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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물리적 가치보다 정보의 가치 중요“시장을 바꿀 수 있나?” 묻고 또 물어야

임일 | 236호 (2017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존 산업군별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략

1. 제조업 : 정보기술(IT)과의 결합을 통해 제품의 물리적 가치 외에 고객에게 새로운 정보(서비스) 가치를 제공

2. 소프트웨어 산업 : 인공지능(AI)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축적해 각 고객의 상황에 맞게 최적화

3. 서비스/금융산업 : 네트워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IT와 금융 서비스를 결합

4. 의료 산업 : 국가별 환자의 체질과 질병 양상이 다른 만큼 AI 도입과 함께 데이터, 특히 ‘로컬’ 데이터 확보에 주력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4차 산업혁명이 곧 세상을 뒤바꿀 것같이 소란스럽지만 아직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임일 교수가 ‘4차 산업시대의 비즈니스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제시하려 합니다. 이 원고는 저서의 내용에 최근 현황을 덧붙여 작성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논의는 자율주행 자동차나 로봇과 같은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첨단산업에서 큰 혁신이 일어나고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비즈니스가 출현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이 같은 논의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4차 산업혁명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첨단 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또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제조, 서비스, 금융과 같은 기존 산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크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변화의 속도나 혁신의 정도는 첨단 분야에서 더 클지 모르지만 전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기존 산업에서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다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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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정보기술(IT)을 제조 기술에 적용해 제조 공정(스마트 팩토리)을 한층 유연하게 만드는 것을 ‘인더스트리 4.0’이라 부른다는 것은 이미 설명했다. 또한 사물인터넷(IoT)이 제조기업의 공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고, 이에 대한 전략이 어떠해야 하는지는 지난 DBR 233호에서 다룬 바 있다. (‘플랫폼의 플랫폼 역할 하는 인공지능,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는 자가 승리’ 참고.) 이번 호에선 제조업체의 공장이 아니라 판매나 마케팅과 같은 시장 관련 전략에 초점을 맞추기로 하겠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음에도 IT가 제조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제조업은 제품의 물리적 디자인과 가공이 중요한데 IT가 아무리 발전해도 제품의 물리적인 속성을 바꿔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IT가 자동차 엔진의 출력을 직접적으로 향상시켜 주거나 2차 전지의 에너지 밀도를 높여주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IT가 물리적인 제품의 ‘가치’를 높여줄 수는 있다. 고객이 어떤 제품에 대해 느끼는 가치는 크게 ‘물리적인 가치’와 ‘정보(서비스)의 가치’로 이뤄져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라는 제품의 경우 출력이나 내구성 같은 자동차의 물리적인 속성에 따른 가치가 기본적으로 중요하지만 여기에 할부 서비스와 같은 정보의 가치가 더해져 최종적인 가치를 이루게 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자동차 리스는 자동차를 구입하는 데 목돈을 소비하는 대신 매달 사용료를 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한다. 리스를 하든, 구매를 하든 자동차의 물리적인 속성은 동일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가치는 다르다. 그 가치의 차이가 바로 ‘서비스(정보)의 가치’다. 리스라는 새로운 판매 모델이 가능해 진 것은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각 고객의 신용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게 된 데다 차종별, 주행거리별 차량의 잔존 가치(구입가나 설치비용에서 감가상각 비용을 뺀 자산가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즉, 정보를 토대로 한 분석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이런 정보의 가치를 잘 실현한 기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GE를 꼽고 있다. GE는 제트엔진이라는 물리적인 제품에 정보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있다.1  GE는 제트엔진에 수많은 센서를 부착,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엔진의 고장 징후를 미리 감지하고 예방정비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GE의 제트엔진을 구매하는 항공사에 엔진가격의 일부만 먼저 받고 특정 시간(가령 5000시간) 동안 고장이 나지 않으면 나머지 비용을 지불받는 식의 새로운 판매모델을 개발했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정해진 시간 내에 고장이 나면 나머지 비용을 내지 않아도 돼서 좋고, 고장이 나지 않을 경우에도 그만큼 운행을 많이 할 수 있으니 이득이다. 엔진의 추력이나 연료 효율과 같은 제트엔진의 물리적인 가치는 바뀐 것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서비스의 가치가 증가하면서 고객이 느끼는 전체 가치는 크게 높아졌다. GE가 이 같은 혁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다량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데다 이를 정확히 분석해 고장을 예측하고 그에 따른 손익분석을 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IT가 발전하고 IT와 제조기술, 제품기술이 결합함에 따라 머지않아 다른 제조 회사들도 생산라인과 제품에서 실시간(혹은 실시간에 가깝게)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기업들은 현재 수집되는 데이터뿐 아니라 앞으로 추가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될 상황을 가정하고 ‘고객에게 새로운 정보 가치를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스마트폰이나 전기자동차용 2차 전지를 생산하는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전지에 들어가는 센서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보면 어떻게 추가적인 ‘정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별로 전기 사용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자동차용 전지의 경우 차종별, 운행 지역별, 운전 습관별 전기사용 패턴을 분석해 전지 성능을 개선함은 물론이고 충전시설의 최적 설치 지점을 분석하거나 더 나아가 자동차를 개발하는 데도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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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일

    임일[email protected]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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