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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위한 활용 가이드

인공지능, 경영 최적화의 한 방법. 응용 기술 개발 못하면 의미 없어

이경전 | 228호 (2017년 7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인공지능이라 하면 사람처럼 움직이는 로봇, 사람처럼 생각하는 컴퓨터를 떠올리지만 현실의 인공지능은 꼭 그렇게 복잡하고 섬세할 필요가 없다. 원하는 목표를 최적의 방법으로 달성하는 방법이 곧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 시대, 기존 기업이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다.

1. 현재 회사가 맞닥뜨리고 있는 문제들을 확인하라
2.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공지능과 비인공지능 기법들을 실험/평가하라
3. 인공지능 시스템을 도입할 경우 중장기적 목표를 갖고 움직이되 단기적 성과도 제시하라
4. 인공지능의 한계를 이해하고 인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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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링테스트는 잊어라

‘최적화’가 곧 인공지능이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처럼 오해와 과장(Hype)을 끊임없이 낳고 있는 말도 드물다. 동시에, 그런 오해와 과장이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사회의 관심을 주기적으로 끌어주면서 성장하고 있는 독특한 분야다. 필자는 30여 년 전부터 인공지능을 연구해왔다. 필자의 경험으로 볼 때 인공지능을 전공하고 연구한다는 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자신의 오해와 타인의 오해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인공지능에 기대하는 자기 자신의 희망과 좌절, 사회의 희망과 좌절의 과정을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다.

인공지능이라는 분야는 특히 그 이름 때문에 성공이 곧 부정으로 이어지는 패러독스에 시달려왔다. 자신의 분야가 성취한 것에 대한 소유권을 잃어버리게 되는 운명이다. 인공지능 분야에 어떤 기술적 성취가 이뤄지면 그것은 더 이상 인공지능이 아닌 것으로 간주된다. 예를 들어 빠른 길을 찾아주는 티맵, 카카오내비 같은 자동차 내비게이션 앱은 20년 전 인공지능 분야에서 연구하던 주제다. 네이버의 뉴스 본문 읽기 서비스 역시 인공지능을 전공한 학자들이 만들어낸 서비스다. 그러나 이제 사람들은 티맵이나 네이버의 본문 읽기 서비스를 쓰면서 이것이 인공지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사람들은 새로운 기술에 익숙해지면 그 기술을 더 이상 인공지능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항상 더 새로운 기술을 추구하며 우리가 아직 도달하지 못한 무언가를 인공지능이라 간주한다. 그래서 미국의 인지과학자 더글라스 호프스태터는 그의 명저 <괴델, 에셔, 바하(1980)>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인공지능은 아직 성공하지 않은 것을 일컫는다(AI is whatever hasn't been done yet).”

인공지능에 대한 이런 오해들은 역사가 깊지만 1995년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필자는 그해 인공지능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바로 그때 인공지능 분야에 혜성과도 같은 교과서가 나왔다.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법(Artificial Intelligence: A Modern Approach)>이다. 스튜어트 러셀과 피터 노빅이라는 당시 30대의 학자들이 내놓은 이 야심 찬 교과서는 지금까지도 연구자들에게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이 책이 각광을 받게 된 이유는 인공지능을 정의하고 인공지능에 접근하는 방법이 현대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인공지능이 인간과 비슷한, 인간을 흉내 내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기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 ‘합리적 에이전트(rationally behaving agent: 합리적 행동 대리 기계, 줄여서 rational agent)’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합리적인 에이전트란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행동하며, 불확실성이 있을 때는 최상의 예상 결과를 도출하는,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목적 함수를 최대화하는 주체다.

이런 관점은 당시 필자에게도 충격을 줬다. 인공지능은 인간을 흉내 내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또한 막연히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시달릴 것이 아니라 생각은 못해도 행동하는 기계를 만드는 데에 집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됐다.

1995년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통합학술대회(IJCAI·International Joint Conference on AI)에서는 더 큰 충격을 주는 논문이 발표됐다. 패트릭 헤이즈와 케네스 포드가 공저한 ‘튜링테스트는 유해하다(Turing Test considered Harmful)’라는 이 논문은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 인공지능을 위한 현명한 목표가 아니며 1950년 이래 튜링의 비전을 준수해온 것이 인공지능 연구에 큰 해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튜링테스트는 컴퓨터과학과 인공지능의 아버지로 불리는 앨런 튜링(1912∼1954)이 제안한 것이다. 그는 인간이 어떤 (보이지 않는) 대상과 대화를 나누는데 그것이 인간인지, 컴퓨터인지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인공지능이 비로소 달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후배 학자들은 튜링의 견해를 신줏단지 모시듯 절대시했다. 1995년에 발표한 헤이즈와 포드의 논문은 이를 비판한다. 튜링테스트를 너무 절대시하는 것이 인공지능 분야 연구에 해가 된다는 것이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새처럼 날개를 퍼덕거리며 나는 것만을 “비행”이라 정의하고 “새처럼 날기” 테스트를 통과하려고 애썼다면, 인간은 아직 하늘을 날지 못할 것이다. 어떤 방법으로든 하늘을 날면 되는 것이지 새처럼 날개를 퍼덕거리면서 날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늘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은 새처럼 날고 싶다는 ‘인공 비행’의 비전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베르누이 방정식이라는 유체역학에 근거한 항공공학으로 해결됐다.

1995년은 대단한 해였다. 인공지능에 대한 합리적, 과학적 접근이 활발히 모색되기 시작한 원년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지식이 세계 곳곳의 인간들에게 전파되는 속도는 매우 느리다. 22년이 지난 지금도 많은 전문가와 일반인들은 인공지능에 대한 비합리적, 비과학적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여전히 인간을 닮은 기계, 생각하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인공지능 연구라고, 튜링테스트를 통과하는 것이 인공지능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앨런 튜링조차도 튜링테스트를 인공지능의 궁극의 목표로 제안한 것이 아니다. 그는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변하기 위해 하나의 테스트를 고안해낸 것뿐이었다.

2017년 현재 인공지능에 대한 합리적, 과학적 분석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공지능에 대한 합리적, 과학적 이해가 있어야 한다. 1995년부터 제기되기 시작한 ‘합리적 에이전트’로서의 인공지능을 이해해야 한다. 물론 이 개념 역시 새로운 주장과 새로운 패러다임에 의해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1950년의 튜링테스트라는 패러다임을 1995년의 합리적 에이전트라는 패러다임으로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 극복 위에, 또다시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논의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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