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지방선거 시즌이 돌아오면 수많은 후보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개발 공약을 내세운다. 이런 개발 공약들을 보면 두려움이 든다. 대부분 유사한 개발 공약들을 시간에 쫓기듯 토해내기 때문이다. 이런 개발 공약의 결과물로 도시에서는 하나둘씩 거대한 건물들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과연 ‘세계 최고’를 내세웠던 개발 공약들은 매력적인 효과를 만들어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대부분 막대한 재원만 소진했고 보다 나은 기회는 상실됐다.
개발 공약, 집객 효과와 지속가능성이 중요
제한된 기회에서 실패 확률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페이스 마케팅은 개별 상점뿐 아니라 도시의 거대한 건축 공간에도 적용할 수 있다. 공간과 사람이 서로 관계를 맺으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측면에서 공통점이 많기 때문이다. 스페이스 마케팅의 실천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사용자적인 시각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스페이스 마케팅의 궁극적 목표인 ‘집객(集客)’ 효과를 높이려면 이용자들, 즉 주민들과의 접촉 빈도수를 높이고 이들의 만족도를 올려야 한다. 더불어 유지 관리 비용까지 고려한 재정적 흐름도 좋게 만들어야 지속가능한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구겐하임 미술관 자체로는 성공적인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빌바오 시는 초반에 예상 규모를 훨씬 넘는 건축비를 지원해야 했다. 이는 시에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왔다. 구겐하임 미술관이 소장한 미술품들을 아무리 멋지게 전시해도, 입장료 수입은 건축비를 충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소도시에 불과한 빌바오 시에는 인구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자체 수익성이 낮은 구조로, 경제적인 논리로 따지면 선택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겐하임 미술관의 파급 효과는 ‘빌바오 이펙트’라 불릴 정도로 매우 컸다. 첫 번째 성공 이유는 그 자체가 역사적 유적이 될 정도로 높았던 건축 작품의 완성도였다. 세계적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의 철학적, 사유적 완성도가 단순히 특이한 디자인에 머물지 않고 본질적인 차이를 낳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풍부한 콘텐츠의 확보였다. 세 번째는 프랭크 게리와 구겐하임이라는 브랜드 파워였다(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세계 미술의 중심지로 통한다). 이는 빌바오라는 낙후된 도시와 대비되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네 번째는 문화 복지 차원의 훌륭한 운영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문화 소비가 강한 유럽이라는 배경과 맞물려 충분히 빌바오까지 사람들을 끌어올 수 있게 했다. 사람들의 방문은 입소문과 신문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그 결과 빌바오는 새로운 문화 산업의 기틀을 확보했고, 관광 산업도 일으킬 수 있었다.
결국 디자인 완성도와 통계 및 자료에 기반한 공간 프로그램, 재정적 흐름이 모두 균형을 이룰 때 개발 프로젝트의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