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고도의 공학적 지식을 가진 인재만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AI는 소수의 전문가 집단만을 위한 분야가 아니다. 철학이나 문학,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도 30시간 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얼마든지 AI를 활용해 기업 활동을 혁신하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AI를 도입하려면 비즈니스 영역 탐색, 목표 수립, 데이터 수집 및 적재, 인공지능 PoC(Proof of Concept) 모델 개발, 상용화 모델 개발 등 총 5가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데 이 과정 중 처음 4가지 영역은 코딩이나 공학 지식이 없더라도 얼마든지 수행할 수 있다. 상용화 모델을 개발할 때 비로소 코딩 등 공학 지식이 필요하다. AI 대중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일반 매니저들이 AI 프로젝트를 주도할 수 있으며, 이런 접근이 오히려 성공 확률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은 현재 IT 시스템의 2배에 가까운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AI가 이 정도의 잠재력을 가진 것이 맞는지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 산업 전반에 AI가 적절히 도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기업인이 AI 기술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실제 AI를 활용해 사업 구조를 혁신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AI 기술 자체가 가진 어려움과 관련이 있다. 이 글에서는 기업들이 AI를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무엇인지 진단하고 기업들이 AI를 적극 활용해 사업 구조를 혁신하기 위한 5단계 절차를 소개한다.
AI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두려움AI 원천 기술은 20세기에 대부분 개발됐다. 하지만 인프라 등 여러 가지 이슈로 인해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1년 이미지 인식 성능 평가에서 26%였던 오인식률이 2015년 3.5%로 급격히 줄어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신경망 기반 인공지능(딥러닝) 기술이 재조명됐다. 불과 5년 만에 AI 기술이 갑작스럽게 부상하면서 막연한 불안감도 확산됐다. AI의 핵심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것과 AI를 활용하는 것을 동일시하는 사람도 늘었다. AI를 활용하려면 수학적으로 깊은 이해가 필요하며 박사 학위 논문을 쓰는 수준의 연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고도의 공학적 지식을 가진 인재만이 AI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AI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높게 형성했다. AI는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영역이 아닌 소수의 전문가 집단을 위한 분야라는 인식이 아직까지도 팽배하다.
하지만 AI 기술은 보편적으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AI 선두 기업들은 이를 위한 기술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AI는 소수의 전문가만이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핵심 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혁신할 수 있는 대중화, 보편화의 길이 열리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AI 전문가를 채용하는 방법 외에 내부 직원 육성을 통한 AI 활용이란 대안을 모색할 수 있다. 실제 선도적인 기업들은 AI 보편화라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최적화된 교육과 정책을 통해 AI 역량을 기업에 내재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펼치고 있다. 특히 공학적 배경이 전무한 전략이나 인사, 마케팅, 재무회계 분야 등의 전문가도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 사업 혁신을 이뤄내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기업이 AI를 활용해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AI 기술에 대한 이해보다 더욱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다. 뉴질랜드의 한 낙농업 기업 사례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이 회사는 생우유를 원재료로 치즈 등 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경영진은 생우유와 공장 세 곳의 상태에 대한 변수를 넣으면 어떤 품질의 유제품을 생성할 수 있는지 AI로 예측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유제품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이 회사는 6년간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모았기 때문에 충분히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경영진은 그 이 유를 찾았다. 만약 이 회사가 외부의 AI 전문 기업에 프로젝트를 맡겼다면 어떤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 것인지에 대한 합리적인 가설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유제품 생산에 대한 이해가 없는 외부 전문가들은 어떤 데이터가 누락됐기에 예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는지 가설을 세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낙농업 생산에 대한 깊은 전문성을 가진 이 회사의 내부 전문가들은 두 가지 가설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하나는 세 곳의 공장 상태가 다를 수 있음을 가정하고 공장마다 적용될 수 있는 AI 모델을 독립적으로 구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매년 기후가 바뀌었음을 고려해 기후 데이터가 유제품에 미치는 영향력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위 두 가지 사항을 AI 모델 개발에 반영한 뒤, 해당 모델은 평균 93% 이상의 품질 예측도를 보이며 기업에 큰 가치를 줄 수 있었다. 