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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지성의 힘을 갖춰라. 무리지어 다니며 성공할 순 없다

한근태 | 190호 (2015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시간만 나면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자꾸 약속을 만들어 모여야 안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관계 속으로 도망가는 것이다. 그런 습관이 몸에 배면 혼자 있을 때 마음이 불안정해져서 혼자 있는 상황을 피하게 된다. 현대인은 자신의 자유와 주체성을 버리고 집단 속에 묻혀 자기를 잃어간다. 고민하는 대신 관계 속으로 도피한다. 무리 지어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 성공은 혼자 있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힘에 달려 있다.

 

한때 <혼자 밥 먹지 말라>란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적이 있다. 밥을 먹으면서 가능한 많은 사람과 사귀라는 의미에서 지은 것 같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다른 사람들과 밥을 먹다 보면 친해지고 그렇게 하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사귈 수 있다는 면에서는 옳다. 하지만 어떻게 매번 사람들과 함께 있을 수 있을까, 그렇게 하기도 어렵지만 그렇게까지 하면서 수많은 사람을 사귀어야 할까, 그럴 만한 가치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필자는 직업 특성상 혼자 밥 먹을 때가 많다. 밥을 먹자는 제안은 많지만 의도적으로 거절하고 혼자 밥을 먹을 때도 많다. 숨을 돌리기 위해서다. 내가 주로 하는 강의와 컨설팅은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들 얘기를 집중적으로 듣고 거기에 대한 내 생각을 얘기하는 과정이다. 엄청난 몰입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론 같이 먹을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낀다. 그리고 그런 시간에 나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이번에는 그런 것에 관한 책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을 소개한다. 메이지대의 사이토 다카시가 쓴 책이다. 제목 그대로 고독이란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그때 무얼 해야 하는지 등을 얘기한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그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한다. 혼자 수업을 받는 학생이 친구들과 함께 몰려다니는 학생에 비해 학습 에너지와 몰입도가 높다는 것이다. 실제 저자 자신도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혼자서 공부에 몰입하며 실력을 쌓았다. 무리 지어 다니면서 성공한 사람은 없다. 성공은 혼자 있는 시간에 집중할 수 있는 힘에 달려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소속된 집단이나 가까운 친구가 없으면 스스로를 낙오자로 여기며 관계에 필요 이상 힘을 쏟는다. 물론 관계도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관계가 다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도움이 안 되는 주위의 평가나 비교가 자신감을 깎아 내리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시기일수록 적극적으로 혼자가 돼야 한다. 누구의 말에도 휘둘리지 말고 침잠해 목표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은 혼자일 때 성장하기 때문이다.

 

우선 혼자만의 시간에 대해 스스로 점검을 해보자. 혼자만의 시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가, 일주일에 몇 시간이나 갖는가, 혹시 아침부터 자는 시간까지 계속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지는 않은가, 혼자 밥을 먹은 적이 있는가, 혼자 밥을 먹을 바엔 차라리 굶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가, 혼자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에 무얼 하는가, 의도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내려고 노력하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필자는독립불구 둔세무민(獨立不懼 遯世無憫)’이란 말이 떠올랐다. 혼자 있어도 두렵지 않고 세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어도 고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독수리는 떼지어 날지 않는다는 격언도 생각났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늘 사람들 사이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때 성장하기 때문이다. 뭔가를 배우거나 공부하기 위해서는 우선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관계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책을 읽을 때도 그렇고 뭔가를 생각할 때도 그러하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독자의 자질이 필요하다. 단독자란 키에르케고르가 한 말인데 전체 집단의 반대편에서는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현대인은 자신의 자유와 주체성을 버리고 집단 속에 묻혀 자기를 잃어간다. 고민하는 대신 관계 속으로 도피한다.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저자 사이토 다카시, 번역 장은주, 2015, 위즈덤하우스

 

고독에는 나쁜 고독과 좋은 고독이 있다. 나쁜 고독은 원치 않는 고독이다. 일종의 고립이고 왕따의 상태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끼워주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혼자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바람직하지 않다. 원치 않는 고독에 빠지면 외롭고 쓸쓸하다. 좋은 고독은 자발적 고독이다. 자신이 무언가를 위해 선택한 적극적 고독이다. 적극적 고독에 직면하면 강해진다. 재능이 많은 사람일수록 혼자일 때 자신이 이뤄야 할 세계에 대해 생각한다. 혼자만의 시간에 깊이 생각한다.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는 온전한 내가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을 의식해 자신의 개성과 성격을 전부 드러내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맞추기 때문이다.

 

여기서의 고독은 물론 좋은 고독이다. 근데 혼자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혼자 있는 걸 못 견뎌 하는 사람이 있다. 시간만 나면 어딘가에 전화를 하고, 자꾸 약속을 만들어 모여야 안심하는 사람도 많다. 관계 속으로 도망가는 것이다. 강한 사람만이 혼자 있을 수 있다.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어떤 그룹에든 속하려고 애를 쓴다. 그런 습관이 몸에 배면 혼자 있을 때 마음이 불안정해져서 혼자 있는 상황을 피하게 된다. 그래서 늘 누군가와 붙어 다닌다. 하지만 누군가 옆에 있으면 몰입하기 힘들다. 성장하고 무언가 제대로 배우기 위해서는 친구와 함께 있지 말고 떨어져야 한다. 혼자 있어야 자신을 마주할 수 있고 함께 있을 때는 알 수 없던 것을 느낄 수 있다. 남들과의 대화보다 자신과 마주하는 일대일 대화가 훨씬 중요하다. 독서도 그렇고, 수업도 그렇다. 재능이 많은 사람일수록 혼자일 때 자신이 이뤄야 할 세계에 대해 생각한다.

 

사람들과 같이 있다 보면 남의 눈치를 보게 된다. 다른 사람의 인정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남이 괜찮다고 해서 내가 괜찮은 것은 아니다. 반대로 남이 아니라고 해서 자신도 그렇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남은 어디까지 남일 뿐이다. 그런 면에서 남의 인정은 독이 될 수 있다. 남에게 신경을 쓰는 것, 남의 눈치를 보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자신을 보는 것이다. 세상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혼자 있어야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자신을 단련하는 시간이다. 사람들과 섞여 스스로를 위로하는 대신 혼자 자신을 갈고 닦아 성과로 보여줘야 한다. 혼자 잘 노는 사람이 다른 사람과도 잘 노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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