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조선 선조가 낸 문제에 문신 조희일은 ‘성의(誠意)’, 내 뜻을 정성스럽게 하라고 강조했다. 공부의 첫 단계는 배우고 익혀서 앎에 도달하는 ‘치지(致知)’이다. 하지만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을 것이다. 성의를 다하느냐는 결국 마음에 달려 있다. 공부에서 ‘존양’과 ‘성찰’이 강조되는 이유다. 마지막으로 독실하면서도 꾸준하게 평생토록 노력하는 것, ‘역행(力行)’의 자세를 다하면 공부와 성장을 통해 완성된 인간으로 나아갈 수 있다.
우리는 왜 공부를 할까? 정답은 없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공부를 하든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 성장에 있을 것이다. 내가 더 나아지기 위해 공부하는 것일 테니까. 그렇다면 그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특히 어디에 주안점을 둬야 할까? 이 역시 정답이 없겠지만 여기 참고할 만한 내용이 있다. 1602년(선조 35년)에 열린 별시(別試)로 가보자. 이날 과거시험에서는 이런 문제가 출제됐다. “공부에는 네 가지 조목이 있으니 바로 존양(存養), 성찰(省察), 치지(致知), 역행(力行)이다. 그에 대해 자세히 말해볼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대해 조선 선조∼인조 연간에 활약한 문신이자 뛰어난 서화가(書畵家)였던 조희일(趙希逸, 1575∼1638)11조희일은 이 별시를 보기 한 해 전인 1601년, 진사시에 장원으로 급제했는데 선조가 그의 답안지를 극찬했다고 한다. 아버지 조원, 아들 조석형과 함께 3대가 진사시에 장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예조참판, 승문원제조, 경상감사 등을 역임했다.
닫기은 이렇게 대답했다.
(공부할 때는) 반드시 먼저 사물의 이치를 깨달아서[치지(致知)] 학문하는 밑받침과 도(道)에 나가는 기반으로 삼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내면을 삼가고 절제하여 마음가짐을 단정하게 하며[존양(存養)], 행실을 살펴 몸가짐을 신중히 해야 합니다[성찰(省察)].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삼아 더욱 깊이 학문을 연마하고, 지금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충분하다며 학문 정진을 멈춰서는 안 됩니다. 또한 선(善)을 보고 배우면 반드시 실천해야 하니, 스스로 충분히 행했다고 여겨 선행(善行)을 그만두지 말아야 합니다.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깊은 학문의 본원에 이르기까지 이치를 터득하고, 마음과 행실을 모두 닦아서 독실(篤實)하게 실천하여 밝게 빛내야 합니다.[역행(力行)]
무엇을 공부하든 배워서 익히는 일이 첫 단계다. 대상을 치열하게 연구하고 파고들어 기초 지식을 쌓고 근본 원리를 깨달아야 한다. 이것을 유학에서는 격물(格物), 그리고 앎에 도달한다는 뜻에서 ‘치지’라고 부른다. 그런데 공부를 통해 지식을 얻고 원리를 깨우쳤다고 해서 곧바로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어느 쪽이 의로운지, 효과적인지를 알게 됐다고 해서 즉각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공부한 사람 중에는 잘못하거나 실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김준태 교수는 성균관대에서 한국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동 대학 유교문화연구소, 유학대학 연구교수를 거치며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리더십과 철학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현실 정치에서 조선시대를 이끌었던 군주와 재상들에 집중해 다수의 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왕의 경영』 『왕의 공부』 『탁월한 조정자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