공장을 가보지 않았거나 유제품에 대한 제조 경험이 없는 인력이 이런 가설을 도출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 시행착오는 기간과 비용의 증가를 의미하며 이로 인해 ROI가 낮아지면 프로젝트가 도중에 좌초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법률 회사라면 AI 전문가를 고용해 서비스 혁신을 추진하기보다는 변호사에게 AI를 교육해서 혁신을 추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당신의 기업을 AI 시대로 이끄는 5단계 절차AI에 대한 막연한 공포나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면, 다음에 소개할 5단계의 절차를 통해 AI를 기업 전반의 영역에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1.효율적인 AI 매니지먼트 인력 양성AI 도입을 위해서는 비즈니스 영역 탐색, 목표 수립, 데이터 수집 및 적재, 인공지능 PoC(Proof of Concept) 모델 개발, 상용화 모델 개발 등 총 5가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많은 사람은 이 5가지 프로세스 대부분을 고도의 공학적 지식과 코딩 능력을 갖춘 AI 전문가가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더 큰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 5가지 과정 중 무려 4개 과정은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고 있는 일반 경영 관리자들이 주도해야 한다. 마지막 상용화 모델 개발만 엔지니어들이 주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그림 2)
앤드루 응(Andrew Ng) 교수는 “처음 몇 개의 AI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AI 프로젝트들이 성공하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필자가 프로젝트를 총괄한 KB그룹사의 AI 내재화 과정에서도 응 교수의 주장이 매우 타당하다는 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인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상황을 진단한다.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툴(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Azure Machine Learning Studio, Rapidminer, 삼성SDS의 britgtics ai 등)을 활용하면
코딩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경영 관리자들, 심지어 철학이나 예술을 전공한 사람들도 약 30시간 정도의 교육만 받으면 얼마든지 가설을 세우고 데이터를 모아 AI PoC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AI 매니지먼트 인력이다. 이 인력들은 AI 관점에서 기업에 큰 의미를 주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데이터 수집/수행/운영/관리 등의 과정을 총괄할 수 있다. AI 매니지먼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필수 역량은 코딩이 아니라 산업 혹은 직무에 대한 이해도다. 산업이나 직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은 현업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의 인과관계를 인지하고 있으며 정량화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적인 인사이트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AI 매니지먼트 인력은 AI 알고리즘 개발이 주목표가 아니다. 즉, 이미 개발된 AI 기술을 산업에 활용하는 것이 주목표다. 현업에 바쁜 경영 관리자들에게 굳이 과도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되는 파이선(Python) 등의 코딩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
2.비즈니스 이해를 바탕으로 파일럿 프로젝트 실시AI 매니지먼트 인력 양성 프로세스를 통해 산업 이해도가 높은 인력들이 AI 매니저 역할을 수행할 수 있게 됐다면 기업은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이 생긴다. AI 매니저는 현업에서 주어진 데이터와 투입 가능한 리소스를 바탕으로 기술적으로 달성 가능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해야 한다.
파일럿 프로젝트를 킥오프하기 전까지 여러 의사결정이 있을 수 있으며 내부에도 서로 다른 의견이 제기될 것이다. 심지어 구글에서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직원이 많았다고 한다. 따라서 구글도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은 음성인식의 정확도를 높이는 프로젝트를 먼저 추진해 AI의 성과를 조직원들이 큰 부담 없이 체감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민감하지 않은 분야에서 먼저 성과를 내서 AI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을 개선한 후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인 광고나 지도 등과 관련한 프로젝트를 진행해 성공을 이어갔다.
구글의 사례에서 보듯이, AI 매니저가 보유하고 있는 산업에 대한 인사이트를 최대한 활용해 내부 조직원들의 이해도를 충분히 높이고, 여러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AI가 수용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좋다. 해당 산업에 대한 지식 없이 외부에 제안하는 프로젝트에 비해 성공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AI 매니지먼트 인력을 양성하는 시점부터 최초의 AI 파일럿 프로젝트가 도출될 때까지의 기간은 6개월 이내로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 더 이상 길어지면 조직 내에서 AI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수 있다. 따라서 가급적 6개월 내에 구체적인 성과를 달성할 확률이 높은 분야에서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게 좋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력이 AI 프로젝트를 주도하면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설득력이 높아질 뿐만 아니라, 결과물에 대한 분석을 기술적 관점이 아닌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파일럿 AI 프로젝트의 가치를 의사결정자에게 적합한 형태로 보고할 수 있으며, 의사결정자는 난해한 기술 용어가 아닌 비즈니스적으로 해석된 보고서를 바탕으로 AI 프로젝트에 대한 명확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을 것이다.
