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ychology
Based on “Physical Order Produces Healthy Choices, Generosity, Conventionality, Whereas Disorder Produces Creativity” by Kathleen D. Vohs, Joseph P. Redden, & Ryan Rahinel (in press, Psychological Science).
왜 연구했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무질서에 비해 질서를 바람직한 것으로 여긴다. 반면 무질서와 혼란 등의 단어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들어 있다고 판단할 때가 많다. 정리를 잘하는 것이 능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정리정돈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을 정도다. 정리정돈을 잘해야 사회나 경제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삶의 질도 향상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극단적인 질서는 이롭지 않다. 변화와 혁신을 억누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깔끔하게 정리된 환경이 늘 바람직하지만은 않다. 저명한 물리학자인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어지러운 책상이 어지러운 마음의 지표라면 텅 빈 책상은 무엇을 나타내는가”라고 반문했다.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적인 석학들의 연구실이 늘 깔끔하게 정리돼 있는 것은 아니다. 과연 깔끔하게 정리된 환경이 늘 이롭기만 한 것인가? 반대로 무질서하고 어지러운 환경이 유익한 점은 없을까?
무엇을 연구했나?
깨진 창문이론에 따르면 무질서에 대한 사소한 단서(방치된 깨진 창문)가 범죄행위 등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불안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깨진 창문이론은 깨진 유리창 하나를 방치하면 그 지점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다.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더 나아가 청결함을 나타내는 단어(상큼한 향기)는 도덕적인 행위로 연결되기도 한다. 주변 환경에 질서를 나타내는 단서가 있을 때 사람들은 전통이나 보전 등 가치를 두고 이를 지키기 위한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다. 도덕적인 행동과 건강을 챙기는 행동 등이 바로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반면 무질서는 전통 유지와는 거리가 멀다. 기존의 질서와 틀에서 벗어나야 하는 자유와 관련돼 있다. 전통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수용한다는 태도를 의미한다. 즉 무질서는 변화를 의미한다. 또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질서가 무질서보다 더 나은 것이라기보다는 상이한 역할이 있고 따라서 각각 기여하는 바가 다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질서는 전통을 보전하고 도덕적 행위를 길러내는 기능을 하는 반면 반면 무질서는 전통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사고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어떻게 연구했나?
미국 미네소타대 공동연구팀은 3차례의 실험을 통해 질서와 무질서가 각각 고유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첫째 실험에서는 네덜란드 대학생 34명을 두 집단으로 구분해 질서 집단의 참가자들은 정리가 잘된 방에 배치했고 무질서 집단의 참가자들은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방에 배치했다. 참가자들은 각 조건별로 방에 배치된 뒤 자선활동에 기부할 기회가 부여됐다. 기부할 의향이 있는 참가자들은 봉투에 기부금을 넣어 밀봉했다. 건강음식을 선택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참가자들이 실험을 마치고 나갈 때 사과와 과자를 제시하고 둘 중 하나를 갖고 갈 수 있도록 했다. 둘째 실험에서는 미국 대학생 48명을 각각 정리정돈이 잘된 회의실과 그렇지 않은 회의실(사진)에 배치한 뒤 참가자들의 창의성을 측정했다. 창의성은 탁구공의 쓰임새를 10가지 정도 제시하도록 하는 방법으로 측정했다. 셋째 실험에서는 미국 성인 188명을 각각 정리정돈이 잘된 책상과 어지럽혀진 책상에 배치한 뒤 음료수(과일스무디)에 추가할 메뉴를 선택하도록 했다. 메뉴는 ‘고전적인’ 것과 ‘새로운’ 것 등 2가지가 제시됐다.
무엇을 발견했나?
정리가 잘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참가자들에 비해 2배가 넘는 금액을 기부했다. 정리가 잘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평균 3000원을 기부했으나 정리가 잘 되지 않은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평균 1200원을 기부하는 데 그쳤다. 간식을 선택할 때도 정리가 잘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초콜릿 과자보다 건강에 좋은 과일(사과)을 선택했다. 정리가 잘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67%가 사과를 선택했고 정리가 안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은 20%만이 사과를 골랐다. 하지만 정리가 되지 않은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창의적인 의견을 더 많이 제시했다. 정리가 잘된 회의실에 있던 참가자들은 탁구공의 새로운 쓰임새에 대해 평균적으로 1.41개를 제시했다. 반면 정리정돈이 안 된 회의실에 있던 참가자들은 평균 1.8개의 쓰임새를 생각해 냈다. 전반적인 창의성 수치도 무질서한 방에 있던 참가자들이 높았다.(7.9점)질서정연한 환경에 있던 참가자들의 창의성 수치는 5.6점에 불과했다. 셋째 실험도 같은 결과였다. 음료수 메뉴를 선택할 때도 정리정돈이 잘된 환경에 있던 참가자들은 35%가 ‘고전적인’이란 설명이 붙은 메뉴를 선택했다. ’새로운’이라는 설명이 뭍은 메뉴는 18%만 선택했다. 반면, 정리정돈이 되지 않은 무질서한 환경에 있던 참가자들은 36%가 ‘새로운’이란 설명이 제시된 메뉴를 선택했다. 17%만이 ‘고전적인’이란 설명이 붙은 메뉴를 선택했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질서와 관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깔끔하게 정리정돈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리가 잘된 환경은 사회 친화적인 행동과 건강한 생활을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창의성이 필요할 때는 정리정돈이 잘된 환경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창의성은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전통과 질서를 파괴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관행과 관습을 극복해야 혁신이 가능하다. 무질서한 환경은 사람들에게 전통과 관행에 얽매이지 않도록 도와준다. 창의성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업무환경을 너무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 변화가 필요할 때와 혁신을 해야 할 때는 환경을 다소 무질서하게 만드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안도현 경희대 공존현실 연구팀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Colorado State University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석사, University of Alabama에서 커뮤니케이션 전공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설득에 미치는 영향이다. 심리과학의 연구성과를 기업경영 등 현실에 접목하는 과학커뮤니케이션(기고, 강의)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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