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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A 통신

진짜 기업을 혁신했다, Real world를 체험했다

송진우 | 109호 (2012년 7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세계 톱 경영대학원의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MBA 통신코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명문 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젊고 유능한 DBR 통신원들이 따끈따끈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통신원들은 세계적 석학이나 유명 기업인들의 명강연, 현지 산업계와 학교 소식을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랍니다.

 

1946년 스위스 로잔에서 설립된 IMD는 유럽 최초의 비즈니스 스쿨 중 하나로 꼽히며 식품회사 네슬레(Nestle)와 알루미늄 회사인 알칸(Alcan)이 만든 경영자 교육기관이다. MBA 과정은 현재 47개 국 출신 90여 명의 학생들로 구성돼 있으며 실용적인 커리큘럼과 소수 정예 교육 프로그램으로 최상위권 글로벌 랭킹을 유지하고 있다(2011 Forbes 기준 1, Economist 기준 3). 매년 90명 정도의 MBA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으며 이 중 1∼2명 정도가 한국인 학생이다.

 

Real World. Real Learning”은 스위스 로잔에 위치한 IMD의 캐치프레이즈다. 처음에는 그게 구호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학기가 시작하니 과장이 아니라고 느끼게 된다. IMD는 유럽지역의 유수 기업들이 직접 세운 기업 교육기관이다. 대학에서 운영되는 일반 MBA와는 다른 성격의 MBA 커리큘럼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커리큘럼의 초점은 바로 현장 및 실무 교육을 통한 실무 중심형 인재 양성에 있다.

 

이러한 실무 중심형 교육을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과목은 ‘Entrepreneurship(기업가정신)’이다. Entrepreneurship과목은 강의, 스타트업(start-up) 프로젝트로 이뤄져 있다. 일반 강의는 4시간 정도 진행되며 기업지배구조, 펀딩, 주식상장(IPO), 지적재산(IP) 관리, 전략적 제휴, 마케팅 등 스타트업 비즈니스의 각 단계마다 벤처사업가가 겪게 되는 고민에 대해 사례 위주로 토론이 이뤄진다. 토론이 끝나면 실제로 어떤 의사결정이 이뤄졌고 그 의사결정이 회사가 성장 혹은 실패하는 데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후속 케이스를 다룬다. 수업의 마지막에는 해당 케이스의 주인공과의 인터뷰 시간을 갖게 된다. 주로 주인공을 직접 강의실로 초빙하거나 아니면 콘퍼런스콜을 통해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되고 또 궁금한 부분에 대해 물어볼 수 있다.

 

강의실에서의 수업도 Entrepreneurship을 배우는 훌륭한 방법이지만 실제로 스위스 현지에 있는 벤처사업가들과 함께 직접 프로젝트를 하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IMD MBA에서는 1월부터 3월까지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수업과 함께 병행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의료, 소비재, 전자통신, NGO,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동 중인 벤처회사들의 신청을 받아 MBA 학생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90명의 MBA 학생들은 6 1팀으로 구성돼 벤처회사들의 당면 비즈니스 이슈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까지 지원하는 일을 3개월 동안 같이해야 한다. 그리고는 그 프로젝트에서 나온 산출물을 들고 스위스와 프랑스 현지의 벤처캐피털리스트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그 결과로 성적 평가를 받는다.

 

필자는 인도, 싱가포르, 이탈리아, 이란, 오스트리아 학생과 한 팀이 돼 프랑스 알프스 프로방스 지역에 위치한 L’accent이라는 제과회사와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L’accent은 엔지니어 출신의 올리비에와 그의 일본인 아내 아키가 세운 회사로 프랑스 알프스 지역의 신선한 재료로 케이크, 쿠키, 잼 등의 디저트 및 과자를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다. 주 타깃 시장은 일본 도심지역에서 일하는20∼30대 커리어우먼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이들에게 프리미엄급 알프스 정통 과자를 직접 생산 판매하는 사업자다.

 

필자의 프로젝트팀이 1월에 올리비에를 만났을 때 그는 이미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으며 특수 진공 포장 방식으로 일본까지 제과류 제품들이 안전하게 배송될 수 있는 기술도 확보한 상태였다. 올리비에의 남은 고민은 일본 시장 진출 전략과 향후 5개 년 사업계획, 저비용 마케팅 전략, 프리미엄 브랜드 구축 전략, 생산 및 판매 정보 연계, 생산부터 판매까지의 비용 분석 등이었다. 우리 프로젝트팀은3개월에 걸쳐 위의 비즈니스 이슈들에 대해 분석을 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또 향후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한 사업계획서, 프랜차이즈 모델 운영 방안, 재무분석 툴 등도 만들었다.

