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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노베이션(Chinanovation)’에 주목할 때

김남국 | 247호 (2018년 4월 Issue 2)

글로벌 무역의 패턴을 설명하는 주요 이론 중 하나로 레이먼드 버논 하버드대 교수의 라이프 사이클(life cycle) 접근법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이론의 기본 전제는 선진국, 특히 미국이 최첨단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한다는 것입니다. 실제 PC, 인터넷 등 혁신적 비즈니스의 대부분은 미국에서 탄생했습니다. 따라서 수명주기 초기 제품의 생산과 수출을 미국이 주도한다는 라이프 사이클 이론의 예측은 현실과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화와 초경쟁 환경의 도래로 이 이론의 설명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 혁신이 먼저 이뤄져 나중에 선진국으로 전파된다는 ‘역혁신(reverse innovation)’이란 개념이 등장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그런데 역혁신은 적정한 품질에 초저원가를 강조합니다. 제약(constraint)이 혁신을 촉진하기 때문에 개도국의 열악한 환경은 초저원가 혁신의 원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 역혁신만으로 설명하기 힘든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초저원가 기반의 혁신 외에 최첨단 기술 분야의 혁신도 개도국, 특히 중국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호 DBR 스페셜 리포트에서 그 근거를 충분히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변화의 핵심에는 데이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는 그 양과 질 측면에서 다른 나라를 압도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기술을 선도하려면 데이터를 확보하고 처리하는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동차와 전혀 상관없는 구글이 자율주행기술을 선도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이 무섭게 추격하고 있습니다. 열악한 도로 여건과 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교통 문화 속에서 나오는 데이터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수집된 선진국 데이터로 개발하기 힘든 난도 높은 기술을 확보하도록 지원해줍니다. 또 중국은 선진국과 달리 고객정보 보호 정책도 촘촘하게 설계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 높은 자유도를 갖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오랜 자본주의 역사를 가진 선진국에서는 일정한 산업 발전의 경로가 존재합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초기에는 수많은 기업이 치열하게 경쟁하다 소수 기업으로 집중화가 이뤄집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산업 내 집중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율주행 같은 차세대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취약한 중국 자동차 기업들은 스타트업과 열린 자세로 협업하며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이들은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갖춘 선진국의 지배적 사업자에 비해 개방성과 혁신 의지가 매우 높습니다. 유통이나 금융 분야에서도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업이 고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전에 온라인 및 모바일로의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유통이나 금융 서비스 수준이 낮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디지털 변환 속도와 파급력은 오히려 선진국을 압도합니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정책도 혁신 친화적입니다. 현행법에 저촉되는 사업 모델이라도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시장에서 충분히 검증을 해볼 수 있도록 허용한 뒤 성공한 모델에 대해 사후적으로 규제 정책을 마련합니다. 미국에서 유학한 우수한 이공계 인력도 혁신의 동력으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중국 기업의 혁신 전략을 집중 분석했습니다. 역혁신이란 개념이 포괄하지 못하는 중국의 혁신을 이해하기 위해 차이나노베이션(Chinanovation, China+Innovation)이란 새로운 단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번 리포트를 토대로 중국의 혁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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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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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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