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ing
신제품이 부딪히는 ‘안장현상’에 대비하라
Based on “Getting a Grip on the Saddle: Chasms or Cycles?” by Deepa Chandrasekaran and Gerard J. Tellis (2011, Journal of Marketing 75 (Jul.) pp. 21-34)
왜 연구했나?
세상에 없던 신제품을 출시한 기업들은 그 제품이 하루빨리 많은 소비자들에게 확산돼 수요가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지난 100여 년간 출시된 수많은 신제품들을 볼 때 성공보다는 실패가 당연하게 여겨질 정도로 한 신제품이 소비자들의 수용(adoption) 거부 현상을 극복하고 주류 시장으로 확산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냉장고나 DVD플레이어처럼 과거에 성공적으로 확산된 신제품들의 수요 변동 양상을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출시될 신제품들을 성공시켜야 하는 마케터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식일 것이다. 르하이대의 챤드라세카란 교수와 남가주대의 텔리스 교수는 신제품의 수요1 가 증가하는 데 있어서 여러 국가와 제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안장(Saddle) 현상’에 주목하고 과연 이것이 어떤 원인에 의해서 발생하며 신제품 마케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탐색하고자 연구를 진행했다.
무엇을 연구했나?
안장 현상이란 신제품 출시 후 급격한 수요 증가기2 이후에 수요의 감퇴 시기가 오고 이것이 상당 기간 지속되다가 원래의 수요만큼 회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수요 곡선의 모습이 마치 말이나 자전거의 안장과 비슷한 모습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림 참조) 먼저 저자들은 과연 안장 현상이 다른 시점, 다른 국가, 다른 제품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인지, 아니면 특정 상황에 국한된 현상인지를 검증했다. 이를 통해 안장 현상의 시작 시점, 수요 감소의 크기, 그리고 지속 기간 등에 대한 통계량을 도출했다. 또 이 안장 현상이 어떤 원인에 의해 일어나는지 크게 세 가지 이론의 설명력을 검증했다. 첫째, 안장 현상은 1991년 출간된 무어(Geoffrey A. Moore)의 책에 의해 유명해진 ‘캐즘(Chasm) 이론’으로 설명될 수 있다. 캐즘 이론은 신제품이 확산되는 데 있어 초기 수용자와 후기 수용자 간의 특성 차이로 인해 불연속성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이러한 캐즘이 존재할 경우 초기 수요 증가 후 수요 감소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안장 현상은 거시경제의 경기순환으로도 일부 설명될 수 있다. 불경기로 인한 실질 수입의 감소 및 소비 심리 위축과 기업들의 광고 투자 감소 등이 맞물릴 경우 성장 단계에 들어선 신제품이라 할지라도 수요가 감소되는 안장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기술 발전으로 인한 수요 감소 효과다. 계속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면 소비자들은 다음 단계의 제품을 기다리며 구매를 늦춘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세 가지 원인을 중심으로 계량경제학적 연구 모형을 수립해 안장 현상에 대해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어떻게 연구했나?
저자들은 1950년부터 2008년 사이에 영국, 이탈리아 등 16개 유럽 국가와 일본, 캐나다, 미국에 출시된 10개의 신제품에 대해 출시 후 수십 년간의 총판매량 자료를 수집했다. 10개의 신제품은 식기세척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의 생활가전 제품군과 개인용 컴퓨터, DVD플레이어 등의 IT 제품군으로 나누어 비교 분석했다. 각국의 경기 판단을 위해 1990년 미국 달러화 기준의 실질 GDP 자료를 수집했고 기술 발전을 간접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미국 시장의 특허 건수 및 인용 건수를 델피온(www.delphion.com)이라는 데이터베이스로부터 추출했다. 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안장 현상의 시작과 원래 수요량으로의 회복(즉, 안장 현상의 종료)을 설명할 수 있는 위험모형(hazard model)을 수립해 과연 어떤 변수가 안장 현상의 시작과 종료를 설명할 수 있는지, 모형의 예측력은 어느 정도인지 검증했다. 본 연구에서 안장 현상의 시작은 신제품의 급격한 수요 증가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전 고점 대비 10% 이상의 수요 감소가 나타나는 것으로 정의했으며 안장 현상의 종료는 안장 현상의 발생 이후 수요가 전 고점 이상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정의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 안장 현상은 거의 대부분의 국가와 제품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며 최근으로 올수록 그 양상이 비슷하게 나타난다. 연구에 사용된 총 156개의 국가-제품 조합 중 148개에서 급격한 수요 증가 후 감소가 나타나는 안장 현상이 발견됐다.
● 평균적으로 수요의 급격한 증가가 시작된 후 9년 정도 지나면 안장 현상이 발견되며 안장 현상 기간 동안에 수요 감소분은 약 29%에 이른다. 안장 현상이 발생할 당시의 평균 보급률은 IT 제품군의 경우 약 26%, 생활가전 제품군의 경우 약 33%였다.
● 안장 현상으로 인한 수요 감소기는 IT 제품군의 경우 약 6.6년, 생활가전 제품군의 경우 약 8.5년 정도 지속된다. 안장 현상이 나타난 148개 경우 중 120개가 이 기간 이후 원래의 최고 수요로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안장 현상의 종료(즉, 수요 회복)에 가장 중요한 동인은 기술적 혁신이었다.
● IT 제품군의 경우 캐즘의 존재와 기술 발전으로 인한 구매 지연이 안장 현상의 주된 이유이고 생활가전 제품군의 경우 경기 변동과 기술 발전이 주된 이유였다.
연구 결과의 교훈은?
신제품은 산업과 기업의 종류를 막론하고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아이템이다. 그러나 제품이 새로우면 새로울수록 소비자가 이의 수용을 거부하는 현상이 더욱 쉽게 일어날 수 있다. 설사 얼리어답터 시장에서 성공해 급격한 수요 팽창이 시작된다고 할지라도 후기 주류 시장으로 진행되는 데 있어서는 반드시 최소한 한번의 ‘출렁거림’이 있을 수 있고 본 연구에서 밝혀진 대로 이러한 현상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일어난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급격한 판매량 증가 후 따라오는 감소에 반드시 대비해야 하며 어느 정도 기간 후에 나타나는 수요의 반등 또한 대비해야 한다.이러한 수요 변동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예측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경험과 직관을 바탕으로 한 통찰력 위에 정교한 모형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분석력이 더해져야 한다. 데이터에 다양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유시진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UCLA대에서 마케팅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싱가포르 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에서 조교수를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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