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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겨울에 일어난다

김남국 | 226호 (2017년 6월 Issue 1)

중국 후한대의 철학자 왕충(王充)은 행초(幸草) 이야기를 통해 세상의 이치에 대한 의미 있는 통찰을 전해줍니다. 풀이 많은 거리에 마차가 지나가면 풀의 운명은 극명하게 갈립니다. 바퀴에 깔리지 않은 풀은 흙과 뒤범벅된 채 바닥에 누워 있는 풀을 불행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불이 나면 풀들의 운명은 또 한 번 갈립니다. 바퀴에 밟히지 않고 곧게 서 있는 풀은 불에 타지만 흙과 범벅이 된 풀은 화마를 피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해리 덴트가 ‘인구절벽’이란 용어를 사용하면서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충격적인 상황이 도래할 것이란 우려를 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생산 가능 인구의 감소와 고령 인구의 증가로 경제 활력이 사라지고 피부양 인구가 급속히 늘어나 사회 안전망 체계도 붕괴될 수 있다는 게 우려의 핵심 내용입니다.

하지만 행초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하나의 요소만으로 행운과 불행을 판단하면 오류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인구구조 외에 다른 많은 요소들이 함께 상호작용을 하며 우리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기술 발전의 속도가 임계치를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은 한때 넘어설 수 없다고 생각했던 인간의 바둑 능력을 손쉽게 돌파했습니다. 과거 미래학자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자율주행도 이제는 범용 기술이 됐습니다. 스마트 공장도 보편화하고 있습니다. 생산에서 인간 근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줄어들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생산에 대한 과거의 통념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 인구절벽으로 인해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자세히 바라보면 자산 버블과 정부의 대응 실패가 경기 침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분석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시간이 지날수록 일본의 고령화 현상은 더 심화되고 있지만 경제의 거품이 빠지고 정부의 정책도 자리를 잡자 경제는 활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세계 인구는 당분간 급격한 증가세를 이어갈 확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글로벌 마인드셋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인구절벽으로 인한 우려의 많은 부분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특히 해리 덴트도 인정하듯 인류 역사를 바꾼 수많은 혁신은 경제적으로 심각한 도전이 이어지는 시기에, 그의 표현에 따르면 겨울철에 일어납니다.

글로벌 기업들의 다양한 사례들을 보면 오히려 인구구조의 변화가 생산성 향상의 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 제작에 참여한 장은지 이머징 대표가 분석한 BMW 사례가 이를 잘 뒷받침합니다. 50세 이상 근로자가 급증할 것을 예상한 BMW는 고령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작업 환경과 방식, 시스템을 전면 교체하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모니터를 키워 눈의 피로를 덜어주고, 특수한 신발을 제작해 발에 무리가 덜 가도록 했으며, 적절한 교대 근무로 신체에 주는 부담도 최소화하는 식의 혁신을 단행했습니다. 그러자 고령 근로자의 증가에도 생산성은 7% 높아지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고 합니다.

물론 이렇게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사고가 필수적입니다. 일에 대한 고정관념, 업에 대한 통념 등을 모두 재고해봐야 합니다. 실제로 일본의 편의점은 이제 고령자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음식을 배달해줄 뿐만 아니라 이동이 불편한 고객을 위해 트럭을 이용해 찾아가서 물건을 판매하는 서비스까지 시행할 만큼 유연하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기존 관념에 머물지 않는 이런 유연한 사고와 대응은 환경이 급변하는 시기에 생존의 필수 요소입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를 토대로 새로운 전략 대안을 모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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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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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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