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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5. 창의 산업의 글로벌 전략

현지화 전략을 통한 ‘캐치 업’보다
한국적인 것의 글로벌화에 승부 걸어라

고정민 | 289호 (2020년 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창의 산업이란 창의성의 여러 갈래 중에서도 문화 예술적 창의성을 기초로 하고, 이를 극대화함으로써 꽃 피운 산업을 말한다. 한국은 그동안 창의 산업의 후발주자로서 선진국 기업들을 빠르게 벤치마킹하는 캐치 업(Catch up)에 집중했다. 주로 현지화 전략을 쓰면서 동남아, 중국 등 아시아 시장을 공략했고, 기획사 주도로 팬덤을 조성하고 매스컴을 활용했으며, OSMU(원 소스 멀티 유즈) 접근을 통해 IP 확장을 꾀했다. 그러나 한류 열풍으로 한국 창의 산업의 위상이 달라지면서 기업들의 전략적 초점이 캐치 업에서 리딩(Leading)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지화보다는 한국적인 것의 글로벌화, OSMU보다는 트랜스 미디어 스토리텔링, 매스컴보다는 SNS 1인 미디어를 통한 팬덤의 자발적 조직화가 유효한 전략으로 부상했다.




“얼음이 녹으면 어떻게 되나요?”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얼음이 녹으면, 물이 된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인문학적 창의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얼음이 녹으면, 봄이 온다”고 대답할 수도 있다.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흔히 창의성은 새로운 무엇인가를 생각하거나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새로운 착상(着想), 의견을 생각해내는 능력을 말한다. 학문적으로 창의성에 관한 연구는 18세기 후반부터 진행됐는데 정신분석이론을 개척한 프로이트의 연구도 그중 하나다. 현대에 들어 창의성의 대표적인 이론가는 길포드다. 길포드(Guilford)는 창의성을 두고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거나 적절한 아이디어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나아가 이러한 능력을 기초로 하는 사고’로 정의했다. 또 다른 학자인 오즈번(Osborn)은 창의성을 ‘일상생활에서 당면하는 문제를 새롭고 독특한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 설명했다.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이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좌뇌형 인간은 논리적인 사고로, 우뇌형 인간은 상상력 있는 사고로 창의성을 구현한다. 흔히 시간이 되면 밥을 먹는 사람, 주위의 다른 것을 둘러보지 않고 똑바로 길을 걷는 사람,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는 데보다 설명하는 데 관심이 있는 사람 등을 좌뇌형 인간이라 한다. 반대로 시간과 상관없이 배고플 때 밥을 먹는 사람, 주위의 호기심 있는 것을 기웃거리면서 길을 걷는 사람,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는 데 좀 더 관심 있는 사람 등은 우뇌형 인간이라 한다.

이를 창의성과 연결 짓는다면 좌뇌형 인간은 과학적 창의성, 우뇌형 인간은 예술적 창의성을 가진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다. 과학적 창의성은 수렴적 사고가 중심이 되고, 예술적 창의성은 확산적 사고가 주를 이룬다. 수렴적 사고는 가능한 한 가장 훌륭한 접근을 추구하고, 합리적인 대안들만을 고려하며 의식, 논리, 질서를 강조한다. 반면 확산적 사고는 가능한 많은 대안을 창안하려 노력하며 합리성을 반드시 요구하지는 않는다. 우연의 개입을 환영하고 무의식, 비약, 무질서를 강조한다. ‘얼음이 녹으면, 봄이 된다’라는 사고는 이러한 확산적 사고에서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고흐의 ‘사이프러스와 별이 있는 길’이라는 유명한 작품이 있다. 고흐는 동생인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금까지 내가 본 방식으로 그린 화가가 아무도 없다는 게 놀라워. 사이프러스는 그 선이나 비례에서 이집트의 오벨리스크만큼이나 아름다워, 그 녹색에 아름다운 특질이 있고, 햇볕이 내리쬐는 풍경에 검정을 뿌려놓은 것 같아.’ 이처럼 고흐는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관찰했다. 자기만의 독특한 예술적 안목으로 창의성을 발휘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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