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선뜻 ‘그렇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공자와 떠나는 행복여행>은 ‘행복이란 무엇일까’란 질문에 대한 공자의 답을 정리한 책이다.
유교(儒敎)에서는 <서경> 「홍범」편에서 정의하는 다섯 가지 복, ‘수(壽)·부(富)·강녕(康寧)·유호덕(攸好德)·고종명(考終命)’의 충족을 통해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즉, 진리의 실현을 일생의 목표로 할 때 오복(五福)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순차적인 조건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다. 다섯 가지 복을 살펴보자.
유교가 정의하는 행복을 위한 첫 단추는 바로 수(壽), 오래 사는 것이다. 왜 세속적으로 보이는 수가 오복의 첫 번째일까? 진리의 구현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게 아니다. 좀 더 살펴보면 유교의 진리를 구현하는 방법은 인(仁)의 회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맹자는 인(仁), 즉 사랑의 회복은 하루아침에 가능한 게 아니라고 했다. <맹자> 「고자상」을 보면 ‘지금 인을 행하는 자들은 한 잔의 물로 한 수레에 가득 실은 섶의 불을 끄는 것과 같다(今之爲仁者猶以一杯水救一車薪之火也)’고 했다. 그러므로 진리의 구현을 위해서는 일단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주 특별하게 철학적 천재 내지 종교적 영재(靈才)는 한순간 홀연히 깨달음을 얻기도 한다. 하지만 단명이나 요절하는 사람에 비해 장수하는 사람에게 기회가 많이 오는 건 당연지사다. 그래서 첫 번째 복이 수(壽)다.
둘째는 부유함(富)이다. 여기에서 부유함이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대 재벌 수준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곳간에 양식이 넉넉하면 족한 수준을 말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옛말에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하는 것처럼 끼니를 연명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라면 마음이 어찌 진리에 미칠 수 있겠는가. 천성이 삶보다 진리에 무게중심을 두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의식주가 해결돼야 공부에도 진전이 있을 수 있다. 이는 맹자가 항산항심(恒産恒心)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정한 재산이 있어야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는 그의 말은 바로 그 순간 ‘행복을 인지할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강녕(康寧)이다. 글자 그대로 건강하고 편안함을 의미한다. 아무리 장수하고 경제적인 풍요가 있다고 해도 심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육체가 건강한 것이 강(康)이라면 마음이 건강한 것은 녕(寧)이다. 육체적인 건강은 외면이요, 마음의 건강은 내면이다. 외면과 내면이 모두 건강해야 우리는 비로소 행복을 만끽할 수 있다.
행복에 이르는 네 번째 방법은 유호덕(攸好德), 즉 ‘덕을 좋아함’이다. 사람이 장수하는 복을 타고 난데다가 경제적으로도 넉넉하고 심신 또한 강건하다고 해도 덕(德)을 좋아하는 마음이 없으면 모두 허사가 되고 만다.
덕이란 무엇인가? 간단히 표현하면 도(道)가 마음에 들어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덕을 좋아한다는 것은 진리를 기뻐하는 마음이다. 진리의 추구를 통해 행복을 완성할 수 있다는 유교적 관점에서 봤을 때 진심으로 진리를 좋아하고 기뻐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덕을 좋아하는 것은 바로 베푸는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오복의 마지막은 ‘고종명(考終命)’이다. 풀어 보면 ‘살필 고(考)’ ‘마칠 종(終)’ ‘목숨 명(命)’이다. 이 세 글자의 의미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각각의 글자를 조합해 ‘바른 명을 받드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는 ‘천수를 다 누리고 인연에 수순(隨順)해 마치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한편 ‘목숨을 살펴서 마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이 의미는 임종에 이르러 가족과 친지를 불러 모아 유언을 남기고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해석 중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나이가 많이 들어서 흐뭇하게 삶을 마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래서 고종명이 마지막 복을 완성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5복을 살펴보면 물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사례도 나온다. 8개의 귤을 6명의 아이들이 나눠 먹어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모두 최대한으로 행복할 수 있을까? 귤을 나눠준 어른은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귤을 주었는데 마침 귤이 8개밖에 없어서, “(개수가 맞지 않으니) 잘 나눠 먹어라”고 당부했다. 30분 정도 지나서 문을 열었더니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앞에 귤을 하나씩 놓고 방 한가운데 귤 2개를 놓은 후 열띤 토론을 하고 있었다. 너무 의외의 상황인 데다가 태도들이 사뭇 진지해 그 어른은 도로 문을 닫고 나왔다. 1시간 더 지나서 문을 열었더니 이번에는 방 한가운데 8개의 귤을 모아놓고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재미있다고 생각한 어른은 다시 1시간 뒤에 문을 열었는데, 어찌된 일인지 한 명의 어린이가 8개의 귤을 모두 먹고 있었다. 이것이 웬 일인가? 1명은 너무 행복하고 나머지 5명은 전혀 귤을 안 먹었으니 안 행복한 것인가? 어이가 없어진 어른이 그 연유를 물었는데 돌아온 답이 기막히다. 처음에 아이들은 모두 똑같이 귤을 나눠 먹으려고 했다. 그런데 남은 2개의 귤이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6명이 2개의 귤을 잘 나눌 수 있느냐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그것이 처음 30분 후의 일이다. 그런데 1시간이 훌쩍 지나도록 아무런 결론이 나질 않자 돌발 사태가 발생했다. 귤을 싫어하던 한 어린이가 “난 귤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그것 같고 토론하는 게 지겹다”고 기권했다. 5명의 아이들이 8개의 귤을 나눠야 했는데 이 와중에 또 돌발사태가 생겼다. 한 명이 스스로 자신은 귤을 너무 좋아하는 ‘귤 킬러’라고 한 것이다. 게다가 자칭 귤 킬러인 아이는 며칠 째 식사를 거의 못한 상태였다. 그러자 귤을 싫어한다며 포기했던 아이는 자신의 몫을 귤을 너무나 좋아한다는 그 아이에게 줄 것을 요청했다. 이때 아이들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명 한명 귤 킬러에게 자신의 몫을 몰아주기 시작했다. 결국 한 명의 아이가 귤 8개를 모두 먹는 것으로 그날의 토론은 끝이 났다. 그런데 모두 행복해했고 아무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 아이들은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혹시 분배를 똑같이 해야 행복하다고 느끼는 ‘물질적 행복론’에 빠져있지는 않은가? 행복에 대한 정의, 행복해지는 방법에 대한 절대적인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현실에 발을 딛고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은 물질의 소유, 부의 획득이 행복을 보장해 줄 것이라 철석같이 믿고 있는 것 같다. <공자와 떠나는 행복여행>은 진정한 행복의 의미와 행복에 이르는 길이 무엇인지를 전해준다.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과 인사 전문 컨설팅 회사인 자의누리경영연구원 (Centerworld Corp.) 대표로 있으며, 최고경영자(CEO)를 위한 경영 서평 사이트(www.CWPC.org)를 운영하고 있다. OBS 경인TV ‘서진영 박사의 CEO와 책’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