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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실리콘밸리의 혁신, 칭기즈칸의 야망을 만나다

조용한 | 98호 (2012년 2월 Issue 1)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 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1989년 설립된 UC버클리대 하스(Haas)경영대학원은 미국 공립대학 중 가장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 매년 MBA과정에 250여 명의 학생이 입학한다. 이외에도 학부, 파트타임MBA, 금융공학 과정, 최고경영자 과정, 박사 과정에 걸쳐 2200여 명의 학생이 수학하고 있다. 혁신적인 리더 양성을 목표로 아이디어를 실제 비즈니스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인접한 지역적 특성상 많은 동문들이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대형 IT, 금융, 바이오기업에 취직한다.


실리콘밸리에 인접한 하스(Haas) MBA는 지리적 이점을 살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조, 발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BILD(Berkeley Innovation Leader Development)는 이러한 하스MBA 특유의 교육 방향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핵심 커리큘럼부터 선택형 체험수업에 이르는 다양한 강의 형태를 종합적으로 일컫는다. 대부분의 BILD 수업은 교실에서 교수와 학생 간 이뤄지는 전통적인 강의 방식을 벗어나 비즈니스 현장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 및 커리큘럼(Experiential Learning)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BILD 프로그램 중 지난 1년 반 MBA 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소개하고자 한다.
 
 
International Business Development
 
IBD(International Business Development)는 하스MBA 학생들이 전 세계 기업, 정부 및 비영리 단체 클라이언트를 대상으로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일반적으로 4∼5명이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분야별로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교수진이 각 팀의 담당 멘토로 참여한다. 하이테크, 헬스케어, 환경,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주제가 주어지며 한 학기 동안 학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서 필요한 준비과정을 거친 후 현지에서 3주간 시장 조사, 비즈니스 전략 수립, 사업 타당성 분석, 경제성 분석 등을 수행한다. 참여하는 클라이언트들이 항공료 및 숙박 비용 일체를 부담하기에 프로젝트 결과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으며 학생들 또한 단순한 기업탐방 이상의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담당 교수진은 전 세계 클라이언트로부터 컨설팅 의뢰를 받아 학생들의 지역, 주제별 선호를 고려해 최적의 팀을 구성하고 프로젝트를 배정하게 된다. IBD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라우비 교수의 발표가 시작됐다. “올해에는 과거 경험해 보지 못한 지역에서 참여한 새로운 클라이언트가 많아 더욱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조지아 정부의 해외 자본 유치를 위한 국가 브랜드 개선 방안, 남아프리카 지역에서의 AIDS 예방 활동 확산을 위한 실행 방안 수립, 마다가스카르에 최근 개장한 국립공원 운영방안 수립 등 세계 곳곳에서 의뢰받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분이 수업 시간에 배운 이론을 실제 케이스에 적용해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어 한 팀, 한 팀이 발표될 때마다 함성소리가 이어졌다. “제이슨, 알렉스, 타카, 용한. 이 네 명은 몽골로 가게 됩니다.” 몽골? 초원과 사막, 말과 칭기즈칸이 떠오르는, 가깝지만 먼 미지의 나라. MBA 이전 경력을 고려해 아시아를 선호지역으로 꼽은 필자지만 몽골은 의외의 결과였다. 다른 친구들은 더욱 의아해 하는 표정이었다. ‘앞으로 우리 앞에는 어떤 새로운 경험들이 펼쳐질까?’
 
 
몽골, 미지에 세계에 다가가다
 
20여 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울란바토르는 필자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었다.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게르(Ger)라고 불리는 전통적인 둥근 텐트 형태의 주거시설은 좀처럼 찾아 볼 수 없었고 도시 전체가 거대한 건설 현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도시의 이곳저곳에서 높은 오피스 빌딩과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었고 거리에는 고급 SUV와 명품 숍이 즐비했다. 거리에 가득 찬 자동차들로부터 비롯된 교통체증도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었다.
 