 

우리가 제시한 장기적 사업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향후 2년 동안은 일본 주요 도시에 플래그십(flagship) 스토어 3개를 운영해 고급 이미지를 구축하고 반복구매 유도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한 후 3년째부터는 직영매장을 15개로 확충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었다. 5년째부터는 프랜차이즈 사업 모델로 전환, 일본 디저트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해 전체 디저트 시장의 5% 점유율을 달성하는 것을 중기 목표로 설정했다. 우리 IMD 프로젝트팀은 이러한 사업 계획에 따른 소요자금 예상 손익, 마케팅 계획, 브랜드 전략 등을 제시했으며 고객 수, 가격, 판매량 등에 따라 결과가 어떻게 달라질지까지 예측하는 민감도 분석도 제공했다. 그리고 이후 직영점 확장 및 프랜차이즈 모델에 따른 필요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의 규모를 계산해줬고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한 펀딩 전략도 세웠다. 마지막으로 이런 추가 투자에 따른 지분 구조 변화 및 경영권확보 방안까지 제시함으로써 올리비에가 향후 사업 확장에 따라 발생하게 될 잠재적 이슈와 해결 방안까지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스타트업 프로젝트는 고객사를 위해 위와 같은 산출물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실행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커뮤니케이션 능력, 팀워크, 리더십 등 소프트스킬(soft skills)까지 요구한다. 일반적으로 벤처기업가들은 본인들의 제품에 대한 자부심과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때문에 그들이 제품 및 전략의 문제점, 시장의 부정적인 상황을 직시하게 하는 데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도 이런 어려움을 겪었다. L’accent은 프로젝트 초기에 알프스 지역의 깨끗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제빵 브랜드 및 로고를 사용하고 있었고 또 비현실적인 멤버십 정책을 갖고 있었다. 우리는 이 브랜드 이미지와 멤버십 정책 개선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선정했지만 그와 동시에 벤처사업가로서 올리비에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우리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설득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다양한 사례 분석과 멤버십 시뮬레이션을 통해 올리비에의 자존심 및 기업가정신을 지켜주면서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또 설득했다.

 

스타트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3개월간 우리는 매주 토요일 오후마다 올리비에와 미팅을 갖고 주요 이슈에 대해 토론했다. 또 생산 현장을 방문하는 등 하나의 팀으로서 힘들지만 재미있게 같이 일할 수 있었다.

 

결과를 보여줄 때가 왔다. 한 팀으로서 고생을 하면서 지낸 프로젝트 마지막 날, 우리는 8명의 벤처캐피털리스트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패널 중 3명은 펀딩에 대한 관심을 보였으며 구체적인 부분까지 물어봤다. 예로 들어 필요한 자금을 투자했을 때 현금 회수 기간은 어떻게 되며 목표로 한 매출액 달성이 현실적인지, 또 지금 플래그십 스토어로 예정된 자리에 유동인구는 얼마나 되는지, 실제 매장을 운영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사람은 누구이며 재고 과다 시 대처 방안은 무엇인지 등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물어봤다. 또한 그들은 실제 회사운영에 필요한 실질적인 조언도 해줬다. 벤처캐피털리스트 프레젠테이션을 마치고 패널들로부터 산출물에 대한 좋은 피드백을 받았을 때 말할 수 없는 성취감이 샘솟았다. 그동안 고생했던 것을 다 보상받은 것 같았다.

 

올리비에가 마지막으로 우리 팀원들에게 말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하면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학교에서만 쓰는 경영학 이론으로 제 사업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비판할 것이라 생각했고 모든 것이 숫자로 해석될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 저는 너무나도 IMD MBA팀에 감사드립니다. MBA팀은 저에게 현실적인 조언과 실질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해줬고 제 의사 결정이 앞으로 회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그리고 이에 따른 재무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명확히 보여줬습니다. 성과뿐만이 아닙니다. MBA팀은 저의 회사가 자기 사업인 것처럼 같이 고민해줬습니다. 벤처 사업가로서 팀을 이뤄 일을 한다는 것이 주는 가치를 경험하게 돼 감사했습니다.”

 

L’accent 프로젝트가 끝난 지금 정성껏 키운 딸을 시집 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서운한 마음과 기쁜 마음이 교차한다. 내가 스타트업 프로젝트와Entrepreneurship 과목을 통해 배운 것은 비단 지식과 경험만이 아닐 것이다. 스타트업 회사를 운영하는 벤처사업가의 관점에서 사업을 바라볼 수 있었으며 그들의 심리와 구체적인 고민까지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아울러 다양성을 존중하며 팀으로 일할 때 어떻게 높은 수준의 성과물이 나오는지 관찰할 수 있었고 그 안에서 내가 팀의 구성원으로서 어떠한 사람인지, 내가 어떠한 영향력을 주고 다양한 그룹 역학관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송진우 IMD MBA Class of 2012 [email protected]

필자는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후 액센츄어에서 소비재 및 서비스 산업 분야 경영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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