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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탁인사 성공 원칙은 ‘不得已’

박재희 | 121호 (2013년 1월 Issue 2)

 

18대 대통령 당선인의 인사(人事) 스타일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이 쏠려 있다. 어떤 방식으로 초기 인사를 단행하느냐에 따라 차후 인사 형태를 가늠할 수 있기에 그만큼 국민들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정상적인 인사제도에 구애받지 않는 측근 발탁인사는 더욱 더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중론이다.

 

능력 있는 사람을 선발해 국정 책임자 주변에 두는 것을진현(進賢)’이라고 한다. ‘어질고 능력() 있는 사람을 끌어올린다()’는 뜻이다. () 왕은 죄수 출신 주방장 이윤(伊尹)을 진현(進賢) 600년 상()왕조의 기틀을 세웠고 진()나라 목공(穆公)은 소여물을 먹이던 백리해(百里奚)를 진현해 진나라 세력을 천하에 크게 떨쳤다. ()나라 고조(高祖)는 장량(張良)과 한신(韓信), 소하(蕭何)를 진현해 천하를 통일했다. 모두가 탁월한 진현(進賢)의 발탁인사 능력이 발휘돼 한 나라를 강하게 한 역사적 실례다. 그런데 발탁인사는 무명의 인사를 하루아침에 재상의 자리에 올릴 수도 있고, 먼 곳에 있던 사람을 가까운 곳에 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맹자(孟子)>는 발탁인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백성들의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일명부득이(不得已)’ 발탁인사 원칙이다.

 

‘나라의 임금이 현명한 사람을 발탁할 때는(國君進賢) 부득이 하게 하셔야 합니다(如不得已). 왜냐하면 낮은 사람이 높은 사람으로 올라가고(卑踰尊), 먼 곳에 있던 사람이 가까운 곳으로 오는 것이기(疏踰戚) 때문입니다. 그러니 발탁인사는 정말로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可不愼與)!’ 하루아침에 국정의 중심에서 국가의 큰일을 결정하는 사람을 뽑을 때는 정말로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맹자>의 발탁 인사 원칙이다.

 

“주변 측근들이 모두 그 사람이 좋다고 해도 발탁해서는 안 됩니다. 관직에 있는 몇몇 고관들이 모두 그 사람이 좋다고 해도 발탁해서는 안 됩니다.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그 사람이 좋다고 하면 직접 충분히 살펴본 후에 그 사람이 그 자리에 있을 타당성이 있을 때 비로소 등용해야 합니다. 이것이 진정 백성들의 대표자로서 인재를 발탁하는 지도자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발탁 인사에는 주변 사람들의 입김이 작용하기도 하고 자신만이 생각하는 관점에서 결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백성들의 동의가 없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발탁인사는 결국 공감대를 형성하지도 못하고 인사의 실패를 가져오기도 한다. 내가 좋다고 해서 바로 발탁해 등용할 것이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동의를 얻고 난 후 부득이(不得已)하게 등용한다면 그것은 내가 사람을 뽑은 것이 아니라 국민이 뽑은 것이란 논리다. 한마디로 말하면 국민 모두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을 등용해 요직에 앉히라는 것이다. 공감하지 않는 인사는 국민들의 불신을 얻게 되고 공평치 못한 밀실 인사는 국민들의 의혹을 낳게 된다. ‘군진현(君進賢) 부득이(不得已)!’ 한 나라의 지도자가 사람을 발탁할 때는 국민들로부터 나오는 의견을 부득이 받아들여 진행해야 한다! 맹자의 이 부득이(不得已) 발탁인사의 원칙은 인사는 국민이 하는 것이지 몇몇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결정돼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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