성공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얘기를 이 ‘엉뚱한 창업가’ 김창원 대표 역시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보란 듯이 2012년 3월 ‘타파스미디어’를 실리콘밸리에 세우고 투자 유치에도 성공한다. 그리고 5년이 지났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2016년 5월 ‘유료화’에 성공한 이후 월평균 30%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만7000명에 육박하는 작가 수를 확보했고, 이들이 만들어 낸 작품 수만 3만6000여 개에 이른다. 3만6000여 개가 각각 연재가 되고 있으니 ‘하나의 편수’로 쪼개보면 총 60만여 편이 타파스미디어에 올라와 있다. 웹툰을 보기 위해 북미지역과 세계 각지에서 가입한 회원 수는 200만 명이고 월평균 방문자는 160만 명이 훌쩍 넘는다. 매월 회원 수는 10%씩 증가하는 추세이며, 누적 페이지뷰는 20억 뷰가 넘은 상황이다. 유료화 성공 이후에도 투자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엉뚱한 천재 김창원 대표와 혜안을 가진 투자자들 참고.)
DBR mini box Ⅰ
엉뚱한 천재 김창원 대표와 혜안을 가진 투자자들
김창원 타파스 대표는 서울대에 입학했다가 졸업을 하지 않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미시간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뒤 삼성전자에 취직했다. 그러나 곧바로 뛰쳐나와 블로그 업체 TNC를 다른 창업자들과 함께 성공시켰고, TNC는 구글에 인수됐다. 구글이 아시아에서 인수한 유일한 벤처기업이었다. 구글코리아에서 2년여, 구글 본사에서 2년 정도를 일했지만 모두가 선망하는 직장인 구글에서 다시 나와 타파스미디어를 설립했다. 본래 만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그였지만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잠깐씩 야후코리아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특히 구글 본사로 건너간 2010년, 미국에는 한국과 같은 웹툰 플랫폼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본래 만화를 보지 않던 자신이 어느 순간 웹툰을 찾고 있다는 사실, 다음과 네이버웹툰, 레진코믹스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 시장에 한국의 웹툰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시장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의 이런 과감한 창업 결정 과정과 그가 말하는 비즈니스 모델, 미국에서 ‘웹툰 시장’을 만들어내고 타파스미디어를 반드시 크게 성공시키겠다는 의지를 보고 한국과 미국의 투자가들이 나섰고, 지금까지 약 70억 원(미화 약 570만 달러) 가까운 투자액이 모였다.
DBR이 한국형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미국 스타트업의 아성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해 북미시장 공략에 성공한 타파스미디어의 전략을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