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은 2018년 말부터 입장을 바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바이오젠과 공동경영 관계였기 때문에 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닌 관계회사로 보고 지분법 회계처리를 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설립 당시 로직스가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종속회사로 판단했을 가능성을 인정했던 금감원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며 로직스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명시한 바이오젠의 공시와도 충돌한다. 또한 금감원이 고의적 분식회계의 증거로 제시한 로직스 내부 문건에도 그러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문건은 회계를 잘 알지 못하던 내부 직원이 손실 회피를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다가 외부 회계법인의 자문을 받아 정당한 지분의 분류 변경 회계처리를 수행한 과정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금융당국과 검찰은 무리하게 고의적인 분식회계를 주장하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건을 끌어왔다. 이는 회계 감독의 정치적 중립성과 해석의 일관성, IFRS에 근거한 회계 판단의 자율성 보장 등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사례로서 많은 교훈을 남긴다.
편집자주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를 둘러싼 논란의 진실’을 주제로 세 편의 글을 게재합니다. 411호(2025년 2월 2호)와 413호(2025년 3월 2호)에 각각 게재된 1, 2편에 이어 마지막인 3편을 소개합니다. 2012년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는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과 합작으로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85대15의 지분비율로 설립한다. 지분비율이 85%이므로 로직스는 에피스를 지배하는 것으로 판단해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한다. 2015년 에피스가 두 종류의 약품 개발에 성공하자 로직스는 앞으로 바이오젠이 보유한 옵션을 행사해 지분율이 50대50으로 변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국제회계기준(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IFRS) 규정에 따르면 옵션이 있는 경우 옵션이 앞으로 행사될 것으로 예상되는지를 따져야 한다. 행사가 예상된다면 행사된 것으로 가정하고 지배력이 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 로직스는 에피스에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해 지분의 분류를 변경하는 회계처리를 실시했고 이에 따라 주식 보유 기간 동안의 가치 변동분을 당기손익에 반영했다. 지난 원고 1편과 2편에서 설명했듯 이 사건에는 왜 로직스의 회계처리가 분식회계인지에 대한 세 가지 주장이 등장한다. (표 1) 1차와 2차 주장은 유사하지만 3차 주장은 내용이 거의 정반대일 정도로 다르다. 이 글은 3차 주장이 제기될 무렵인 2018년 하반기부터 벌어진 일을 소개한다.
최종학 교수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 가치평가』 『사례와 함께하는 회계원리』,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