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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통 외면하면 몸이 당신을 공격한다

한근태 | 198호 (2016년 4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2500년 전 소크라테스는 우리 육체가 완벽한 통일체란 사실을 얘기했고 이를 분리하는 행위는 잘못이란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몸이 힘들다는 신호를 많은 사람들이 무시한다. 그러다 꼭 탈이 난다. 특히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스트레스를 억눌러온 자기 희생적인 사람들이 몸의 자멸을 초래한다. 암에 잘 걸리는 성격이 따로 있다. 암환자 중 대부분은 자신의 감정을 극기하고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 마음의 고통을 피하면 몸이 당신을 공격한다.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병 중 하나는 화병이다. 화가 쌓여 병으로 발전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만큼 감정을 켜켜이 쌓아두는 건 위험하다.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는 스트레스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책이다. 저자는 아동기 시절부터 숨겨진 스트레스가 우리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했다. 정신신경면역학(psychoneuroimmunology)이 그렇다. 이 학문은 신체와 정신의 상호작용에 대해 연구한다. 발달 과정 동안 혹은 건강하거나 병에 걸려 사는 동안 발생하는 감정과 생리적 활동의 연관관계에 대해 연구한다.

 

뇌와 면역계 사이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 개인의 감정 구조와 지속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질병들, 예를 들어 피부경화증, 류머티즘, 염증성 장 질환, 당뇨, 다발성경화증 등의 실질적 발병 요인이 될 수 있다. 면역계는 일상과 연결돼 있다. 기말시험에 시달리는 의과대학생은 건강한 젊은이에 비해 면역기능이 떨어진다. 고독할수록 면역활동이 저하된다.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내면의 깊은 욕구를 존중하지 않거나 정서적인 어려움을 갖게 되면 장기적으로 문제가 된다.

 

질병으로 발전되는 스트레스

 

그렇다면 스트레스는 어떻게 질병으로 바뀔까? 스트레스는 감정자극에 대한 복잡한 물리적 생화학적 반응이다. 감정은 전기적, 화학적, 호르몬적 방출이다. 감정이 억압되면 이 억압이 신체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킨다. 루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증) 같은 다발성경화증, 크론병 같은 장 질환, 만성피로증후군, 각종 자가면역질환, 편두통, 섬유근육통 같은 만성질환 환자 중 삶의 중대국면에서아니요라고 말하는 법을 알았던 환자는 거의 없었다. 그들 이면에는 감정을 억압하는 요인이 있었다. 토론토대 정신건강의학과 로버트 몬더는 질병에 있어 정신과 신체의 접점 문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스트레스의 정체를 밝히고 스트레스 문제에 답을 구하려고 노력하는 태도가 문제를 무시하는 태도보다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 치유를 위해서는 모든 정보가 중요하다. 만일 감정과 생리기능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다면 그 관계를 알아야만 한다. 정신과 신체는 분리된 게 아니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정신 없는 육체가 없고 육체 없는 정신 또한 없는 것이다.

 

나탈리란 여성은 헌신적이다. 늘 누군가에게 도움을 줘야만 하는 사람이다. 남편을 병간호하면서 5년간 속도조절을 하지 못했다. 몸은 아니라고 말했지만 계속 이 길을 가고 있었고 멈추는 법을 몰랐다. 결혼생활 내내 그랬다. 남편은 술고래였다. 남들 앞에서 부인을 면박 주곤 했다. 하지만 나탈리가 정작 남편을 필요로 했을 땐 아무 도움도 주지 않았다. 그 결과 나탈리는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에 걸렸다. 다발성경화증은 중추신경계 세포기능을 손상시키는 병이다. 마비, 통증, 팔다리나 몸통의 불쾌감이 심하다. 일시적 시력 상실 혹은 극심한 피로와 탈진 증세를 보인다. 정서적 스트레스와 다발성경화증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부모와의 과도한 감정 대립, 독립성 결핍, 사랑과 애정에 대한 극단적 욕구, 화를 감지하거나 표출하는 능력 부족같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이후 발현되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는 매우 다양하다. 사랑하는 이의 병이나 죽음, 갑작스런 실직이나 생계수단 상실, 해결할 수 없는 가족 간 갈등 등…. 공통점은 힘든 상황을 극복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고 그게 병이 된 것이다.

 

 

 

천부적인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프레는 1987년 다발성경화증의 합병증으로 마흔셋에 죽었다. 사람들은 종종 재클린의 연주회에서 울었다. 숨막힐 정도의 감동에 사로잡혀 청중은 마법에 홀린 것 같은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런데 평소 그녀의 모습은 너무 달랐다. 겉모습은 수줍음이 많은 아가씨지만 첼로만 들면 신들린 모습이 됐다. 어린 시절은 조용하고 수줍고 가끔 장난도 치는 예민한 소녀였다. 한마디로 예의 바르고 잘 자란 아이였지만 문제가 있었다. 그는 아무도 자기를 좋아하지 않아 힘들다고 언니에게 자주 고백했다. 무엇보다 재클린은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밝은 면 뒤에 숨겨진 우울증 초기 증세가 있었다. 특히 엄마에게 그런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고통, 두려움, 불안감을 얘기해봤자 소용없다는 체념 비슷한 감정이다. 오랜 세월이 흘러 다발성경화증이 왔을 때 재클린의 분노는 통제불능 상태가 된다. 온순한 아이가 극심한 적개심을 가진 어른이 된 것이다. 첼로를 사랑했지만 한편으론 첼로를 거부하고 있었다.하지만 대놓고 거부할 능력이 없었다. “원한다면 음악을 그만둘 수 있지만 난 그럴 수 없어. 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너무 많은 돈을 썼거든.” 친구에게 그가 한 말이다. 첼로 덕분에 스타가 됐지만 첼로가 그녀를 속박했던 것이다. 그녀는 첼로를 통해 자신의 공격성을 표현했다. 결혼생활에서도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했고 그게 병으로 발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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