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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도 내 탓이다 - 불원천불우인(不怨天不尤人)

박재희 | 83호 (2011년 6월 Issue 2)

자고나면 숱한 사건이 터진다. 어김없이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잘못을 탓하는 공방전이 벌어진다. 아랫사람은 윗사람을 끌어내리려 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능멸하려 한다. 방관자는 당사자에게 모든 책임을 지라고 요구하고, 당사자는 상황에 모든 책임을 돌린다. 책임이 내게 있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 있다는 책임 전가가 만연한 시대다. 우리는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사회를 살고 있는 것이다.

성숙한 사람은 남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군자와 선비는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사람이다. 불원천(不怨天)! 하늘을 원망하지 마라! 불우인(不尤人)! 남을 탓하지 마라! 선비들이 인생을 살다가 어렵고 힘든 상황에 처할 때마다 외쳤던 인생의 화두였다. <중용(中庸)>에 나오는내 탓이오철학은 남 탓으로 자신의 잘못을 가리려는 오늘날의 세태에 경종을 울린다. ‘재상위불릉하(在上位不陵下)! 윗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여, 아랫사람을 함부로 능멸하지 마라! 재하위불원상(在下位不援上)!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들이여, 함부로 윗사람을 끌어내리려 하지 마라! 정기이불구어인즉무원(正己而不求於人則無怨)! 나를 먼저 바르게 하고 남을 탓하지 마라! 그러면 누구에게도 원망을 사지 않을 것이다. 상불원천(上不怨天)! 위로는 하늘을 원망하지 말고, 하불우인(下不尤人)! 아래로는 남을 허물하지 마라!’ <중용>에 나오는 명 구절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힘들고 어려운 일이 닥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조상을 탓하고, 하늘을 원망하고, 주변 사람을 허물하면 결국 그 역경과 고통이 나를 더 힘들게 할 뿐이다.

잘못은 결국 내게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아름답다. 남을 탓하거나 원망하는 것보다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것이 진정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당하게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내 탓이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은 존경을 받는다. 공자는 활쏘기를 빗대 군자의 책임의식을 얘기하고 있다. 활을 쏘아 과녁을 맞히지 못했을 때 결국 모든 책임은 활 쏘는 사람에게 있다는 것이다. ‘사유사호군자(射有似乎君子), 활을 쏘는 것은 군자의 모습과 유사하다. 실제정곡(失諸正鵠), 내가 활을 쏘아 과녁을 제대로 맞히지 못하면 반구제기신(反求諸其身), 돌이켜 자신에게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반구제신(反求諸身)’이라는 사자성어가 나오는 중용의 구절이다. 얼마 전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소통을 강조하는 청와대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사용해 유명해진 사자성어다.

서로에게 책임을 묻지 말고 스스로 책임지고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대목에서 이 구절을 사용했다고 한다. 궁수가 활을 쏠 때 바람이 갑자기 불어 안 맞을 수도 있고, 활의 성능이 안 좋아 안 맞을 수도 있다. 옆에 사람이 성가시게 굴어서 문제가 될 수도 있고 과녁이 너무 멀어 적중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결국 활 쏘는 사수의 문제다. ‘내 탓이오!’ 라고 외치는 사수(射手)가 진정 군자의 모습과 닮아 있다. 활쏘기를 요즘으로 비유하면 골프와도 같다. 골프에서 공이 잘 안 맞는 것은 내 탓이지 다른 탓을 하지 말라는 게 골퍼들의 당연한 철학이 아닌가.

운명(運命)이란 글자 그대로 내게 다가온 상황()을 내가 통제()하는 것이다. 남을 탓하거나 원망한다고 그 운명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다가온 운명에 최선을 다하며 묵묵히 견뎌나갈 때 진정 운명은 내 손아귀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운명을 이해하고 내 탓으로 받아들일 때 진정 자득(自得)한 선비의 모습이 깃든다.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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