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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Newsletter

보편적 가치를 믿고 상대방과 맞서라

로렌스 서스킨드 | 73호 (2011년 1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로렌스 서스킨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의 글 ‘How To Negotiate When Values Are At Stake’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콘텐츠 공급(NYT 신디케이션 제공)
 
 
협상에 참여한 협상가들은 대개 자신이 원하는 바를 확실히 알고 있다. 이들은 협상에서 무엇을 얻어야 할지 알고 이를 상대에게 요구하면서 상대가 원하는 바를 함께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만약 이해관계가 상충된다면 협상가들은 요구 사항을 조금 다르게 표현하거나 범주를 달리 하거나 차이점을 조율해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서로 합의를 이루는 과정에서 자신이 한 양보를 과장해서 표현하기도 하지만 대개 협상가들은 합의 가능 여부를 살피고 합의를 도출한 후 그 내용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단순한 이해관계에 의한 갈등이 아니라 협상자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가치관이나 신념 때문에 갈등이 빚어진다면 달라진다. 안타깝게도 가치관이나 정체성에 관한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한 협상 이론은 아직 없다.
 
가치관 혹은 정체성과 관련한 갈등은 이해관계에 의한 갈등보다 훨씬 조율하기 어렵다. 한 걸음만 양보하면 자신에게 큰 이익이 되는 거래가 성사된다는 점을 알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이 부분에 관해서는 좀처럼 입장을 양보하지 않으려 한다. 이런 태도는 자기 변명과 불신, 단절로 이어진다. 분노와 좌절감이 깊어지면 협상 당사자들은 더욱 비판적이 되어 상대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날을 세운다. 결과적으로 인신 공격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이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특정 원칙을 반드시 지키겠다고 고집을 부리거나, 합의를 굴복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협상 상대방의 서로 다른 가치관은 양립이 불가능하거나 상호 배타적인 사안으로 느껴진다. 체스커 크로커와 펜 오슬러 햄슨, 파멜라 알은 공동 저서 <뿌리깊은 갈등 다루기: 최악의 협상을 중재하는 법(Taming Intractable Conflicts: Mediation in the Hardest Cases)>에서 “가치관 논쟁에 휘말린 당사자들은 그만큼 완고해지기 쉽다”고 말한다.
 
가치관을 둘러싼 논쟁이 어떤 갈등을 가져오는지 잘 아는 사람들은 갈등의 해결 가능성이 없다고 느낄 수도 있다. 협상가들이 이 같은 갈등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되는 4가지 방법을 공개한다. 각각의 방법은 조정자의 도움을 받아 시도해볼 수도 있다.
 
1.이해관계와 가치를 분리하라
가치관이나 정체성을 둘러싼 논쟁 요소를 이해관계와 분리해야 한다. 그리고 이해관계와 관련된 부분을 통상적 협상 방식으로 해결한다. 이렇게 하면 협상 참가자들은 가치관 차이로 인한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다.
 
2.대화를 통해 관계를 진전시켜라
가치관을 둘러싼 갈등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상대방에 대한 무조건적 비난에서 벗어나 대화를 통해 상호 이해와 존중을 쌓는다. 대화를 중심으로 한 협상을 진행하면 서로에 대한 인지적 이해를 넓힐 수도 있다. 인지적 이해의 목적은 협상에 참가한 모든 당사자가 서로의 관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있다.
 
인지적 이해는 상대방의 입장 공감이나 감정적 유대 관계가 없어도 이뤄질 수 있다. 오직 ‘가치 중립적’인 관찰만 하면 된다. 로버트 음누킨, 스콧 R. 페퍼, 앤드루 S. 툴루멜로는 공동 저서 <승리를 넘어서: 거래와 분쟁에서 협상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법(Beyond Winning: Negotiating to Create Value in Deals and Disputes)>에서 “이는 현 상황에 대한 상대방의 생각을 더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협상가들은 ‘고리 만들기(looping)’ 방식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고리 만들기’는 협상 참가자들이 각자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면 설명을 들은 상대편이 그 입장을 되풀이해서 말하는 방식이다. 갈등의 감정적 원인에 대해 논쟁하는 일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이라면 인지적 차원에서 객관적 사실만 서술하면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인지적 이해를 촉진하는 협상은 협상가들이 상대방의 입장을 감정적으로 공감하지 않으면서도 상호작용을 이끌어 나가는 기본 원칙이다.
 
3.인류 공통의 가치에 호소하라
자신과 상대가 공유하는 공통의 가치에 호소함으로써 가치관을 둘러싸고 벌어진 갈등을 다른 시각에서 조명하는 방법도 있다. 평등이나 비폭력 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호소한다면 논쟁의 원인이었던 신념의 차이를 집중 논의하는 일보다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공통의 가치를 인정하면 대화의 물꼬를 트는 동시에 상대에 대한 신뢰를 쌓고 관계 또한 진전시키는 일이 가능하다. 향후 좀더 효과적으로 협력할 발판을 얻을 수도 있다. 이런 방식으로 화해의 가능성을 찾으면 갈등의 원인이었던 민감한 가치관 문제를 비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4.가치관의 차이에 정면으로 맞서라
마지막으로, 조심스럽고 진중하게 상대방과의 가치 차이를 논의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식을 사용할 때는 가능하면 상대의 신념을 바꾸겠다는 목표 아래 상대가 믿는 가치를 하나하나 점검하고 그 당위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의 근본적 신념을 바꾸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현실에서 그런 일은 자주 일어난다. 따라서 노력하다 보면 결국 참가자 중 누군가가 자신의 신념이나 인식을 바꿀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치관이나 정체성과 관련한 갈등에서 누구도 자신의 입장을 양보하거나 신념을 바꾸지 않더라도 화해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국제 정치에서는 서로 상반된 가치관이나 정체성을 가진 단체가 솔직한 자세로 협상에 임하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증오와 불신을 극복한 후 길고도 느린 화해의 여정을 시작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보라. 수십 년, 혹은 수 세대에 걸쳐 피비린내 나는 반목을 겪은 국가들이 분열을 극복하고 힘들게 평화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면, 갈등을 해결하는 데 많은 힘을 얻을 수 있다.
 
인지적 이해와 다른 이해로는 공감적 이해가 있다. 공감적 이해는 신뢰 강화와 자기 변명 지양,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앞서 말한 인지적 이해보다 심층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공감적 이해의 핵심은 상대방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서로의 신념을 적극적으로 이해해서 상대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이상적인 상황이라면 갈등 당사자들은 공감적 이해를 통해 의견차를 극복하고 상호 협력의 길을 찾을 수 있다. 협상 도중 가치관에 대한 갈등에 휘말렸다면 통상적 의미의 화해를 이루겠다고 굳이 애쓸 필요도 없다. 자신과 상반된 견해를 존중하고 가치관과 신념에 대한 근본적 차이를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협상 시 가치관 문제로 충돌할 때 그 견해 차를 쉽게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면 상대와 좀더 쉽게 공존하는 법을 알게 될 것이다.
 
번역 |우정이 [email protected]
로렌스 서스킨드(Lawrence Susskind)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도시환경계획 교수이자,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의 방문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합의형성기구의 창립자인 서스킨드는 최근 할 모비우스(Hal Movius)와 함께 <협상에서 승리하는 법: 세계 최고의 협상기구 만들기(Built to Win: Creating a World-Class Negotiating Organization)>를 공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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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렌스 서스킨드

    -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도시환경계획 교수
    -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의 방문 교수를 역임
    - 합의형성기구의 창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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