3주간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Newcom Group의 CEO를 만났다. “몽골은 300만 명에 불과한 인구와 미약한 산업 기반으로 인해 그동안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본격화된 자원개발로 경제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석탄, 구리, 금, 우라늄 등 현재까지 확인된 매장량만으로도 세계 10대 자원 보유국에 해당하며 각종 첨단제품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보고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오유톨고이 광산에서 금과 구리 생산이 본격화되는 2013년의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한 데서도 잘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이어 하스 학생들의 역할 및 기대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급격히 성장하는 경제에 비해 몽골에는 전문적인 경영인력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 수학하고 선진 기업에서 업무 경험이 있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능력 있는 현지 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Newcom Group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경영자 교육 센터를 설립하고자 합니다.”
 
 
‘주문형’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 설립을 제안
 
국가적인 관심을 갖는 과제에 함께 참여한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짧은 기간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전달해야 하는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는 먼저 지난 학기 BILD 프로그램의 핵심 커리큘럼인 ‘Problem Finding, Problem Solving’ 수업에서 배운 문제해결 방법론에 따라 업무일정을 수립했다. 현 상황을 이해하고 핵심 문제를 발견한 후 가능한 해결방안을 가설적으로 도출하며 이를 검증해 나가는 방식을 따르기로 했다. 필자가 수행한 첫 번째 과제는 본 교육 프로그램의 수요층인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 및 관리자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의 몽골 경영자는 체계적인 경영 교육을 받은 적이 없기에 이와 같은 프로그램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적극적으로 참여의사를 피력했다. 하지만 문제는 운영방식에 있었다. 교육기관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경험 있고 검증된 교수진이 필수적이기에 해외 유수 경영대학에 재직 중인 교수들을 초빙해야 했다. 하지만 몽골의 국제사회에서의 위치와 연구환경을 고려할 때 이는 현실성 있는 방안이 되기 어려웠다. 대안으로 국내 경영자들을 이미 운영되고 있는 해외 Executive MBA 프로그램에 보내는 방안도 고려됐지만 이들의 각기 다른 스케줄과 요구되는 시간 및 비용을 따져봤을 때 이 역시 매력적인 해결책이 아니었다.
 
필자가 제안한 해결책은 현재 해외 경영대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수진을 연중 일정 기간 초청해 몽골 현지에서 강의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교수진이 현재 거주하는 국가를 떠나 몽골로 이전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교육생들 또한 시간과 비용 소요를 최소화하며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식이었다. 특히 수요에 맞춰 기간, 주제 등 유연하게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다. 참여의사를 밝힌 각 학교에서 제안한 소요 비용 및 사전 인터뷰를 통해 파악한 예상 수요를 바탕으로 경제성 분석을 실시했다. 예상 수업료 수준에 따른 수익을 산출하고 설문조사를 통해 수용도를 검증했다. 무엇보다 사회공헌 사업의 일환임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투자 및 운영에 필요한 수준의 수익이 발생하는 최적의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 멘토로 참여한 하스 교수진 및 프로젝트를 발주한 Newcom Group과 정기적으로 콘퍼런스 콜을 실시해 진행사항을 공유하고 피드백을 받아 반영했다.
 
3주간의 현지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 방안 및 향후 과제를 최종 발표했다. 당초 학생들에게 프로젝트를 맡기며 결과에 반신반의했기 때문인지 보고에 참석한 경영진은 예상 밖의 성과에 더욱 흡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학교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제안에 따라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해당 학교 담당자가 울란바토르를 방문해 커리큘럼 및 참여 교수진을 협의 중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하스MBA의 IBD 경험을 통해 필자가 느낀 점은 내 몸으로 익힌 경험만큼 값진 교육은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을 이해하고 교실에서 배운 이론을 현실 세계에 적용해 성과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며 문제를 해결한 것은 참으로 짜릿한 경험이었다. 더구나 필자에게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몽골에 대해 배우고 새롭게 성장하는 신흥시장에서 활약하는 경영인과 교류할 수 있었던 시간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 될 것이다.
 
 
조용한  UC버클리대 경영대학원(Haas) Class of 2012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후 SK Telecom에서 근무했다. 모바일 인터넷 전략 수립 및 국내외 투자, 기업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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