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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먼 이익은 나를 굶주리게 한다

박재희 | 68호 (2010년 11월 Issue 1)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이윤추구에만 몰두하지 않고 사회공헌과 환경보호, 소비자 권익, 근로자의 인권 등 다양한 방면에 신경을 써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미래 기업의 방향이다. 어느 재벌 그룹 회장이 불법으로 증여 받은 재산을 다시 어린 자식에게 불법으로 증여하는 것이 심각하게 비난받는 가운데 과연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고 개인이 재산을 증식하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일어나고 있다. 일부 기업의 일탈 행위는 이()에 대한 본능적인 욕심에 기인한다. 기업은 진정 이익을 추구하는 집단인가? 개인이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이익을 획득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적어도 조선시대 개성상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장사는 사람을 남기는 것이지 이익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이익은 내가 남긴 사람이 나에게 주는 것이다.’ 조선 개성상인의 경영철학인 상도(商道)를 설명해 주는 유명한 말이다. 이익을 남기기 전에 고객과의 의리를 먼저 고민하라는 이 철학적 화두는 어쩌면 요즘 기업 현실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듯 보인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이며, 인간은 누구나 본능적으로 이익을 탐한다고 배워왔던 상식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맹자(孟子)가 양혜왕(梁惠王)을 만났을 때 왕이 맹자에게 질문한 내용은 오로지 이()였다. ‘천리가 멀다 않고 우리나라에 오셨으니 어떻게 내 나라를 이롭게 할 수 있을지를 나에게 말해주오!’ 맹자는 단호하게 왕에게 말했다. ‘왕이시여! 어찌 입만 열면 이익만 말하십니까(王何必曰利)? 인의(仁義)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亦有仁義而已矣)!’ 맹자의 논리는 간단하다. 적어도 한 조직의 리더라면 이익에 앞서 의()를 먼저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명 선의후리(先義後利)의 철학이다. ‘왕의 입에서 어떻게 하면 내 나라를 이롭게 할 것인가를 말하면(王曰何以利吾國) 밑에 있는 대부들은 어떻게 하면 내 집안을 이롭게 할까만 말할 것이오(大夫曰何以利吾家), 그 밑에 있는 사람들 역시 어떻게 하면 내 몸을 이롭게 할 것인가만 말할 것이니(士庶人曰何以利吾身), 온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입만 열면 오로지 이익을 말하면 결국 나라는 위기에 빠질 것입니다(上下交征利而國危矣).’
 
회장과 사장, 임원과 직원들이 오로지 이익만 입에 달고 살면 당장은 성과를 얻을지 몰라도 그 성과는 결국 모래 위에 쌓여진 것일 뿐이다. 의()를 먼저하고 이익()을 나중에 할 때 그 이익은 단단한 기반을 갖게 돼 오래 지속될 것이다.
 
이런 선의후리(先義後利)의 철학을 이어나가기 위해서 맹자는 두 가지 기업가정신을 말한다. 하나는 부동심(不動心)의 철학이다. 눈앞의 이익에 흔들리지 않는 강한 정신력이다. 공자는 이익 앞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불혹(不惑)이라고 정의하였고 맹자는 부동심(不動心)으로 계승했다. 또 하나는 호연지기(浩然之氣)다. 의()를 실천하는 가운데 얻어지는 정신적 충만감이다. 내가 하는 모든 의()로운 일에 대한 믿음이 축적되면 호연지기의 정신적 만족감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 돈을 벌고 지위가 높아져도 그것이 불의(不義)에 의해 얻어진 것이라면 정신적 굶주림()에 허덕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 더는 이익이 아니라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족쇄일 뿐이다. 이익을 위해 고객을 속이고, 부를 축적하고 대물림하기 위해 온갖 부정한 방법을 동원하는 부도덕한 기업가들은 자숙해야 한다. 몇 년 존속했다 사라지는 기업이 아니라 역사 속에 떳떳하고 후손에게 당당히 물려줄 기업이 되려면 이익에 앞서 인간과 사회에 대해 우선적으로 고민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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