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다시 성실(誠實)이다

박재희 | 98호 (2012년 2월 Issue 1)

 

주식시장이 대선테마주란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이름으로 소란스럽다. 어느 정당 비대위에 참가한 사람의 인척이 다니는 회사라는 소문만으로도 대선테마주가 돼 몇 배가 오르는 기현상은 도저히 이성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불안한 주식시장의 모습이다. 사회적 인기와 영합해 인지도만 높으면 하루아침에 높은 자리에 오르는 원칙 없는 발탁인사 역시 성실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에게 허탈감을 주고 있다. 도저히 성실하게 산다는 것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손해만 본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이 사회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성실(誠實), 정말 위대하고 인간에게 희망을 주는 오래된 가치다. 성실하게 살면 반드시 꿈을 이룰 수 있는 사회는 상식이 통하고 원칙이 살아 있는 사회다. 적어도 한국의 근대화는 성실로 무장한 성실한 사람들의 위대한 결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동양에서 성실은 우주의 원리이며 우주의 본질이다. 하늘은 높아서 세상을 덮어주고(天覆), 땅은 두꺼워 세상을 실어준다(地載). 그런데 그 우주는 성실로써 만들어진 것이다. 조그만 입자가 성실하게 쌓여 넓어지고(), 두터워지고(), 높아지고(). 밝아지고(). 멀어지고(), 오래된() 결과가 우주이며 천지(天地)인 것이다. 우주, 결국 성실의 위대한 결과이며 성실의 위대한 현현이다. 오늘날 위대한 기업은 성실한 자세로 묵묵히 기업이 가야 할 길을 가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고객의 신뢰를 잃지 않고, 넓고 큰 시장을 확보한 기업이다. 성실은 지속적인 기업의 생존을 보장하는 위대한 가치이며 앞으로 성실함이 없다면 기업의 존립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중용(中庸)>에 보면 성실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루는 원리이며 성실함이 없다면 어떤 존재도 있을 수 없다고 한다. ‘불성무물(不誠無物)’, 성실함이 없다면 존재()도 없다는 <중용>의 구절이다. 보이지 않는 먼지 속에도 성실이란 원리가 숨어 있다. 위대한 기업도 성실을 통해서 이뤄진 것이며 성실이 없다면 조직의 존립자체가 불가능하다. 세상의 모든 존재의 근원은 성실이며, 변화와 혁신의 기반도 성실이다. 성실은 지난 시대의 지나간 유물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또다시 안고 가야할 의미 있는 가치이다. 세상에 모든 것은 성실함을 통해 이뤄졌고, 성실함을 통해 존재하며, 성실함을 통해 발전해 나간다. 높은 산도 한 주먹의 돌이 성실하게 뭉쳐져서 만들어진 존재이며 저 넓은 바다도 한 움큼의 물이 성실하게 모여져서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도 역시 이 우주의 성실함을 본받아야 한다. 요즘 성실함을 멀리하고 오로지 한탕으로 세상의 모든 것을 거머쥐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공천을 잘 얻어 국회위원만 되면 된다고 생각하며 한탕을 노리는 선량들, 남들이야 어떻게 되든 한탕 잘해서 평생 잘 먹고 잘 살겠다는 기업인들, 이런 사람들의 불성실한 삶은 결국 온전하게 끝나지 못할 것이다.

 

‘지성감천(至誠感天)’은 우리 한국인의 인문학적 유전자 속에 깊이 박혀 있는 철학인자다. 지극한 성실은 하늘이 감동하고 결국 꿈과 희망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철학으로 우린 몇 천 년의 역사를 면면히 써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지성능동(至誠能動)’은 성실은 감동을 낳는다는 뜻이다. 성실함은 상대방의 마음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는 감동()으로 이어진다. 아무리 능력이 출중하고 뛰어난 재주가 있다고 해도 성실한 사람을 당해낼 수는 없다. 잠깐은 능력이 먼저갈 수 는 있어도 결국 성실에는 지고 말기 때문이다. ‘성실은 우주의 원리다(誠者 天之道也). 성실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간이 가야 할 길이다(思誠者 人之道也).’ <맹자>에서 말하는 성실의 정의다. 우주가 돌아가는 원리는 성실이며 인간은 그 성실함을 늘 생각하고 닮으려고 노력하며 살아가야 할 존재라는 것이다.

 

재주가 덕을 이기(才勝德)는 전도된 사회현실 속에 묵묵히 성실함으로 일관된 길을 가고 있는 사람과 기업은 반드시 승리한다. 성실은 하늘의 원리이자, 인간이 가야할 위대한 길이며, 성실이 없다면 어떤 존재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성실이 답이다.

 

 

 

박재희 철학박사·민족문화컨텐츠연구원장 [email protected]

필자는 성균관대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철학연구소 교환교수, 성균관대 유학대학원 교수,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를 지냈다. 저서로 <경영전쟁 시대 손자와 만나다> <손자병법으로 돌파한다> 등이 있다.

가입하면 무료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