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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런던의 택시기사도, 한국의 직장인도 기존 전제 버려야 ‘고수’ 될 수 있어

송규봉 | 227호 (2017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세계경제포럼 <일자리의 미래 보고서>는 금융서비스업(Financial Services)의 미래를 좌우할 변화의 요인을 언급했다. ① 빅데이터·처리 역량 ② 모바일·인터넷·클라우드 기술환경 ③ 신흥시장의 모바일 이용자 ④ 업무 성격의 근본적인 변화 순이었다.
한 분야에서 탁월해지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며 시대에 뒤지지 않고 괜찮은 역량을 갖추는 것도 만만치 않다. 스스로 이끌지 않으면 남들이 이끄는 대로 살아가야 한다. 근본적인 통찰과 오랜 숙련을 감당해야 한다. 자신이 선택한 분야의 전체 맥락, 성취 수준, 현재 한계를 모두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핵심적인 지식이 무엇일지도 내다보고 미리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나열된 핵심 주제 중에서 자신이 가장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해서 스스로 지식을 쌓아가야 한다.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어려운 면허시험

런던 택시기사 면허시험은 가혹하다. 평균 4년이 걸린다. 최종 합격까지 평균 8000시간의 연습량이 필요하다.1 대신 합격 후에는 연수입 평균 1억 원 내외를 기대할 수 있다. 런던 택시기사는 GPS나 내비게이션을 사용할 수 없다. 1800년대부터 유지해온 런던 택시의 전통 때문이다. 2만5000개 길거리와 2만 개 건물을 모두 암기해야 한다. 교통상황, 신호등, 차선 수, 건물의 순서, 공사구간, 새로 생긴 레스토랑과 술집을 모두 기억해야 한다. 두 아이의 아빠 맷 매캐비(Matt McCabe)는 30대 후반이다. 필기시험은 통과했다. 구술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 지도 한 장을 들고 스쿠터에 오른다. 종일 런던시를 돌아다니며 머릿속에 경험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런던 택시 면허시험은 ‘지식시험(Knowledge Test)’이라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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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오전 12시40분, 테이트모던미술관에서 공연장 오투(The O2)까지 가장 적게 신호등을 받아서 가야 한다면 당신이 선택할 최선의 경로는 무엇인가?” <지도 1>처럼 구글맵에서 경로를 검색해보면 우선 3가지가 제시된다. 하지만 시험장에서는 순전히 자신의 두뇌만 써야 한다. 구술시험관은 런던 택시 수십 년 경력을 자랑하는 현역 베테랑들이다. 길거리 이름, 건물 순서, 좌우회전, 공사구간을 정확하게 구술해야 한다. 매캐비가 하루도 거르지 않고 365일 하루 평균 13시간씩 스쿠터를 타고 교통상황을 공부하고 다니는 이유다. 비나 눈이 오면 현장학습은 더 중요하다. 거를 수 없다. 정체구간이나 도로사정을 정확히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2


런던대 뇌과학자들이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런던의 택시기사와 버스기사의 두뇌에는 차이가 있을까? 런던 택시의 필기시험을 통과한 연습생부터 수십 년 경력자들의 뇌사진을 fMRI3 로 촬영했다. 매일 지정된 경로를 반복해서 운전하는 버스기사의 뇌사진도 찍었다. 인간의 두뇌에서 공간기억을 담당하는 곳은 후위해마(posterior hippocampi)다. 택시기사의 후위해마는 버스기사에 비해 훨씬 더 발달했다. 운전경력이 오래된 택시기사일수록 해마가 더 컸다. 통계적으로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4 치매에 걸리면 기억력이 급격히 쇠퇴하는데 해마의 크기부터 축소된다. 내비게이션이나 GPS에 의존하는 운전자의 해마 크기도 축소된다.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교양잡지

시사만화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① 만화 실력 ② 시사 상식 ③ 유머 감각 이상 셋 중에 하나만 가지고는 어려울 것이다. 만화가 로버트 맨코프(Robert Mankoff)는 20대에 ①②③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는 1925년에 창간한 주간 잡지 <뉴요커>의 만화 부문 편집장을 1997년부터 2017년 4월까지 맡았다. 성공한 미국 만화가 중 한 사람이다. 만화 부문 편집장의 주된 업무는 매주 <뉴요커>에 도착한 약 1000개의 만화 중에서 16∼17개를 선별해서 잡지에 게재하는 일이다. 채택률은 1.7%, 가혹한 채택률이다.


