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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대한 생각

김남국 | 230호 (2017년 8월 Issue 1)

아인슈타인이 프린스턴대에 자리를 잡자 많은 미국인들은 세기의 천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좋은 질문도 있었지만 아인슈타인의 지식을 떠보기 위해 “소리의 속도가 얼마냐”는 식의 단순한 질문도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생각의 크기만큼 자란다(장석만 저, 유아이북스, 2014)>란 책에 보면 이런 질문에 지친 아인슈타인이 했던 말이 나옵니다. “소리의 속도가 얼마인지는 책을 찾아봐야 알 수 있다. 나는 책에 나온 정보를 기억하지 않는다. 책에 나오지 않는 것을 연구한다.”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은 여전히 주입식이며 정해진 답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책에 나오는 답을 외우는 게 의미가 없는 활동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역사 발전에 기여하는 행동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기존 지식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깊은 사유를 통해 새로운 관점과 지식을 만들어낸 선각자들 덕분에 발전해왔습니다.

실제 아인슈타인은 장비나 실험의 도움 없이 오로지 생각의 힘만으로 시공간이 상대적이라는 놀라운 발상의 전환을 이뤄냈습니다. 그의 이론은 수십 년이 지나고 인류가 첨단 장비를 활용하면서 사실로 입증됐습니다. 예를 들어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GPS 위성에서의 시간이 지구에서의 시간과 다르다는 게 입증되면서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초신성 폭발등으로 우주의 시공간이 왜곡된다는 중력파 가설은 2015년에 와서야 확인됐습니다. 생각은 위대한 창조의 원천입니다.

생각의 힘은 비단 자연과학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자’와 ‘존재’를 구분하는 혁명적 사고로 인류의 철학적 인식을 완전히 뒤바꿔놓았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양초라고 부르는 사물은 ‘존재자’로 볼 수 있습니다. 특정 재료와 모양을 갖추면 사람들은 그것을 양초라는 존재자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양초라도 누구에게는 불을 밝히는 도구로, 누구에게는 온화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도구로, 또 누구에게는 향기를 주는 도구로 전혀 다르게 ‘존재’합니다. 즉, ‘존재자’가 현실에서 다양한 인간과 사물과 만나서 무언가를 하게 되는 상황이 바로 ‘존재’입니다. 세계는 ‘존재자’들로 구성된 게 아니라 ‘존재’의 집합체라는 게 하이데거의 생각입니다.

따라서 존재자보다는 존재가 더 중요합니다. 실제 전구 기술이 발달하면서 ‘존재자’로서의 양초에만 집착했던 많은 기업들은 몰락했지만 ‘존재’에 집중했던 기업들은 손님을 환대하는 도구나 좋은 향기를 내는 수단 등으로 양초를 재해석해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에 실린 김경묵 인문디자인경영연구원장의 글에는 하이데거의 생각이 마크 와이저를 거쳐 스티브 잡스의 아이패드로 태어나는 과정이 드라마틱하게 서술돼 있습니다. 큰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사례로 일독을 권합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생각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경영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빌딩이나 공장, 복잡한 시스템 등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경영과 혁신의 요체는 생각입니다. 인간의 작은 두뇌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활동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원천입니다. 생각에 대한 생각을 음미하시면서 새로운 지혜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이번 호부터 Trend & Insight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DBR 아티클의 상당수가 논문에 육박하는 긴 분량을 갖고 있습니다. 깊이 있는 지식을 전하기 위해서는 이런 아티클도 필요하지만 급변하는 시기에 짧지만 강한 통찰을 주는 콘텐츠도 바쁜 독자 여러분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다고 판단해 짧고 강렬한 아티클을 이번 호부터 대폭 보강했습니다. DBR 케이스 스터디 등은 Management Solutions 코너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새로워진 DBR과 함께 행복한 여름휴가와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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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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