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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in Book

냉철하지만 때론 따뜻한 루이스의 책들

김정수 | 44호 (2009년 11월 Issue 1)
마이클 루이스는 지난 20년간 전 세계 서점가를 휩쓴 베스트셀러 작가다. 그는 프린스턴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지만 금융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런던정경대(London School of Economics)에 진학해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런 노력 끝에 살로먼 브러더스(현재는 씨티그룹에 편입)라는 투자 은행에 채권 딜러로 취직한 때가 1984년이었다.
 
하지만 루이스는 어렵게 얻은 직장을 그만두고 1989년 월스트리트의 이면을 그린 <라이어스 포커 (Liar’s Poker)>를 펴냈다. 수백만 부가 팔려나간 이 책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아마존닷컴에서 판매 순위 700위에 올라 있을 정도다. 루이스는 이후 <뉴뉴씽(The New New Thing)> <머니볼(Moneyball)> <블라인드사이드(The Blind Side)>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책들을 줄줄이 초대형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려놓았다.
 


 
통계학으로 풀어본 야구
<머니볼>은 최악의 메이저리그 야구팀으로 평가받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 줄여서 A’s) 가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만큼 강해진 이유를 풀어낸 책이다. 오클랜드 A’s는 1990년대 중반까지 선수단 연봉의 총액이 뉴욕 양키스 최고 연봉자 한 명과 비슷할 정도로 재정이 빈약했다.
 
이런 약팀이 빌리 빈 단장의 취임 후 연달아 기적을 일으켰다. 루이스는 <머니볼>에서 그 비결을 낱낱이 분석함으로써 스포츠계는 물론 비즈니스계에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세기 이후 야구에서는 전통적으로 타율이나 타점 등을 기준으로 선수를 선발했다. 하지만 오클랜드 A’s는 타율보다는 출루율이 높은 선수를 선호했다. 선수가 포볼을 골라내서든 어떻든 일단 출루를 하면 득점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투수를 보는 기준은 평균 자책점이 아닌 볼넷과 삼진의 비율, 즉 제구력이었다.
 
다른 모든 팀들이 타율과 타점이 높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경쟁적으로 더 높은 몸값을 제시할 때 A’s는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으로 다른 팀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출루율이 높은 선수들을 데려왔다. A’s가 이런 확신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세이버메트릭(sabermetric)이라는 야구통계학 덕분이었다. 야구통계학 전문가는 높은 출루율이 유리하다는 사실 외에도 도루는 생각보다 득점에 큰 기여를 하지 않는다, 희생 번트는 무의미하다, 에러 숫자로는 그 선수의 수비 능력을 평가할수가 없다 등과 같은 결론을 내놓았다. 결국 이런 전략은 높은 승률이란 결과를 낳았다.
 
이는 올바른 평가 지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머니볼>은 오클랜드 A’s의 사례를 통해 평가 지표의 중요성을 그 어느 경영 서적보다도 설득력 있게 보여줌으로써 기업 경영에 큰 시사점을 줬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 회사가 이미 발급한 카드의 연체율보다 신규 카드 발급 수를 중요시한다고 생각해보자. 오래지 않아서 신용 대란이 일어날 것이 자명하다. 한동안 우리나라 신용카드 업계가 신규 카드 발급 경쟁에만 열을 올렸던 때가 있었다. 이는 메이저리그의 명문 구단들이 진정 승리에 도움이 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간과하고 타율과 타점만 맹신했던 것과 같다.
 
통찰력과 독창성이 탁월한 작가
마이클 루이스의 데뷔작 <라이어스 포커>도 통찰력과 독창성의 탁월함에서 <머니볼>에 못지않다. 그가 꿈에도 그렸던 첫 직장 살로먼 브러더스는 1980년대 주택담보대출채권 거래(mortgage trading)를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 루이스는 이를 두고 “정부의 대폭적인 규제 완화로 다수의 투기 자본 중 운이 좋은 누군가가 돈을 벌었을 뿐, 그들에게는 투자의 본질적인 능력이나 철학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1987년 10월의 블랙먼데이(다우지수가 1000포인트 폭락한 날)는 무분별한 투기의 당연한 귀결”이었다는 내부자의 ‘고해성사’는 20여 년이 지난 최근의 금융위기에 대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루이스는 그 후에도 실리콘밸리의 정보기술(IT) 열풍을 분석한 <뉴뉴씽>과 미식축구를 다룬 <블라인드사이드> 등을 통해 가장 창의적이고 분석적이며 통찰력이 뛰어난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블라인드사이드>는 실화를 바탕으로 백인 가정에 입양된 빈민가 출신 흑인 소년이 유명 미식축구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렸으며, 샌드라 블록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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