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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8. 토이저러스

아마존 플랫폼서 지름길만 찾으려다...토이저러스, 핵심 경쟁력 잃고 몰락

정연승,장재웅 | 239호 (2017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전 세계 어린이들의 지상낙원이었던 토이저러스가 미국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냈다. 토이저러스의 몰락을 두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마존 때문이다. 토이저러스는 오프라인 최대 장난감 유통업체였지만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넘어가는 소비자들의 쇼핑 트렌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자사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아마존 플랫폼에 올라타 지름길만 찾으려 하다가 핵심 경쟁력인 온라인 쇼핑 대응 능력을 상실한 것. 토이저러스 사례는 온라인 유통업체의 공습에 떨고 있는 대형 오프라인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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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팔아온 세계 최대 완구 유통업체 토이저러스(Toys“R”us)가 무너졌다.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토이저러스가 지난 9월18일 미국 버지니아주 리치먼드에 위치한 동부지방법원에 자발적으로 파산보호(챕터11)1 를 신청한 것. 전 세계 250여 개 국가에 매장을 두고 여전히 어린이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프라인 완구 유통업체의 갑작스런 파산신청 소식에 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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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

토이저러스는 2차 세계대전 종료 후 베이비붐이 일던 1948년 찰스 라저러스(Charles Lazarus)가 미국 워싱턴 DC에 문을 연 아기용품점에서 출발했다. 이후 장난감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한 라저러스는 1957년 장난감을 뜻하는 토이(Toy)와 자신의 이름 라저러스(Lazarus)를 합쳐서 그의 두 번째 가게인 ‘ToysRus’를 메릴랜드주 록스빌에 세웠다. 토이저러스는 장난감만 전문적으로 모아 파는 최초의 상점으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이후 토이저러스는 특정 니치 마켓에서 효율적이고 전문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카테고리 킬러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1980년대 이후 수백 개 매장을 세우면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 1691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장난감 체인점이기도 하다. 한국에는 2007년 롯데쇼핑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진출했다.


토이저러스는 1957년 창립 이래 유아용 장난감 분야 ‘카테고리 킬러’로 오랫동안 어린아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카테고리 킬러란 종합 소매점에서 취급하는 상품 가운데 한 계열의 품목군을 선택, 그 상품만큼은 타 업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상품구색을 갖추고 저가격으로 판매하는 전문 업태를 말한다. 토이저러스는 1980년대부터 놀이공원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매장과 저렴한 가격, 다양한 상품구성을 무기로 수백 개 매장을 열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있던 토이저러스 매장은 뉴욕 관광객의 필수 방문코스였고 ‘사람들이 아이를 낳고 기르는 한 토이저러스는 망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유행하던 시기도 있었다.

승승장구하던 토이저러스는 예상과는 달리 2000년대 들어 월마트(Walmart), 타깃(Target) 등 대형마트들이 장난감 할인 판매에 열을 올리면서 위기를 맞았다. 여기에 온라인 게임, 스마트폰 등 과거에는 경쟁자들이 아니었던 새로운 놀거리들이 어린이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이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토이저러스는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대부분 효과가 없었다. 대형 할인매장들이 저가를 무기로 손님을 낚아채고 아이들은 장난감보다 온라인 게임에 열광하는데 토이저러스는 ‘브랜드 파워’에만 기대려 했다. 획기적인 가격 정책을 내놓지도 못했고 키즈아러스(Kids“R”Us)나 베이비저러스(Babies“R”Us)처럼 고객을 연령별로 나눠 “R”Us만 붙인 매장 숫자 늘리기에 급급했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부터 성장하기 시작한 온라인 쇼핑 트렌드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2005년 토이저러스는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 위기를 경험한다. 손님이 줄고 매출이 떨어지자 미국 내 100여 개 매장이 문을 닫았고 직원 수천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결국 토이저러스는 거대 사모투자기업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에 66억 달러에 매각됐다. 이 선택이 토이저러스 불행의 서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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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광반조(回光返照), 잠시 살아나는 듯했던 토이저러스

2005년 토이저러스가 KKR에 매각됐을 때 많은 전문가는 “KKR이 토이저러스의 단물만 빼먹고 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토이저러스는 2006년부터 예상과 다르게 빠르게 살아나는 듯했다. 2006년 제리 스토치, 래리 가드너 등을 포함한 새 경영진이 들어선 후 매출이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더니 2008년 금융위기에도 굳건한 모습을 보였다. 2005년 111억 달러였던 매출은 2011년 1월 138억6400만 달러로 뛰었다. 금융위기에도 전 세계 매장 수는 2009년 1350개에서 2011년 1392개로 늘었다.

2006년 새로 부임한 제리 스토치 CEO는 “토이저러스를 장난감 업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독특한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한다. 대형 할인마트들과 출혈 경쟁을 벌이는 대신 ‘업의 본질’에 충실한 방향으로 토이저러스 매장을 개편하겠다는 메시지였다. 이후 토이저러스는 체험 중심형 매장으로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그리고 이 전략은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토이저러스의 분전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다. 매출 증가세는 2012년을 기점으로 감소세로 반전했고 지난해까지 이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손익 측면에서도 2007년부터 2011년까지 5개년 동안 평균 1.4% 이익률을 유지했지만 2012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특히 2013년 10억 달러 이상의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후 최근까지 조금씩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2015년 잠시 반짝했던 연말 매출액은 2016년부터 다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토이저러스의 지난해 매출액은 115억4000만 달러(약 13조 원), 영업손실은 3600만 달러(약 407억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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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저러스 몰락, 위험한 도미노 게임

앞서 이야기했듯 토이저러스의 위기는 이미 2000년대 초반 시작됐다. 2006년 후 잠시 실적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토이저러스는 이때 이미 경쟁력을 잃고 있었다. 토이저러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브랜드였고 아이들에게 최고의 놀이터였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다. 바로 쇼핑 패턴의 변화다.

2006년 토이저러스는 경쟁사인 타깃 출신 CEO 제리 스토치를 영입한다. 그리고 그는 토이저러스를 ‘체험형 매장’으로 바꾸는 시도를 한다. 그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아이들은 바뀐 토이저러스 매장에 열광했고 아이들 성화에 부모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토이저러스 매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부모들은 아이들과 함께 토이저러스를 방문해 새로운 장난감을 실컷 구경했지만 정작 구매는 집에 가서 아마존으로 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패러다임이 변한 것이다. 결국 토이저러스의 실패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온라인 유통업체에 무릎을 꿇은 사건이다. 장난감 왕국 토이저러스의 몰락 원인을 알아보기 전에 왜 토이저러스가 파산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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