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知之者不如好之者),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好之者不如樂之者)!” <논어>에 나오는 몰입의 위대한 기쁨이다. 안다(知)는 것은 그저 멀리서 지켜보며 이성적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좋아한다(好)는 것은 가까이 다가가 있지만 여전히 완전한 몰입은 아니다. 즐기는(樂) 것은 몰입돼 빠진 것이다. 지금 내가 하는 일과 내가 하나가 됐을 때 느끼는 위대한 감동이다. 음악을 귀로 듣는 것과 가슴으로 듣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귀로 듣는 음악은 멜로디와 악조를 듣는 것이고 가슴으로 듣는 음악은 감동과 충만함으로 음악과 만나는 것이다. 몰입하고, 감동하고, 극치에 도달하면 모든 근심은 거품처럼 사라지고 내가 나이를 먹는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다. 심지어 밥을 먹는 생리적인 욕구도 잊어버릴 수 있는 것이 몰입의 위대함이다.
공자는 이런 몰입의 위대함에 대해 자주 언급하고 있다. 공자가 제(齊)나라에 있을 때 일이다. 당시 가장 화려했던 제나라 어느 도시에서 공자는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음악에 몰입되는 경험을 한다. 순(舜) 임금을 주제로 한 음악인 소(韶) 음악을 듣고 3개월 동안 그 음악에 빠진다. 얼마나 음악에 몰입해 빠졌던지 고기 맛을 알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부지육미(不知肉味)’ 고기가 귀했던 시절,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공자의 몰입에 방해가 될 수는 없었던가 보다.
당시 섭공(葉公)이라는 귀족이 공자의 제자였던 자로(子路)에게 공자의 사람 됨됨이를 물었다. 자로는 자신의 스승에 대해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기분이 나빴는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돌아왔다. 공자는 그런 자로에게 자신에 대해 왜 이렇게 말하지 않았느냐고 소리쳤다. ‘공자는 한번 무엇인가를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먹는 것도 잊어버리고 그 일에 몰입하는 사람이다(發憤忘食). 그는 한번 일에 몰입하면 세상의 모든 근심을 잊고 그 일에 빠지는 사람이다(樂以忘憂). 그는 이런 상태가 되면 자신이 얼마나 나이가 먹었는지조차 잊고 몰입하는 사람이다(不知老之將至).’ 공자가 자신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는 글을 읽으면 감동이 느껴진다. 나이도 잊어버리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몰입할 수 있는 공자의 예술적 삶에 진한 공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나이가 많아서 노인이 아니고 나이가 적다고 청년이 아니라고 한다. 나이란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평균적으로 수치화한 것이지 그 사람의 정신적 태도와 삶에 대한 열정을 수치로 나타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 있다는 것은 서 있다는 것이다(人之生也直).’ 역시 <논어>에 나오는 글귀다. 직(直)은 앉은 것(坐)도 아니고 누운 것(臥)도 아니다. 무엇인가를 지향하며 곧게 서 있는 모습이다. 가을 하늘을 향해 가녀린 줄기로 아슬아슬하게 서(直) 있는 코스모스를 보면 살아 있다(生)는 것이 무엇인지를 감동처럼 느끼게 해 준다. 나이와 처지를 잊고 자신이 꿈꾸는 곳을 향해 몰입하고 빠져 있는 모습은 살아 있음의 확실한 증거다. 앉고 누우면 편안하련만 고통 속에 서 있는 자들의 몰입과 열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알려하지 말고 좋아하라(好)! 좋아하려 하지 말고 즐겨라(樂)! 모든 근심을 잊어버리고(忘憂), 밥 먹는 것도 잊은 채(忘食), 내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무소의 뿔처럼 전진하라! 그것만이 사람(人)이 살아 있다(生)는 확실함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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