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요직에 추천된 인사 중에 상당수가 검증과정에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그들의 과거 행적 중에서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것이 바로 물질이다. 세금 탈루에서부터 부당한 이득에 이르기까지 정당치 못한 소득과 물질은 요직으로 가기 위한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 조직을 이끌어 나갈 리더가 부도덕한 물질에 눈이 팔렸다면 그 직책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공통된 여론이다. 완물상지(玩物喪志), 물질(物)에 눈이 팔리면(玩) 자신의 꿈(志)을 잃게(喪) 된다는 구절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인간의 물질에 대한 욕구는 거의 본능에 가깝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어 하고, 더 많은 부동산을 갖고 싶어 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누구나 바라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 ‘화식열전(貨殖列傳)’에 보면 ‘부자가 되고 싶은 것은(富者) 인간의 본능이며(人之情性), 배우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것(不學而俱欲)’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전쟁에서 군인들이 목숨을 걸고 적을 향해 돌진하는 것도 결국 후한 보상(重賞)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고, 동네 폭력배들이 남을 협박하고 사람을 해치는 것도 결국 돈을 마음껏 쓰기(財用) 위해서 하는 것이며, 일부 여인들이 짙게 화장을 하고 남자를 유혹하는 것도 돈을 벌기(富厚) 위함이고, 악덕 관리들이 형벌을 무릅쓰고 문서를 위조해 법을 농락하는 것도 모두 뇌물(賂遺)을 얻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모두 물질을 추구하는 것이 본능이라고 해도 공직자로서 요직에 앉을 꿈(志)을 잃고(喪) 싶지 않다면 애초부터 물질에서 관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 ‘물질에 애착을 가진 만큼 반드시 잃어버리는 것이 있다(甚愛必甚費), 너무 많이 가지려 하면 반드시 그만큼 잃는 것이 있다(甚藏必甚亡)!’ <명심보감>에 나오는 물질에 대한 양면성이다. 물질에 대한 과도한 욕심과 비정상적인 추구는 결국 인간을 파멸과 멸망의 길로 이끈다는 것이다.
은(殷)나라 폭군 주왕(紂王)을 제거하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주(周)나라 무왕(武王)은 백성들의 마음을 얻어 혁명에 성공했다. 그 후 주변 국가나 부족들은 각종 물건을 가지고 와서 무왕에게 선물로 바쳤는데 그중에 영특한 개 한 마리가 공물로 바쳐졌다. 무왕은 그 개의 영특함에 온 정신을 빼앗겼고, 그것을 걱정한 신하 소공(召公)은 물질에 눈이 멀어 초심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하며 ‘완물상지(玩物喪志)’의 충언으로 왕을 옳은 길로 인도했다. 물질에 대한 집착은 지도자로서 초심을 잃게 하고 백성들의 민심을 떠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선비가 물질에 눈이 멀면 뜻을 잃어버리고, 공직자가 물질에 현혹되면 본분을 잊고 과오를 저지르게 된다. 그래서 ‘완물상지(玩物喪志)’는 오래 전부터 지도자들이 물질에 대해 경계할 때 자주 사용하던 말이었다. 바야흐로 물질에 대한 욕구가 극대화되는 시대다. 날마다 새롭게 쏟아져 나오는 물질의 유혹은 인간이 바르게 가야할 길을 벗어나게 만들고, 남과의 치열한 물질적 경쟁은 인간을 파멸의 길로 인도한다. 물질에 대한 추구가 인간의 본능이라고 해도 그것이 도를 넘는 순간, 뜻(志)과 꿈(望)을 내려놓아야 한다. 적어도 공직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이 물질에 눈이 팔렸었다면 빨리 그 자리에 대한 꿈을 내려놓는 것이 몸을 보존하는 상책이다. 인간이 물질의 노예가 됐을 때 인간의 기본 정신과 혼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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