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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

박재희 | 148호 (2014년 3월 Issue 1)

 

고수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잘 싸우는 사람은 이미 승리를 만들어 놓고 싸우기에 그리 힘들지 않게 승리를 얻어낸다는 뜻이다. 반면 하수들이 싸울 때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열심히 싸우는 것 같지만 그것은 이길 수 없는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하수들의 몸부림이다. 잘 싸우는 사람은 이미 승리를 만들어 놓고 싸우기에 그리 멋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너무나 당연히 이길 싸움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先勝) 승리를 얻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孫子兵法)>에는 이기는 군대와 지는 군대의 차이를 바로 이 점에 두고 있다. ‘이기는 군대는 먼저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싸우는 군대다(勝兵 先勝求戰). 지는 군대는 일단 싸워 놓고 승리의 방법을 찾는 군대다(敗兵 先戰求勝).’ 이기는 군대와 지는 군대는 전쟁을 하기 전에 승리의 방법을 만들어 놓고 싸우느냐, 아니면 일단 싸워놓고 승리의 방법을 찾느냐라는 아주 간단한 차이에 의해 구별된다.

 

선승(先勝)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우는 군대의 5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위아래 모든 구성원이 같은 꿈을 가지고 있는 조직은 승리한다(上下同欲者勝). 최고경영자의 꿈과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조직이다. 둘째, 준비한 자가 준비 안 된 상대와 싸우면 승리한다(以虞待不虞者勝). 위기에 앞서 철저한 준비와 대비를 한 조직이다. 셋째, 싸울 만한 상대인지 아닌지를 미리 판단할 수 있는 조직은 승리한다(知可以戰與不可以戰者勝). 전쟁에 앞서 승리의 가능성을 정확히 꿰뚫고 전쟁의 여부를 결정하는 조직이다. 넷째, 인원과 물자의 규모를 자유자재로 운용할 줄 아는 조직은 승리한다(識衆寡之用者勝). 가용한 자원의 적절한 할당과 분배를 할 줄 아는 조직이다. 다섯째, 전방의 장군이 능력 있고 후방의 인사권자인 군주가 간섭 안 하면 승리한다(將能而君不御者勝). 능력 있는 인재를 뽑아 권한을 이임할 줄 아는 조직이다.

 

승리를 이미 확보해 놓고 싸우는 이기는 군대는 형세(形勢)가 다르다. 이길 수밖에 없는 형세를 만들어 놓고 질 수밖에 없는 형세를 가지고 있는 상대와 싸워 백 번 싸워도 백 번 모두 지지 않는 전쟁의 성과를 얻는 것이다.

 

기업에서 새로운 투자와 신흥시장에 진출은 기업의 존망을 결정하는 중요한 일이다. 그동안 백 번의 승리를 이뤘다 하더라도 한 번의 투자에서 실패하면 모든 승리가 물거품처럼 사라질 수 있다. 확실한 승리에 대한 데이터나 승산(勝算) 없이 단순히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나 개인적 감정으로 사업을 하다가는 기업이 망하고 직원들이 직장을 잃는 참사를 면치 못할 것이다. 요즘 기업 전쟁에서도 승산 없는 사업에 잘못 발을 들여 넣거나 확실치 않은 분야에 일을 벌려 결국 기업이 망하고 직원이 거리로 나앉는 것을 보면서 <손자병법>의 선승구전(先勝求戰)의 구절이 더욱 절실하게 가슴에 다가온다.

 

전쟁이란 공격할 때도 있고, 피할 때도 있고, 기다릴 때도 있는 아주 유기적인 게임이다. 변하는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조직을 변한 상황에 유연하게 적응시키는 것이야 말로 유능한 리더의 경영방식이다. 우리 주변에는 자기 자신을 함부로 소진하는 경영자가 의외로 많다. 때로는 세상의 동향을 세밀히 살피며 발톱을 감추고 있다가 결정적인 기회가 왔을 때 공격해도 늦지 않다. ‘매가 먹잇감을 노릴 때는 발톱을 숨기고 있다가 소리도 없이 결정적인 순간에 먹잇감을 채간다.’ 병법서 <육도(六韜)>의 저자 강태공의 이야기다. 승병(勝兵)은 선승구전(先勝求戰)이라! 이기는 군대는 승리의 조건을 만들어 놓고 싸운다! 참으로 명쾌한 승리의 비법이다.

 

박재희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

필자는 조부에게 한학을 배우고 성균관대에서 동양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중국 사회과학원에서 수학했다. 고전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미래사회 가치를 연구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를 지내고 현재 포스코 전략대학 석좌교수, 민족문화콘텐츠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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