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학술지에 실린 연구성과 가운데 경영자에게 도움을 주는 새로운 지식을 소개합니다
Sociology
사회적 관계에 의존한 정보
M&A에서 함정이 될 수 있다
“Picking a (Poor) Partner: A Relational Perspective on Acquisitions”, by Michelle Rogan and Olav Sorenson, i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2014, 59(2), pp. 301∼329.
무엇을 왜 연구했나?
인수합병은 조직의 극적인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다. 보완성을 갖고 있는 사업이나 역량을 통합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으며, 새로운 지역이나 시장에 진출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경쟁자를 흡수하는 경우에는 산업 내 절대 강자로 등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수합병의 성공사례는 의외로 많지 않다. 주가나 기업 가치가 반짝 오르다가 급격히 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인수합병 이후 성과가 점진적으로 하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인수했던 기업을 되파는 일도 종종 있다.
인수합병 실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법적 결합 이후의 문화적, 운영적 결합의 실패다. 하지만 초기 단계에서 어떤 파트너를 어떻게 선정할 것인가 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파트너를 어떻게 선정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주도면밀한 평가를 통해 보완적 가치를 지니고, 운영상 결합이 용이한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항상 추가되는 것이 있다. 파트너의 신뢰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추천 시스템이나 직·간접적인 관계를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논문은 이런 관계론적 접근이 때로는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무엇을 발견했나?
이 논문은 1995년부터 2003년까지 글로벌 광고산업의 인수합병 자료를 토대로 인수합병 파트너 선정과 그 성과를 분석했다. 특히 이 논문에서 주목한 것은 ‘클라이언트 공유가 파트너 선정 가능성을 증가시키는가’, 그리고 ‘그러한 파트너 선정이 결합조직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다. 흔히 네트워크 이론에서 제3자를 공유하는 두 기업 A와 B는 간접적인 관계에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기업 A는 이 제3자를 통해 기업 B에 대한 상세하고 믿음직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또 기업 B에 우리 기업의 신뢰성을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리 기업과 거래하는 클라이언트가 B기업에도 광고 의뢰를 한다면, 이는 B기업이 우리 기업에 버금가는 훌륭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간접적 관계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보비대칭성을 해소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 이와 더불어 클라이언트를 공유하는 광고회사들은 대개 경쟁자들이므로 인수합병을 통해 경쟁자 제거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광고산업에 대한 분석 결과를 예측한 바와 같이 클라이언트를 공유하는 기업들끼리 인수합병이 많이 발생했다. 그렇다면 간접적 관계를 통한 결합의 결과는 어떨까? 일반적인 예측과 달리 결합 이후의 성과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기존에 거래하던 클라이언트를 잃거나 이들에 대한 매출액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저자들은 두 가지 원인을 제시했다. 첫째, 간접적 관계에 있는 기업에 대해 과도하게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경향이 있다. 둘째, 흔히 배태성이라고 부르는 사회적 관계의 함정에 빠져 더 넓은 범위에서 더 좋은 파트너를 물색할 동기를 상실하게 된다.
연구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사회적 관계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자본의 원천으로 여겨져 왔다. 경제적 행위자는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관계를 통해 가치 있고 신뢰할 만한 정보를 획득한다. 지속적인 관계라면 두 말할 것도 없다. 우리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평가할 때 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이 주는 정보는 크게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이런 정보는 대체로 질 좋은 정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정보탐색에 소요되는 한계비용을 감안하면 이런 정보에 의존하는 것이 매우 합리적일 수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정보를 탐색하지 않아도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확신할지도 모른다. 물론 많은 경우 이는 사실이다. 사회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자본은 그야말로 매력적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무언가에는 늘 함정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연구를 비롯해 많은 사회학적 연구들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지나친 의존은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획득할 기회가 차단되고, 잘못된 믿음에 빠지기도 하며, 때로는 강한 사회적 압력에 의해 행동반경이 제약될 수도 있다.이는 비단 인수합병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회적, 경제적 행위가 그렇다.
정동일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email protected]
필자는 서울대 사회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림대 사회학과를 거쳐 숙명여대 경영학부에 재직하고 있다. 기업 간 네트워크, 제도주의 조직이론, 조직학습, 경제사회학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는 플랫폼 기반 조직생태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Political Science
‘딸 바보 판사’는
親여성적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다
무엇을 왜 연구했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명의 연방대법관을 임명할 기회를 가졌는데 과연 누구를 임명할 것일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삼권분립의 전통이 강한 미국에서 종신직인 연방대법원 대법관의 권한은 대통령이나 의회의 결정을 순식간에 뒤집을 수 있을 만큼 막강하다. 따라서 누가 임명되는가는 향후 미국 정치의 향방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별히 공감능력(empathy), 이를테면 ‘십대의 어린 나이로 미혼모가 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 즉, 미국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고 어려운 계층의 처지와 고충을 이해할 만한 배경을 가진 후보자를 선택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공언으로 인해 개인의 가치관이나 성향, 출신 배경으로부터 가능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법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훌륭한 판사의 요건이라고 보는 워싱턴 정가에서는 순식간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오바마는 결국 최초의 히스패닉계 여성 후보자를 지명하는 데 이어 두 번째 공석마저 여성 법조인으로 채움으로써 그가 했던 약속을 지켰다.
많은 연구들이 대중의 기대와 달리 중립성을 가장 엄격하게 훈련받은 엘리트집단인 미국의 판사들이 사실은 자신들이 가진 개인적인 특성들, 즉, 정치적 신념, 인종, 성별 등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는 증거를 이미 많이 제시해왔다. 이 연구는 한걸음 더 나아가 정체성 혹은 특질이 아닌 개인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춰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밝히고자 했다. 구체적으로 미 항소법원 판사들의 자녀구성을 조사해 딸이 있는 것과 판결의 방향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를 분석했다. 이 연구 자체는 판사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만 역시나 기업의 명운을 결정하는 ‘판단’을 내려야 하는 CEO나 여타 조직의 리더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큰 논문이기에 이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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