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관련 주제를 다룬 이번 호 DBR(동아비즈니스리뷰) 스페셜 리포트 콘텐츠를 준비하면서 유독 생각이 났던 인물이 있다. 앨런 튜링 같은 ‘수학자’도, 제프리 힌튼 같은 ‘컴퓨터 과학자’도 아닌, 바로 한국 최고의 지성이자 ‘인문학자’인 이어령 (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이었다.
알파고와 이세돌 간 대국이 열렸던 2016년 여름 어느 날, 그를 만났다. 바둑 천재 이세돌의 패배를 두고 “이제 AI가 인간을 지배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에 대해 그는 “AI가 위험한지, 아닌지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것 자체가 지식인들의 위선”이라고 일축했다. AI라는 말(馬)의 등에 올라타 말을 이용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말과 사람이 직접 경주해 인간이 졌다는 당연한 결과를 놓고 호들갑을 떠는 게 답답하다는 설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