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 통로인 엑시트(Exit)는 보통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 스타트업의 엑시트 영역은 과도할 정도로 IPO에 편향돼 있다. 전체 스타트업의 2.3%만이 M&A를 통해 엑시트를 한다. 미국 스타트업의 24.18%가 M&A, 75.82%가 IPO를 통해서 엑시트하는 것과 비교된다. 한국과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나라도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스타트업의 90%가 M&A를 통해서 엑시트를 한다. 불황을 재도약의 기회를 삼기 위해서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는 엑시트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스타트업(창업가), 투자자, 정부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루는 다양한 플레이어를 위한 장기적인 활로를 모색해야만 한다.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가 장기화되면서 투자금을 발판 삼아 성장하던 스타트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이 스타트업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투자사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유동성 위기를 겪는 여러 기업이 벤처캐피털(VC) 자회사들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시장 침체로 벤처 투자의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고, 자금 상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씨티케이 자회사, 씨타케이인베스트먼트와 국내 1세대 VC인 다올인베스트먼트가 그 예 중 하나다.
이러한 투자 혹한기를 다른 시각으로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역사적으로 불황기에 결성된 벤처투자조합의 수익률이 평년은 물론 호황 때보다 더 높았기 때문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00년대 결성된 벤처투자조합의 내부수익률(IRR)이 높은 해는 2002년(8.5%)과 2009년(8.6%)이다. 각각 닷컴버블 붕괴(2001년)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2008년)로 촉발된 경제 위기 시기였다. 당시 금융위기가 불어닥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경색됐다. 하지만 활황기에 치솟던 스타트업 몸값이 침체기에 재조정되면서 스타트업의 가치 평가가 낮아졌고, VC 입장에선 유망 스타트업에 적게 투자하고도 지분 획득을 통해 추후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최적의 기회가 됐다. 실제 미국에선 2001년 아마존·구글이 탄생했고, 2008년엔 에어비앤비·우버·위워크 등이 설립됐다. 가장 어두운 시기에 오히려 옥석을 제대로 가릴 수 있다는 데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부분 동일하다. 다만 추후 실제 수익률을 고려했을 때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줄 엑시트 구조를 만드는 것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