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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과 문화외교

박재희 | 133호 (2013년 7월 Issue 2)

 

 

얼마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서 보여준 외교는 문화외교였다. 중국 역사에서 가장 문화적인 장소로 알려져 있는 시안의 진시황제 병마용을 방문했고 가는 곳마다 중국 고사와 고전 명구를 인용함으로써 중국 문화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보여줬다. 이런 문화적인 행보를 보인 한국 대통령에게 중국인들은 문화적인 동질감을 느끼고 친밀감을 표시했다. 한국과 중국의 경제인들이 모인 비즈니스 포럼에서는장사를 하기에 앞서 먼저 친구가 돼야 한다선주붕우(先做朋友) 후주생의(後做生意)’의 중국 속담을 인용함으로써 유교의 상거래 철학을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또한 시진핑(習近平) 주석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는 <논어(論語)>에 나오는청언관행(聽言觀行)’의 구절을 인용하며 사람의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하는데 요즘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하며 에둘러 북한의 남북협상에 대한 말만 무성하고 행동은 없는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중국 당 주석 시진핑의 모교이자 중국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칭화대(淸華大學)에서의 연설에는 많은 고전 구절들을 중국어로 또박또박 발음해 참석한 학생들과 청중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칭화대가 인재를 기르는 산실임을 감안해 국가의 백년대계를 세우려면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는 <관자(管子)>에 나오는 글귀를 인용해 호응을 얻었다. ‘일 년을 위한 계획은 곡식을 심는 것 만한 것이 없다(一年之計莫如樹穀)! 십년을 위한 계획은 나무를 심는 것 만한 것이 없다(十年之計莫如樹木)! 백 년의 큰 계획을 세우려면 인재를 길러 양성하는 것 만한 것이 없다(百年之計莫如樹人)!’ 비록 유창한 중국어 발음은 아니었지만 중국인들도 어려워하는 고문을 또박또박 정성스럽게 중국어로 발음하는 한국 대통령에게 중국인들이 존경을 표했음에 분명하다. 한국이 빈약한 자원과 작은 땅을 갖고 있지만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 결국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재들을 많이 배출한 결과라면 인재를 양성하는 대학에서 <관자>의 인재양성론을 인용한 것은 시의 적절했다.

 

대통령은 또 칭화대의 교훈인 <주역(周易)>에 나오는자강불식(自强不息) 후덕재물(厚德載物)’에 대해서도 언급했는데 이 글귀의 연원은 <주역>의 건괘(乾卦)와 곤괘(坤卦)의 상전((象傳)이다. ‘하늘의 운행은 씩씩하다(天行健)! 군자는 이 하늘의 운행을 본받아 스스로 힘쓰기를 쉬지 않아야 한다(君子以自彊不息)! 땅의 기세는 푸근하다(地勢坤)! 군자는 이 땅의 기운을 본받아 후덕한 마음으로 만물을 실어줘야 한다(君子以厚德載物)!’ 일부 언론에서는 이 글을 잘못 번역해덕을 쌓은 후에 재물을 취한다는 엉뚱한 해석을 싣기도 하였는데위대한 군자(君子)가 되려면 하늘의 쉬지 않고 움직이는 씩씩함을 본받아 자기 계발에 힘써야 하고(自强不息), 땅의 후덕한 마음을 본받아 세상의 모든 존재를 포용하는 덕을 길러야 한다(厚德載物)’는 칭화대가 지향하는 인재상이다. 자신에게는 엄격해 쉬지 않고 노력해야 하며 남에게는 너그럽게 안아주는 리더가 돼야 한다는 칭화대의 인재 육성 원칙에 대통령은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바야흐로 문화가 경쟁력인 시대다. 문화(文化)는 인간의 역사 속에서 만들어 놓은 아름다운 문양(文樣)이다. 문양이 없는 상품은 더 이상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없고 문양이 없는 외교는 그저 형식적인 만남에 불과하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인간(人間)의 문양(文樣)인 인문(人文)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더욱 절실해질 것 같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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