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일감 몰아주기, 비정규직 문제 등 경제 민주화 요구가 거세지고 전 세계적 차원의 환경 이슈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기업 경영 활동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 이처럼 기업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는 윤리 경영 혹은 수동적인 기부 중심의 CSR 경영에 머물러 있던 기업 활동을 보다 전략적이고 능동적인 ESG 경영으로 변화시켰다. 이제 기업의 ESG 활동은 단순히 ‘경영 전략’이 아니라 ‘기업 생존’ 그 자체가 됐다.
하지만 ESG 사업에 생각보다 많은 장애물이 있다는 사실을 기업들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금융기관들만이 ESG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고, 이들이 개발한 지표가 기업 활동을 평가하는 유일한 기준이 되고 있다.
최근 저자가 실행한 연구에 의하면 약 65%의 소비자들은 ESG를 모른다고 응답했으며 놀랍게도 20대와 30대 젊은 층이 40대와 50대보다 더 모르고 있었다. 다수의 소비자는 여전히 그 가치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ESG에 관한 소비자들의 인식 부족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기업은 독립적인 ESG 전문가 집단을 구성해 기업이 추구하는 고객 가치 기반의 ESG 체계를 확립해 나가야 한다. 다음으로 기업이 가진 대표적인 이미지와 기업 사업 간의 연결고리를 강화하고 ESG를 통해 기업의 평판을 높이는 작업에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의미의 고객 가치를 만들기 위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의미에서의 ESG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점도 있다. 첫째, ESG 경영을 위한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정보를 수집해 문제점과 해결 과제를 발굴하는 게 급선무다. 다른 기업이나 기관과 협력해 다양성을 길러야 하고, 특히 해외에서는 현지 상황에 정통한 로컬 기관과 동반 관계를 맺거나 다양한 비정부기구를 활용해야 한다. ESG는 기업 혼자 모든 것을 책임지는 활동이 아니라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가치를 만들어가는 활동임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ESG는 단순히 기업이 가진 자원을 활용해 일방적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이 아니다. 그 활동을 받아들이는 사회구성원에게 맞게 적용하고, 이들이 소화할 수 있는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마치 인터넷이 없는 지역에 컴퓨터나 스마트 기술을 제공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을 범해선 안 된다. 인터넷망부터 구축하고 인터넷 활용 방법을 교육한 다음 그 인프라에 걸맞은 시스템과 제품을 공급해줘야 한다.
셋째,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한 예측과 대응 방안을 마련해둬야 한다. 현재 지구 곳곳에서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 발생 등 환경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ESG 활동을 진행할 때는 모든 단계에서 불확실성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을 점검하고, 이를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갖춰야 한다.
마지막으로, ESG에 대한 조직 가치를 확립해야 한다. 예기치 않은 문제나 부작용이 발생했을 때 ESG 활동에 대한 내부 조직의 반발 혹은 회의감을 극복하려면 조직 가치를 명확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
조직 구성원들을 상대로 꾸준히 ESG에 관한 교육을 하고 인식 수준을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최고경영자의 지속적인 관심 표명이 중요하다.
이처럼 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ESG가 진정한 의미의 고객 가치를 창출할 때 이 활동이 보여주기식에 그치지 않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기회이자 지속가능한 활동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박정은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 [email protected]필자는 고려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하고 경영학으로 석사, 박사 학위를 수료했다. 이후 미국 앨라배마대(University of Alabama)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Ph. D.)를 받았다. 뉴햄프셔대(University of New Hampshire)에서 교수로 재직했고, 현재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마케팅관리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관심 분야는 마케팅 전략과 영업 전략이며 현재 활발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