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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직장 vs. 한국직장

회의 시작 5분 만에 “먼저 나갑니다”

김지웅 | 225호 (2017년 5월 Issue 2)

미국 테크기업에서 일하기 시작한 이후로 점심시간의 풍경 차이로 인해 받았던 문화 충격 이후의 두 번째 문화 충격은 회의시간에 발생했다. 회의가 시작된 지 5분이 채 지났으려나. 의제를 듣더니 한두 사람이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회의는 이러한 사건(?)에도 불구하고 흐름이 끊기지 않고 계속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는 예사로 일어나는 일이었다.

미국 테크기업에서의 회의문화는 효율성이 최고의 가치다. 따라서 회의를 잡을 때(일정을 생성할 때) 사전에 회의 목표가 무엇인지, 참석자는 누구인지, 명확하게 기재해야만 한다. ‘어떻게 하면 모든 참석자들의 시간을 가장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라는 고민 없이 회의를 잡았다가는 큰코다치기 일쑤다. 이곳에서 회의를 잡는 건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회의를 주재할 때 회의의 의제가 상대방에게 관련성이 적거나 중요도가 떨어지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회의에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물론, 그전에 이미 그런 판단을 내리고 참석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 참석자를 결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관리자급의 경우 동일한 시간에 회의가 2∼3개씩 겹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회의를 주재할 때 가장 중요한 건 회의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회의인지,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공유하는 시간인지, 아니면 브레인스토밍 등 워크숍인지 회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회의를 시작할 때는 간략하게 회의 목적을 재언급하면서 모두를 상기시킨다. 예를 들면, “이번 회의를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건 다음과 같습니다. 문제 X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된 대안 A와 대안 B 중에서 회의를 통해 최종 결정을 하려고 합니다. 본 회의를 통해 해결책을 결정하면 이번 주 내로 팀별 업무 분장 회의를 추가 공지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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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성은 의외로 평등에서 온다.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은 모두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 회의자료를 사전에 배포한다면 모든 참석자에게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회의록 역시 참석자 전원에게 보낸다. 초대만 받고 실제 회의에는 불참한 경우라도 자료를 공유한다. 애초에 회의에 필요한 사람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회의시간에는 모두에게 발언권이 있다. 여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는 내용을 물어볼 권리도 포함된다. 회의를 진행하는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운 질문들도 계속 들어온다. 그러나 그런 질문들이 모여 다양한 견해를 더하고 사안을 보다 입체적으로 보게 해준다.

흥미로운 건 이곳에선 이해가 안 가면 정말 뭐든지 물어본다는 점이다. 아무리 기초적인 내용이더라도 말이다. 회의에 들어가면서 초반에 가장 어려운 점이 바로 이 회의 중에 ‘기초 질문’하기였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다.

“잭이 말하기를….”

“잭이 누구야?”

“응, 우리 팀 본부장이야.”

또는

“우리 고객의 LTV를 계산하면….”

“LTV가 뭐야?”

“Life Time Value(고객생애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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