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사장은 시장확대,
고용사장은 위기타개!
“The different effects of agent and founder CEOs on the firm’s market expansion”, by David Souder, Zeki Simsek and Scott G. Johnso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2012, 33, pp.23-41.
왜 연구했나
사장(CEO)은 분명 기업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사장의 전략적 성향과 배경, 인맥, 지식, 기술과 관리역량은 재임기간 동안에 지속적으로 성장 변화하면서 기업 활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재임기간 동안 축적한 경험과 지식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 나름의 방식을 형성하게 된다. 학자들은 CEO의 특성이 기업 활동과 이를 둘러 싼 외부환경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를 진행해 왔다. 최근 Souder, Simsek, 그리고 Johnson은 사장의 특성, 특히 창업자 사장(founder CEO)과 고용 사장(agent CEO)이 기업을 확장(market expansion)시키는 활동과 시장의 불확실성(market uncertainty)에 대응하는 활동에 대해 근본적으로 어떻게 다른가를 연구했다. 창업자 사장과 고용 사장은 근본적으로 진취성(initiative), 위기관리 능력, 전략수립 및 추진 스타일에서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이들을 자극시키는 동기적 요소와 이를 통해 얻게 되는 편익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떠한 사장이 채용되는가에 따라 기업의 확장과 불확실성 대응 역시 판이하게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저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무엇을 연구했나
저자는 창업자 사장과 고용 사장의 전략적 행위와 실행의 차이는 무엇보다 임기보장 여부와 태생적 차이점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창업자 사장은 기업을 실제로 창립하고 소유한 인물로서 고용에 대한 불안감이 없다. 설립자 중심의 기업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사회를 구성할 수 있다. 따라서 소유와 통제구조가 매우 간결하게 구성돼 특정 전략적 사안을 빠르게 주도하며 추진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있다. 설립자 사장 스스로가 그 기업의 문화와 업무처리방식을 자신의 의지대로 형성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이들은 기업의 하부조직과의 관계를 원활히 유지하거나 관리해 나가는 데에는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반면 고용 사장은 지위의 지속적 보장이 불투명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의사결정을 주도적 또는 주관적으로 리드하기보다 내부의 많은 의사결정체계를 통해 수렴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창업자 사장과 다르게 오랫동안 그 회사의 일원이 아니었으므로 기업의 습성과 문화에 적응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조직의 상부에서 하부에 이르는 행정관리체계를 학습하는 능력,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력 장악, 기업 전반에 걸친 운영관리적 전문성에는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창업자 사장과 고용 사장은 시장 확장 전략과 시장의 불확실성 대응에 어떠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을까? 먼저 시장 확장에 있어 Souder 외 두 학자들은 창업자 사장의 경우 재임초기부터 주도적이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임기가 보장돼 있고 조직에 대한 학습필요성이 크지 않으며 의사결정이 이사회의 영향력에 있지 않다. 자신의 전략적 판단과 행동에 비교적 자유로운 위치에 있다. 그러나 임기 중반부에 접어들면서 초창기에 보였던 의욕과 추진력은 점차 활력을 잃게 된다. 행정력과 조직 장악의 한계를 보이면서 이를 만회하기 위한 대리인 탐색 및 고용에 치중하게 되고 이는 시장확장 속도를 둔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임기 후반부에 가서는 시장 확장에 대한 열의보다는 이를 계승할 수 있는 후계자 모색에 관심을 쏟으면서 시장의 확장전략 자체가 쇠퇴기를 맡게 된다.
이에 반해, 고용 사장의 경우 임기 초반기에는 업무파악, 이사회의 견제, 안정된 지위 확보 등으로 공격적으로 확장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의 현상 유지에 더 초점을 두게 된다. 따라서 임기 초반에는 시장 확대 전략에 적극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임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지위확보에 대한 자신감, 경험과 지식 축적, 대내외적 인맥형성 및 인적자본 취득으로 시장 확장 전략은 탄력을 받게 된다. 합리적 수준에서의 위험감행(risk-taking)을 시도한다. 그러나 임기 말에 접어들면서 업무나태나 몰입의 저하로 인해 시장 확장 역시 그 동력을 잃게 된다고 저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같이 창업자 사장과 고용 사장 간 시장 확장에 대한 상이한 접근양상이 주로 임기보장 여부와 태생적 한계에 기인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부딪히게 되는 시장의 불확실성은 이들의 대응방식을 좀 더 역동적으로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창업자 사장의 경우 불확실성을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의 부재로 리스크를 공유할 경영진의 영입에 공을 들이는 반면 고용 사장은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는 내부시스템과 관리능력을 갖추고 있어 창업자 사장에 비해 비교적 원활히 타개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시장 확장 과정 중에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될 경우 두 종류의 사장 모두 활동 자체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나 창업자 사장에게서 그 정도가 더 심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측했다.
어떻게 연구했나
저자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미국의 173개 Cable TV 회사를 연구대상으로 선정했다. 이 기업들 중 53%는 창업자 사장, 47%는 고용 사장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으며 이들이 1972년부터 1996년까지 연구와 관련되는 2653개의 시장 확장 사례를 관찰한 후 분석했다. 사장의 기본적 특성, 시장의 불확실성, 재임기간, 설립자 vs. 고용자 여부 등을 독립변수로, 시장 확장 정도를 종속변수로 사용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분석결과 사장의 임기보장 여부는 특히 임기 초반부에 시장 확장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한 지배력을 가진 창업자 사장의 적극성이 임기 초반부에 나타는 것도 임기 보장 여부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시장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이 올 경우 창업자 사장과 고용 사장 모두 시장 확장 의지가 위축되나 고용 사장의 경우 비교적 그 정도가 덜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저자들의 주장과 같이 고용 사장이 창업자 사장에 비해 임기 초반부터 지배력, 신뢰, 전문성 함양의 노력을 통해 사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노력이 시장의 불확실상황을 극복하고 성장을 지속하는 이니셔티브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저자들은 논문을 결론지으며 결국 불확실한 시장상황하에서 지속적 성장을 추구하는 데 있어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있는 사장을 고집하기보다는 환경의 변화에 따라 사장의 역할과 형태에도 변화를 줘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즉, 특정 형태의 사장을 옹호하거나 고집하기보다는 다양한 형태의 사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예를 들면, 변화의 초반기에 빠른 시장 확대가 요구될 경우에 설립자 사장을 중심으로 공격적인 시장 확대를 추구하며 시장의 장악력을 높이고 점차 주변 환경이 경쟁자와 소비자의 거센 요구로 점철될 시기에 진입하게 되면 고용 사장 체제로 전환해 조직의 통합과 다양한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두루 섭렵해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류주한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미국 뉴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에서 석사(국제경영학), 런던정경대에서 박사(경영전략)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United M&A, 삼성전자, 외교통상부에서 해외 M&A 및 투자유치, 해외직접투자실무 및 IR, 정책홍보 등의 업무를 수행한 바 있으며 국내외 학술저널 등에 기술벤처, 해외진출전략, 전략적 제휴, PMI 관련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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