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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컨설팅 - 경제자유구역, 미래의 성장 엔진

한국 경제자유구역의 ‘자유’가 없다?

박영훈 | 56호 (2010년 5월 Issue 1)
 

 
세계 각국의 ‘경제특구(Special Economic Zone)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경제특구는 차별화된 세제와 규제,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통해 자유로운 기업 활동과 체계적 산업 육성하기 위해 조성된 특별 지역을 일컫는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경제특구는 1975년 25개국 79곳에서 2008년 119개국 2301곳으로 증가했으며,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이 중 43%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이들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한 도시, 국가 간의 자본과 인재 유치 경쟁 강도가 더 강해지고 있다.
 
한국도 이 대열에 뛰어들었다. 2000년대 초 경제자유구역(FEZ)를 설치하고 ‘경제특구 경쟁’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제특구의 한 유형인 FEZ는 다양한 산업 및 기능이 집적된 복합 경제 개발 지역으로, 도시 국가 수준의 규모, 생산, 교역, 물류, 금융 등 다양한 기능의 집적, 독립 행정 지역 수준의 포괄적 혜택 등을 제시한다.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경쟁국들이 막대한 외자를 유치해 고부가가치 산업을 본격 육성하자, 정부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FEZ 육성’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부는 선진 인프라 구축과 대폭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외자 유치를 강화하고, 동북아시아 중심 국가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2002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 국가 실현 방안’을 마련하고 2003년 8월에 인천, 10월에 각각 부산/진해와 광양만을 FEZ로 지정했다.
 
야심 찬 계획과는 달리 현재까지 한국 FEZ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사업 추진에 필수적인 외자 유치의 규모와 질 측면에서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1기 경제자유구역 3곳 중 목표 대비 외자 유치 달성률이 5%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지역까지 나올 정도다. 일부 지역은 당초 목표한 첨단 산업 중심의 투자나 첨단 글로벌 기업 유치보다 개발 사업과 항만 물류 등 인프라 구축에 급급하고 있다. 게다가 외국인 전용 기업 단지, 외국인 투자 지역 등 유사한 형태의 지역과의 역할과 기능까지 중복돼 투자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인천은 선두 도약 가능권, 나머지는 중하위권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와 모니터그룹은 FEZ의 체계적인 현황 진단 및 경쟁력 강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세계 각국 FEZ의 경쟁력을 비교 분석했다. 경쟁력 평가를 위해 특정 입지가 제공하는 사업 및 정주 여건을 측정하는 ‘입지 경쟁력’, 기업 생산 활동에 필요한 자원에 대한 제공 수준을 측정하는 ‘요소 경쟁력’, 경제적, 환경적으로 얼마나 매력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추진하는지의 여부와 FEZ를 담당하는 공공 기관의 업무 능력을 측정하는 ‘정책 운영 경쟁력’으로 구성된 프레임워크도 개발했다.
 
이어 경쟁력의 세부 개념에 대한 적합도, 데이터의 존재 가능성 등을 고려해 평가지표를 산정하고, 세계 경제특구 중 기능 적합성, 유의미성, 국가 대표성을 가진 FEZ 20곳을 벤치마크 대상으로 선정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엄밀하게는 경제특구가 아닌 도시국가지만, 기능의 적합성, 비교의 유의미성, 국가 대표성 등을 고려해 포함시켰다.
 
글로벌 FEZ 평가 결과 평가 대상 20곳은 선두권 6곳, 선두 도약 가능권 2곳, 중위권 6곳, 하위권 6곳으로 분류됐다. 한국의 대표 FEZ인 인천은 7위로 선두 도약 가능권으로 평가됐으나, 중국 푸둥, 톈진, 선젠과는 큰 격차를 보이며 뒤쳐졌다. 나머지 국내 경제자유구역은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인접 시장과의 연계성 확대와 삶의 질 개선
경쟁력 요소 중 하나인 입지 경쟁력은 사업 입지와 생활 입지의 경쟁력으로 구성된다. 사업 입지 순위에서 상위권에 포진한 FEZ들은 강력한 내수 시장의 매력도를 발판 삼아 높은 평가를 받은 그룹(중국의 경제자유구역들)과 내수 시장의 매력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인접 시장으로의 높은 연결성을 바탕으로 전체 시장 입지를 확장시킨 그룹(홍콩, 싱가포르, 두바이 JAFZ)으로 구분된다.
 
중국의 푸둥, 선전, 텐진 등은 배후에 거대한 내수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수 시장 매력도 부문에서 고루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인접 시장 연결성 측면에서 중국 3대 국제 공항 및 항만이 위치하고 있는 푸둥이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 톈진-빈하이 신구는 높은 내수 시장 매력도를 가지고 있으나 인접 시장 연결성이 떨어져 사업 입지 순위에서 8위에 머물렀다. 홍콩, 싱가포르, JAFZ의 경우 작은 내수 시장의 한계를 인접 시장 연결성의 강화를 통해 극복함으로써, 전체 사업 입지 순위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다.
 
한국은 내수 시장의 크기에서 열세에 있기 때문에 인접 시장과의 연결성이 각 지역의 사업 입지 경쟁력 수준을 결정하는 핵심 동인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은 인접 시장과의 연결성 확보를 용이하게 하는 인천공항 및 인천항 등의 인프라를 보유해 사업 입지 측면에서 높은 순위로 평가됐다. 반면, 광양만은 FEZ 인근의 공항 시설이 부족해 인접 시장 연결성에 제약이 존재한다.
 
삶의 질과 사회구조 안정성을 중심으로 평가한 생활 입지 순위에서는 싱가포르와 홍콩이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역 내 국제학교, 국제 병원의 수 등이 우수해 최적의 외국인 정주 여건을 제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기초적인 삶의 수준을 나타내는 인간개발지수도 최상위권에 포진했다. 두바이 JAFZ는 우수한 외국인 정주 여건을 보유하고 있으며 노동쟁의가 없는 등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장점으로 평가됐다.
 
국내 3개 경제자유구역의 경우 기본적인 인간개발지수는 우수했지만, 물가 수준이 높고 국제 학교나 외국인용 국제 병원과 같은 정주 여건이 미흡해 종합적인 삶의 질 측면에서 중위권 수준에 머물렀다. 또한 사회구조의 안정성 측면에서는 신용 등급과 소득 분배 수준에서는 양호한 평가를 받았으나, 노동쟁의로 인한 근로 손실 일수가 최하위권으로 평가돼 기업의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장애 요인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한국의 FEZ들이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통과 물류 인프라의 확대로 인접 시장과의 연결성을 높여 내수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국제 시설을 증대해 정주 요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노동쟁의를 줄여 사회 안정화를 도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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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영훈

    - (현) 액센츄어 코리아 금융산업 대표
    - (현) 모니터그룹 부사장
    - 모니터그룹,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보스턴컨설팅그룹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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