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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 방법론

기(氣) 팍팍 살리는 회의도 있다

김형숙 | 37호 (2009년 7월 Issue 2)
기업이나 업종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이디어를 위한 회의에 일반 관리직은 업무 시간의 평균 15∼20%를, 영업 계열직은 15%를 투자한다고 한다. 간부들은 주요 의사결정을 위해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회의에 투자한다. 이렇게 소중한 시간을 투자하고 있지만, 어떤 회의에서는 업무 시간만 낭비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회의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수없이 많다. 회의 운영과 관련한 리더십이 부족하거나, 회의 분위기를 제대로 조성하지 못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또 회의 시간을 잘못 관리하거나, 지나치게 참석자가 많아도 생산적인 회의가 되기 어렵다. 사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참석자들이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거나, 핵심 없이 장황한 발언만 하거나, 의견을 제시한 사람과의 친분이나 정치적 이해관계로 의사결정이 이뤄져도 회의는 성과를 낼 수 없다.
 
아직도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가장 아까운 시간으로 ‘회의’를 주저 없이 꼽는다. 직장인의 70% 이상이 회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제 회의 문화의 개선을 위한 실천적 대안을 고민해봐야 한다.
 
이 글에서는 회의에 날개를 달아주는 ‘퍼실리테이션 회의’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퍼실리테이션 회의란 ‘러닝 코치(퍼실리테이터)’가 사전에 정해진 단계대로 참석자들을 이끌어 성과를 내는 것을 뜻한다.(표1) 러닝 코치는 회의 진행을 돕는 프로세스 전문가로, 회의 참석자들의 가교 역할을 한다. 특히 회의 전 과정에서 체계적 질문과 피드백을 해줘 참가자들이 회의에 몰입하게 함으로써 회의 목적에 따른 성과를 높이도록 도와준다.  

회의 시작 전 아젠다 준비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아젠다(agenda·회의 주제)를 미리 정해야 한다. 회의에서 어떤 사안을 어떻게 논의할지 미리 정해놓으면 회의의 출발점과 과정, 결과가 명확하게 규정되기 때문에 회의 준비 시간이 절감되며, 중요한 단계나 의제를 무시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게 된다.
 
아젠다를 정할 때에는 ‘5P’에 유념해야 한다. 우선, 회의 목적(Purpose)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 회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핵심 목적은 무엇인지 정의해야 한다. 또 결과물(Product)도 미리 생각해봐야 한다. 회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회의가 성공적이었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파악해봐야 한다는 얘기다. 세 번째, 참석자(Participant)를 정해야 한다. 누가 참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지, 그들은 해당 안건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지 미리 살펴봐야 한다. 네 번째, 예상되는 이슈(Probable issue)를 생각해야 한다. 회의 과정에서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문제들은 무엇인지, 결과 도출과 목적 달성에 장애가 될 만한 요소는 무엇인지 정해야 생산적인 회의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세스(Process)를 정해야 한다. 희망하는 결론, 참석자, 예상 이슈 등이 결정됐다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어떤 절차를 거쳐 회의를 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물론 회의 시간과 장소, 자료 등 준비해야 할 요소가 더 많지만, 원활한 퍼실리테이션 회의 진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 5가지 요소를 고려해 아젠다를 정해야 한다. 특히 아젠다를 정할 때에는 가급적 회의 참석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정례적으로 회의를 열고 있다면, 회의 말미에 다음번 논의할 아젠다를 모두가 함께 정하는 것이 좋다.(표2)
 

신나는 회의를 위한 아이스 브레이크
회의는 통상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된다. 문제 해결책을 찾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과정은 상당한 지적 노동을 요구한다. 또 회의에서 다뤄지는 의제도 대부분 심각한 내용이다. 따라서 참석자들 사이에 서먹서먹한 분위기가 자주 연출된다. 활기차게 회의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표3>과 같은 다양한 ‘아이스 브레이크(ice break)’ 활동의 도입도 검토해볼 만하다.  

아이스 브레이크 활동을 할 때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회의 참가자 모두가 이 활동에 참여해야 효과가 좋다. 또 인원수와 장소, 시간 등을 감안해 적합한 활동을 선택하되 자연스럽게 진행해야지, 부담을 주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가급적 3분 이내에 마무리해야 한다. 참석자들의 지위와 분위기, 성격 등의 특성에 어울리는 활동을 선택해야 하며, 회의 내용과 연관성이 있는 아이스 브레이크 활동을 고르면 더욱 좋다.
 
회의 시작 방법
회의의 시작은 매우 중요하다. 퍼실리테이션의 성패도 회의를 어떻게 시작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회의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회의를 통해 우리가 달성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의사결정 과정에서 우리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내가 이 회의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해 한다. 이런 궁금증은 회의 시작 초기에 모두 풀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회의가 겉돌거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 러닝 코치는 오프닝 멘트를 할 때 4가지 주요 사항, 즉 정보 제공(Information), 흥미 유발(Excite), 권한 부여(Empower), 자발적 참여(Involve)가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 4가지 구성 요소를 ‘IEEI’로 부른다. <표4>의 실제 오프닝 멘트 사례를 통해 IEEI가 어떻게 녹아들어 갔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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