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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에 없는 경영

김남국 | 133호 (2013년 7월 Issue 2)

 

 

유명한 벌과 파리 실험이 있습니다. 지능으로만 보면 벌이 파리를 압도합니다. 당연히 유리병 속에서 빠져나오기 게임을 하면 벌이 이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유리병 속에 벌과 파리 여러 마리를 넣고 병 바닥을 빛이 들어오는 창문 쪽으로 향하게 하면 파리가 완승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이곳저곳 날아다니는 파리들은 2분 안에 모두가 빠져나갔습니다. 반면 벌들은 출구에서 빛이 나온다는 차원 높은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빛을 향해서만 돌진했습니다.

 

이전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불확실성의 시대가 펼쳐졌지만 우리는 벌처럼 기존 지식에만 의존한 채 과거 관행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한 대기업이 야심 차게 설립했던 신사업추진단을 해체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가장 똑똑한 것으로 알려진 이 기업의 신사업 실패 사례를 보면서 벌과 파리 실험이 떠올랐습니다. 과거 방식으로 아무리 현명하게 일처리를 해도 실패하는 사례가 요즘 자주 목격됩니다. 이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미 전략 분야에서는 불확실성과 우연 같은 요소를 수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온실에서 화초를 기르는 것처럼 통제와 프로세스를 중시했던 관점에서 벗어나 뜰에 잡초가 마음껏 자라도록 하면서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창발적 전략을 용인하려는 움직임이 그것입니다. 전략 분야에서는 학습 학파의 관점이 대표적입니다. 전략을 계획이 아닌 배우는 과정으로 보는 게 학습 학파의 핵심입니다.

 

개인의 삶과 마찬가지로 조직도 끊임없이 학습하지 않으면 더 이상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학습은 익숙한 현상이나 지식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면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알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학습 관점에서 바라보면 세상만사가 온통 배울 것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실제 제가 접해본 역량 있는 CEO들은 유명 식당에서 식사할 때에도 그 식당의 핵심 성공요인을 발견해 자신의 사업에 접목시키는 훌륭한 학습자란 공통점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성공과 실패 사례 모두에서 학습하며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데 능합니다. 배우는 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은 과감한 도전도 즐겨합니다. 결과적으로 실패하더라도 배울 게 정말 많기 때문입니다.

 

경영학의 눈부신 발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미지의 영역은 너무나 많습니다. 끊임없는 학습을 강조하는 학습 학파의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기존 계획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평생 학습하는 경영자, 평생 학습하는 조직을 위해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로 경영학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현실 경영자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다양한 분야들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인상, 풍수와 같은 요소들은 비과학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어쨌든 현실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분위기나 사기, 인간관계 심리 역시 성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칩니다. 물론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측정되거나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못한 분야도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DBR은 지금까지와는 성격이 다른 콘텐츠에 도전했습니다. 마침 일상에서 벗어나 색다른 생각을 해볼 수 있는 휴가철과 이번 호 DBR 발행 일정이 겹쳐 도전적인 주제를 다루는 데 따르는 부담감을 다소 줄일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관점, 새로운 시각은 경영이란 거대한 용광로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경영학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는 다양한 주제들과 관련한 시각들을 적절히 취사 선택해 풍성한 통찰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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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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