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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Think the “Unthinkable”

김현진 | 341호 (2022년 03월 Issue 2)

프랑스의 종합 건설 기업 빈치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내 회의는 건강 및 안전 이슈 업데이트로 시작됩니다. 15분간의 이 안전 회의에서 모든 직원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사소한 규칙까지 일일이 체크합니다.

리스크 대응에만 급급한 게 아니라 작업장의 근본적 안전 상태를 높이려는 노력도 돋보입니다. 빈치는 작업장 내 안전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합니다. 전력망 작업자들을 위한 안전 장갑 개발 기업, 생체 데이터를 통해 과로로 인한 부상을 사전에 차단하는 안전 모니터링 솔루션 업체 등에 투자하면서 ‘안전을 통한 혁신’을 꾀하는 겁니다. 또한 약물, 알코올 남용 방지 프로그램 등 정신 건강 관리와 관련된 교육도 실시해 눈길을 끕니다.

빈치 사례에 지금 국내 기업들이 특히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올해 1월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때문입니다. 이 법률이 제정된 배경에는 ‘사회적 분노’가 있었습니다. 젊은 근로자들이 산업 현장에서 아까운 생명을 잃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후진적 비극을 막기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부랴부랴 제정, 시행되긴 했지만 이 법에 찬성한 쪽과 반대한 쪽 모두 의무 규정의 모호함과 적용 범위, 실효성 등을 놓고 불만이 적지 않습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선 법 제정의 초점이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에 맞춰져 있어 부담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하지만 이미 법은 시행됐고 기업이 해야 할 일은 이 새로운 법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보다 엄격해진 ‘사회적 분노’의 잣대에 근본적, 선제적으로 대응할 철학과 전략을 찾는 일입니다. 이때 참고할 만한 벤치마킹 대상으로 전문가들이 꼽는 선진 기업들을 살펴보면 세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첫째로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세뇌에 가까운 교육과 캠페인을 펼침으로써 ‘안전이 곧 습관’이 되도록 하는 리스크 관리 시스템입니다. 두 번째로는 안전사고 발생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기술에 대한 투자’입니다. 셋째로는 조직원들의 신체적 사고뿐 아니라 정신 건강을 지키는 일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꼽을 수 있습니다. 미국의 최대 건설사 ‘벡텔’, 미국의 화학 기업 ‘듀폰’ 등 남다른 안전관리로 유명한 선두 기업들이 모두 이 세 가지 노력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중대재해법은 기업인이나 노동자, 전문가들이 모두 한목소리로 불완전함을 지적하고 있고 이번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역시 수위 조절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있어 일부나마 보완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경영계의 대세로 통하는 ESG와 사회적 책임 관점에서도 이 법의 방향성 자체는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고 있어 대대적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큽니다. 이에 방어적 자세보다는 선제적인 체질 개선과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 조직의 장기적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1931년 『산업재해예방』을 쓴 허버트 하인리히가 7만5000건의 산업재해를 분석한 결과 발견한 ‘하인리히 법칙’의 교훈을 떠올려볼까요. 그는 산업 안전에 대한 1 대 29 대 300 법칙을 주장하면서 산업재해 중에서도 큰 재해가 발생했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를 확률로 환산하면 재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고의 발생 확률은 90.9%, 경미한 재해가 발생할 확률은 8.8%, 큰 재해가 발생할 확률은 0.3%입니다. 이 법칙의 교훈은 어떤 상황에서든 문제나 오류를 초기에 발견해 신속하게 대처하고 예방하지 않으면 반드시 더 크고 연쇄적인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각종 재난•사고를 분석한 타임지 기자 아만다 리플리의 책 『언씽커블(The Unthinkable)』의 교훈 역시 “큰 재난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재난의 작은 씨앗들조차 발아하지 않게 하기 위해 교육하고 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중대재해법 적용과 유권 해석에 대해 고민하거나 근본적인 예방책을 모색하는 독자 여러분의 목소리를 반영해 기획됐습니다. DBR가 마련한 콘텐츠와 이를 기반으로 기획된 교육 프로그램이 더 안전하고, 더 나은 일터를 고민하는 리더 여러분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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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편집장•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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