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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하면 권력이 더 커진다?

김남국 | 250호 (2018년 6월 Issue 1)

인류 문명사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책 중 하나로 찰스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을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책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습니다.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의 대커 켈트너 교수는 『선한 권력의 탄생(프런티어, 2018)』이란 책을 통해 다윈이 놀라운 업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그의 ‘연결망’을 꼽았습니다. 실제 그는 집필 작업을 하면서 자신에게 지식이나 지혜를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1년에 평균 1500통의 편지를 보내며 교류했다고 합니다. 다윈이 독단적으로 작업하지 않았고 무역업자, 의사, 생물학자, 동물 애호가, 오지에서 일하는 선교사 등 자신의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수평적 연결망을 형성하고 지혜를 나눈 덕분에 역작을 만들 수 있었다는 설명입니다.

타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은 두 가지 방법으로 획득이 가능합니다. 위력이나 모함, 사술 등을 통해 타인의 권력을 빼앗는 게 첫 번째 방법입니다. 마키아벨리즘으로 대표되는 이런 관점은 권력을 제로섬 게임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켈트너 교수처럼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권력을 정의하면, 오히려 수평적 관계망을 통해 권력을 분산하면서 더 큰 힘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높은 위치에 있었지만 절대 군림하려 하지 않았고, 자신을 낮추며 진심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노력했던 고(故) 구본무 LG 회장에 대한 추모 열기가 시들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결망 안의 타인과 권력을 나눌수록 선한 영향력은 더 커지고, 역사 발전에 기여할 확률도 높아집니다.

기술 분야에서도 이런 트렌드를 확연히 엿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혁명을 가져온 TCP/IP 기술이 대표적입니다. 과거에는 통신을 하려면 정부나 통신사가 구축해놓은 망을 이용해야 했습니다. 설비를 만든 조직은 해당 통신망을 중앙에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TCP/IP는 정보를 패킷으로 쪼개 암호화하면서 각각에 주소를 붙여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수신자에게 도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 기술은 중앙의 통제 없이 작동하는 수평적인 연결망을 만들었고 분산된 권력은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도 TCP/IP와 유사하게 개방적이고 분산화된 정보 공유 시스템입니다. 블록체인 기술은 중개자 없이 거래를 가능하게 할 뿐만 아니라 중앙을 통하지 않고 개별 노드 간 직접적인 거래와 정보 송수신이 가능한데다 위조나 변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맹목적 낙관론은 경계해야 합니다. TCP/IP 기술이 상용화된 후 인터넷이 세상을 바꾸기까지 30년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블록체인도 인터넷과 유사하게 고객가치 창출 잠재력이 높으면서도 기존 법규나 제도와 충돌이 적은 분야부터 점진적으로 확산될 것입니다. 실제 신뢰가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는 다이아몬드 거래나, 중간상인을 없애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큰 가치를 줄 수 있는 콘텐츠 거래 등의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이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DBR은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를 통해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 사업 모델 수립 방안을 탐구했습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혁신을 꿈꾸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스토리도 담았습니다. 이번 리포트를 통해 잠재력 높은 혁신 아이디어를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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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 편집장·국제경영학 박사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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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email protected]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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