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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4. 조직 내 불안 관리법

피하려 하면 더 커지는 것이 불안감
조직에서 존중받는다는 믿음을 줘라

이경민 | 327호 (2021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보편적 감정이다. 그리고 불안이 항상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다. 불안은 잠재적 위협을 벗어날 수 있는 심리적 각성 상태를 제공해 우리 스스로를 보호한다. 하지만 불안이 지나치면 개인 차원을 넘어 조직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면 불안을 적절하게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 차원에서는 마음 챙김과 자기 연민이 중요하다. 또한 조직 차원에서는 존중의 문화와 주기적인 조직 진단이 요구된다.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1974년 영화감독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Rainer Werner Fassbinder)가 발표한 영화 제목이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인 아랍인이 아랍 속담을 서툰 독일어로 번역해 나이 든 연인을 위로하는데 그때 나오는 대사이기도 하다.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로 불안해 본 사람이라면 이 속담이 불안의 속성을 매우 잘 묘사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것이다. 사실 불안은 누구나 느끼는 매우 보편적인 감정이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불안의 감정은 우리를 사로잡았다가 지나쳐 간다. 때로 이러한 불안이 과도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가 되면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다. 이러한 병적 불안의 범주에는 범불안장애, 강박장애, 사회공포증, 공황장애 등의 다양한 정신과적 질환이 포함된다.

최근 인터넷에서 “우리 몸의 70%가 물인 것처럼 우리 정신의 70%는 불안이다”라는 글귀를 봤는데 정신과 의사로서 이 문장에 매우 동의한다. 실제로 우리가 어떤 일을 하거나 하지 않는 동기 중 많은 경우가 불안과 연관돼 있다. 우리는 불안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하기도 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외면하기도 한다. 또한 불안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성마른 화를 내기도 하고, 불안하기 때문에 위축돼 사람들과의 접촉을 줄이기도 한다.

불안은 동시에 사람들이 가장 언급을 적게 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특히 조직에서 “나는 지금 불안하다”라고 말하는 구성원이나 리더를 만나기는 매우 어렵다. 다른 감정에 비해 불안은 자신이 일을 감당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표현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은 종종 다른 감정으로 위장돼 스스로 혹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인다. 지나친 성실성, 규칙에 대한 집착, 일에 대한 과도한 몰입, 능력을 입증할 기회에 대한 회피, 시간에 대한 조급성, 다른 사람에 대한 인내심 부족, 상황을 전적으로 통제하고자 하는 욕구, 상대에 대한 불신, 마이크로매니징 등 다양한 모습 아래에 공통적으로 불안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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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보편적인 이유

불안의 원인은 다양하다. 일단 기질적으로 불안이 높은 사람들이 있다. 작은 위험에도 민감해지고, 매사에 최악의 경우를 염려한다. 여기에 더해 한국 사회는 환경적으로 불안을 증폭시키는 문화가 있다. 불확실성이 크고, 항상 빠르게 변화해야 하며,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재기의 기회(Second chance)가 주어지지 않는다. 결과에 따라 차별이 심한 사회적 혹은 조직적 문화에서는 기질적으로 느긋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쉽게 불안에 휩싸이게 된다. 잠시 마음을 놓았다가는 변화에 뒤처지고 한 번 뒤처지면 다시 회복하기 점점 어려워지는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그러한 불안은 타고난 기질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광범위하게 퍼져간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급격한 내외부의 변화 속에 빠른 대처를 요구받고 있는 현재의 기업과 조직 상황은 개인으로서 불안을 잉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불안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불안은 위험에 대비하고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진화심리학에서 불안은 잠재적 위협을 벗어날 수 있는 심리적 각성 상태를 제공하기 때문에 인류와 함께 지속돼 왔다고 추측한다. 분명한 위협에 대해 생존을 위해 상황을 회피하거나 맞설 수 있도록 근육에 긴장을 높이고 교감신경계(sympathetic nerve system)를 흥분시켜 위협적 상황에 대처하게 하는 감정 반응을 ‘공포(fear)’라고 할 때, 이와 달리 불안(anxiety)은 위협적 상황이 없을 때도 염려와 긴장을 포함한 정서적 불편감을 경험하게 한다. 이를 통해 잠재적 위협을 회피하게 하고 더 안전한 행동을 추구하게 한다. 그렇기에 적당한 정도의 불안은 우리를 긴장하게 하고, 더 나은 상태가 되기 위해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된다. 이를테면 중요한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가지는 불안은 더 완벽하고 꼼꼼하게 일을 준비하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정신분석적으로 볼 때 불안은 프로이트에 의해 신경증(neurosis)의 핵심으로 규정됐다. 그는 성적 에너지인 리비도가 방출되지 못하면서 불안이 생긴다는 초기 이론을 수정하면서 ‘억압, 증상, 그리고 불안’이라는 글을 통해 불안을 위험에 대한 반응으로 정의했다. 즉, 불안은 위험 상태의 등장을 예고함으로써 위험 상황을 효과적으로 피하거나 방어할 수 있도록 자아가 보내는 신호(signal anxiety)라는 것이다. 주체가 경험한 적 있었던 위험 상황이 의식적•무의식적으로 상기되면 자아는 주체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는데 이것이 바로 불안이다. 자아는 이러한 위험에 대한 반응으로 불안을 불러오고 불안 반응의 도움을 받아 위험을 방어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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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민[email protected]

    마인드루트리더십랩 대표

    필자는 정신과 전문의 출신의 조직 및 리더십 개발 컨설턴트다.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Bethesda Mindfulness Center의 ‘Mindfulness 전문가 과정’을 수료했다. 용인병원 진료과장과 서울시 정신보건센터 메디컬 디렉터를 역임한 후 기업 조직 건강 진단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코칭과 조직문화 진단, 조직 내 갈등 관리 및 소통 등 조직 내 상존하는 다양한 문제를 정신의학적 분석을 통해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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