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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원천

김남국 | 210호 (2016년 10월 lssue 1)

DBR은 기업 경영 이외의 분야를 집중 탐구하는 기획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학교, 지방자치단체, 재래시장, 농업 등 다양한 영역을 탐구했는데 경영자들에게 감동을 주는 사례들을 다수 발굴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스포츠 분야에서 교훈을 찾기 위해 DBR 제작팀과 전문가들이 현장을 누볐습니다. 이번에도 큰 교훈과 울림을 주는 사례를 독자 여러분들께 기쁜 마음으로 선보입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얻은 첫 번째 교훈은척박함의 축복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척박한 환경을 피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상황은 축복의 요소를 갖고 있습니다. KLPGA가 단기간에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이유 중 하나는 놀랍게도 열악한 인프라였다고 합니다. 레슨비가 비싸고 골프장에 자주 가서 연습하기 어려웠던 불우한 환경덕분에우리나라의 여성 프로골퍼들은 1타를 연습할 때마다 집중에 집중을 거듭했습니다. 또 가끔 필드에 나가서는 엄청난 집중력을 보였다고 합니다. 특히 필드에서 시간을 보내기 어렵기 때문에 어린 시절부터 체력훈련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관행도 프로 무대에서 탁월한 성적을 내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또 다른 교훈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의 소중함입니다. 대부분 프로야구 구단들의 목표는 무조건우승입니다. 하지만 신생팀인 NC 다이노스는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동반 질주’ ‘전략 질주와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웠고존중이라는 이념을 실천했습니다. 한참 어린 선수들에게도이란 칭호를 붙이고, 첫 완봉승을 거둔 후배 투수에게 선배 포수가 존중의 의미로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게 당연한 문화가 됐다고 합니다. 이런 철학은 불리한 여건을 딛고 탁월한 성과를 내는 원동력이 됐습니다.

 

프로농구의 인기를 넘볼 만큼 급성장한 한국 프로배구의 성공은 업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고객들은 스포츠를 통해 공정한 룰이 지켜지는 가운데 드라마 같은 멋진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현실에서는 심판 판정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이 이어집니다. 한국 프로배구는 과감하게 세계 최초로 비디오 판독제를 도입했습니다. 논란이 있었지만 협회의 결단으로 프로배구는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었습니다.

 

조직의 규율 또한 성과의 핵심 원천입니다. 한국 아이스하키팀은 거의 몰락 직전의 상황이었습니다. 지원 조직도 부족했고 조직 문화도 심각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새로 부임한 대표팀 감독은 라커룸에 태극기를 걸도록 했고, 모든 선수들에게 장비와 유니폼을 각을 잡아 제대로 정리하게 했습니다. 또 경기장 이동 시 반드시 정장에 넥타이를 매도록 했습니다. 국가대표로서 엄격한 규율을 준수하도록 했고 이 과정에서 자부심을 갖도록 유도한 것입니다. 프로페셔널의 기본 요건은 엄격한 규율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고객과의 정서적 교류는 충성도의 강력한 원천입니다. 한때 일본 프로야구의 최약체로 평가받았지만 25년 만에 센트럴리그 1위로 뛰어올라 일본 열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히로시마 카프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 구단의 에이스 투수였던 구로다 히로키는 FA 자격을 얻어 다른 구단으로 이적이 확실시됐다고 합니다. 그러자 히로시마 팬들은당신이 눈물을 흘리면 우리가 그 눈물이 되어줄게요라는 대형 플래카드를 걸었습니다. 간절한 팬들의 호소에 구로다는 기적적으로 잔류를 선택했습니다. 그는 이후 미국 메이저리그에도 진출해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았지만 더 나이 들기 전에 히로시마에 기여하고 싶다며 뉴욕 양키스가 제시한 고액 연봉을 뿌리치고 일본으로 복귀해 팬들과의 의리를 지켰습니다.

 

척박한 여건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고, 우리만의 규율과 가치를 확립하며 업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토대로 고객과 정서적 교감을 한다면 우리 모두가 기적의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

 

 

 

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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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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