그는 어떻게 까다로운 <뉴요커>에 수백 편의 작품을 싣고 나중에는 만화 부문 편집장이 될 수 있었을까? 심리학을 공부하던 20대의 맨코프는 1974년부터 1977년까지 2000개의 만화 작품을 <뉴요커>에 보냈다. 단 한 작품도 선택을 받지 못했다. 가혹한 채택률을 적용해도 서른 편 이상은 뽑혀야 했다. 고심하던 맨코프는 뉴욕도서관으로 갔다. <뉴요커> 창간호부터 하나도 빼놓지 않고 잡지에 실린 모든 만화를 한 컷 한 컷 연구하기 시작했다. 50년 분량이니 2700권가량이다. 잡지 한 부당 17컷이 실렸다면 총 4만 컷을 분석한 셈이다. 맨코프는 ⓐ 그림(drawing) ⓑ 생각 ⓒ 독창성 세 가지 패턴을 발견했다.

맨코프가 원래 가지고 있던 기본 전제 ①②③은 모두 무너졌다. ⓐ <뉴요커>는 ‘만화(cartoon)’가 아니라 ‘그림(drawing)’을 원했다. 맨코프는 <뉴요커>가 유머가 담긴 ‘만화’를 원한다고 믿었다. 맨코프의 신념은 <뉴요커>의 내부 정책과 엇갈렸다. ⓑ <뉴요커>는 그저 웃긴 ‘만화’가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드는 ‘그림’을 원했다.5 일상에 쫓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에 잠기게 만드는 그림’이 채택됐다.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그림’ 말이다. ⓒ 독창성은 필수였다. 이전에도 없고 다른 누구와도 차별되는 독특한 표현방법을 지닌 그림들만 채택됐다. 맨코프는 기존 스타일을 버렸다. 시행착오를 거쳐 점을 한 땀 한 땀 찍어서 그림을 그리는 점묘법을 연마했다.6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림 3>의 왼쪽 그림은 회사 보스에게 업무지시를 받을 당시의 상황을 느낌표(!)로 표현했다. 그리고 보스의 사무실을 나올 때 회의와 의심이 생기기 시작해서 자신의 사무실에 도착할 무렵은 물음표(?)에 빠진다. 업무 추진에서 확신이 의문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그림에서 폭소를 유발하거나 상황을 과장하는 극적인 요소는 찾기 힘들다. 하지만 회사 생활하는 직장인들이라면 자주 겪는 경험이다. 목청이 보이는 큰 웃음 대신 미소를 지으며 스스로 되돌아보게 만든다. 상사는 상사대로, 부하는 부하대로 소통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그림 3>의 오른쪽 그림은 제목도, 설명도 없다. 전구와 문장기호 하나를 가지고 창의성을 표현했다. 창의성은 막막한 물음표(?)로 시작해서 전구에 불이 켜지듯 느낌표(!)로 마감되는 과정이라고. 물음표를 3차원 조각품이라고 가정하고 이것을 공중에 걸어놓고 천천히 시계방향으로 회전시키면 느낌표로 모양이 바뀐다는 설정이다. 계속 회전시키면 다시 물음표로 돌아갈 것이다. 창의성은 결국 물음표와 느낌표를 함께 품는 것이라고 알려준다. 의미가 깊지만 무겁지 않고, 깨달음을 주지만 가볍고 유쾌하다. <뉴요커>가 추구하는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그림’이다. 맨코프는 자신이 고집했던 고정관념 ①②③을 버리고 독자들이 원하는 ⓐⓑⓒ를 선택함으로써 새로운 전환을 맞이했다. 그가 품었던 물음표가 느낌표로 전환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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