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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감화시키는 효(孝)의 미덕

박재희 | 34호 (2009년 6월 Issue 1)
‘수기(修己)’를 통한 ‘치인(治人)’과 ‘안인(安人)’은 동양 리더의 경영 방식이다. 나를 수양하고 경영해 타인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역대 동양 사회에서 모든 리더들이 꿈꾸는 경영 방식이자 목표였다. <대학(大學)>에서는 수신(修身)과 평천하(平天下)가 일원적으로 연계돼 있고, <논어(論語)>에서는 역시 가정의 효제(孝悌)와 사회의 충신(忠信)을 불가분의 관계로 보고 있다.
 
일명 근본(本)이 바로 서야(立) 리더의 지도력(道)이 생겨난다(生)는 ‘본립도생(本立道生)’의 원리가 동양의 리더십 전반에 흐르는 기조다. 특히 동양 사회에서 중요시했던 ‘수기의 근본’은 부모에 대한 효(孝)의 실천이다. 효는 개인의 윤리를 넘어 사회가 사람을 평가하는 가장 큰 기준이며 발탁, 승진, 이동 등 인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부모를 위해 자식이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거나 추운 겨울날 얼음 속의 잉어를 구해드린다는 신화와 전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이런 엽기적인 행동들은 효를 너무 이데올로기화하고 신화화시킨 결과다. <논어>에서는 효를 다양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째, 효는 ‘공경함’이다. 어느 날 공자의 제자인 자유(子遊)가 효도에 대해 묻자 공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 사람들이 그저 부모님께 물질적인 봉양만 잘하면 효도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물질적인 봉양은 자신이 아끼는 개나 말에게도 할 수 있다. 진정으로 부모를 공경하는 마음 없이 물질적 봉양만 한다면, 개나 말에게 잘 먹이고 잘해주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공경함이 없이 부모에게 물질적으로만 잘해주는 것은 자신이 아끼는 애완견에게 잘해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아주 날카로운 지적이다. 어버이날 효도 관광 시켜주고, 다달이 통장에 용돈을 자동이체 하는 것만으로 효도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효도를 마음이 아닌 의무로 하는 사람들의 방식이다.
 
둘째, 효는 ‘건강’이다. 공자가 살던 노(魯)나라의 힘 있는 대부(大夫)의 아들이었던 맹무백(孟武伯)이라는 사람이 공자에게로 와서 효도에 대해 물었다. 공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부모는 자식이 아픈 것을 가장 근심으로 생각하는 분들이다. 그러니 당신 같은 경우는 안 아픈 것이 효도하는 일이다(父母唯其疾之憂).” 부모는 자식이 건강하게 아무 사고 없이 사는 것을 보기만 해도 행복해 하는 분들이다. 열심히 운동하고 건강 관리 잘하는 것도 얼마든지 효도가 될 수 있다.
 
셋째, 효는 ‘표정 관리’다. 자하(子夏)라는 공자의 제자가 효에 대해 물었을 때 공자의 대답은 다음과 같다. “부모님 앞에서 얼굴빛을 잘 관리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부모님 고생을 대신하고, 술과 음식이 있으면 어른 먼저 드시라고 하는 것만이 효도라고 생각하느냐(色難, 有事, 弟子服其勞, 有酒食, 先生饌, 曾是以爲孝乎)?” 아마 자하는 부모에게 늘 찡그린 얼굴만 보여주는 사람이었나 보다. 회사 일이 좀 안 된다고 부모 앞에서 얼굴 표정 찡그리거나 한숨 쉬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는가? 부모 앞에서는 어떤 순간이라도 얼굴을 편안하게 갖는 것, 정말 쉽지 않은 효도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효도에 관한 생각을 들어보면, 효란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의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돼야 하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양한 효도의 내용이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효도의 원칙은 바로 부모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경영자가 효도를 하는 것은 가정 경영을 넘어 조직 운영에도 영향을 준다. 부모를 섬기는 리더로서의 미덕은 조직을 감화시키고, 나아가 모든 조직 구성원들의 효도와 공경을 진작시킬 수 있다. 부모와의 화해, 가정의 평화는 바로 직장의 화해와 조직의 발전에 가장 큰 초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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