3.경영진(임원) 및 AI 엔지니어 교육 실시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AI가 기업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면 기업 내부에서는 모멘텀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이 모멘텀을 바탕으로 AI 도입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두 그룹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우선, AI에 대한 경영진의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AI 의 품질 자체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경영진 교육은 필수적이다. 경영진(임원) 교육은 AI가 기업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이해하며, 이에 따른 전략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때에도 코딩이 수반된 형식의 어려운 교육보다도 코딩 없이 AI 모델을 실습할 수 있도록 교육 내용을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적합한 형태의 AI 교육은 실습을 포함해 7시간 내외의 교육으로도 충분히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한 국내 기업이 코딩이 수반된 교육을 경영진에게 실시한 사례가 있는데 경영진에게 불필요한 피로도를 주면서도 의사결정과 큰 관련 없는 내용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한다.
AI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한 교육은 AI 파일럿 프로젝트가 유효함을 AI 매니저로부터 증명받은 이후부터 시작된다. 즉, AI 상용화 모델을 만드는 역량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게 목적이다. AI 매니저들이 실제 AI가 필요한 영역을 탐색해 발굴하고 검증하는 역할을 담당한다면, AI 엔지니어들은 이를 토대로 경쟁력 있는 AI 모델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전통적인 AI 엔지니어 영역에 대한 교육과 AI 보편화 흐름에 맞는 시스템 활용 능력을 갖추도록 유도하는 두 가지 형태의 교육이 필요하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AI 엔지니어의 경우 공학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경우가 많다.
4. 확장된 AI 프로젝트 실시1∼3단계의 과정을 거치며 양성된 AI 매니지먼트 인력과 AI 엔지니어 인력을 바탕으로 AI 적용 범위를 확대해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AI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 4단계의 핵심 목표다.
초기 AI 프로젝트의 성과를 기업 내부에 공유할 수 있다면 4단계는 보다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KB그룹사 플랫폼 중 하나인 KB 차차차는 중고차 시세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해 AI 기반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조직 전체의 AI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다 보니 이후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차량을 추천해주는 개인화 AI 시스템 개발 등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또 중고차 거래 플랫폼을 뛰어넘어 금융업의 다른 영역에도 AI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인력 양성 과정을 통해 AI 전문 조직이 구축되고 첫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나면 AI 영역의 확장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을 해야 한다.
5. AI 기반의 진입장벽 구축AI의 위력은 선순환 구조에 있다. 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가진 인력이 AI를 개발할 수 있다면 적은 인력으로 AI를 활용해 경쟁력을 높일 뿐만 아니라, 소비자 친화적으로 최적화된 AI가 개발과 발전을 거듭하는 선순환 구조를 마련할 수 있다.
즉, 최적화된 AI는 보다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출시를 가능케 하고, 이로 인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활용해 AI가 고도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그림 3) 이런 선순환 구조는 더 큰 네트워크 효과를 기업에 제공해주기 때문에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다.
구글은 2019년 6월 XLNet AI 시스템을 발표했다.(그림 4) 구글의 기존 자연어 처리 모델보다 오류율을 약 16% 개선한 모델이다. 구글은 AI 기업의 주요 자산이 될 수 있는 기술들을 위와 같이 개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 구글이 번역 데이터 등에서 위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또 동일한 기술을 다른 기업에서 활용한다 해도 구글이 가진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따라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얼마든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는 선순환 구조가 강력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규제, 규모의 경제, 전환비용, 자본비용 등이 중요한 진입장벽의 원천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시대에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진입장벽의 원천이 되고 있다. 이제 기업은 AI 역량을 신속하게 내재화해 강력한 진입장벽을 구축함으로써 경쟁 우위를 유지, 강화해야 한다.
필자소개 손진호 Algorithm LABS 대표 [email protected]필자는 한국정보올림피아드 은상을 수상했으며 AI를 활용한 최적설계 연구원(Pidotech), SW인력양성기관 면접관(삼성전자)으로 활동했다. KB차차차 개인화 인공지능 시스템 총괄(KB캐피탈) 프로젝트 등을 수행하고 있다. AI 인력 양성 및 AI 기술의 산업 적용을 지원하는 알고리즘랩스를 창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